[주말산행코스] 영남의 산-주왕산 주왕산 장군봉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주방산(周房山), 산경표에는 주방산(周方山)으로 표기되어 있는 이 산은 수많은 바위와 암봉이 병풍을 두른 듯하다하여 석병산(石屛山)이라 불렸었다. 주왕산으로 불리게 된 것은 신라 말께로, 중국의 주왕과 관련된 많은 전설과 연결하고 있다.
주왕은 중국 당나라 때 주도라는 사람으로, 망한 진나라를 재건하기 위해 후주천왕임을 자칭하고 반역을 일으켰다. 그러나 당나라 군사에게 패하여 이곳 석병산(주왕산의 옛 이름)까지 쫓겨 왔다는 것. 당나라의 요청을 받은 신라의 토벌대(마장군 형제들)에 의해 주왕굴에서 최후를 마쳤다고 전해지는 주왕은 이 산자락에 수많은 얘깃거리를 남기고 있다. 최근 이 얘기는 전설이 아닌 사실로, 주인공이 중국인이 아닌 우리나라 신라 사람이라는 것이다. 청송의 향토사학자 김규봉(50)씨는 ‘주왕사적(周王事蹟)의 연구’에서 신라 헌덕왕 때 왕권의 잦은 교체로 사회가 혼란스럽던 와중에 반란을 일으킨 김헌창과 그의 아들 김범문에 관한 사실의 비기(秘記)라는 주장이다. ‘주왕사적’에 등장하는 주왕은 중국의 주왕이 아니라 신라시대 김헌창으로 보면 된다는 얘기다. ‘주왕사적’은 920년께 낭공대사가 썼으며, 낭공대사는 반란에 실패하고 스님이 된 김범문의 제자였다고 한다. 이번 산행은 주왕산에서 아주 한적한 곳을 들머리로, 교통편을 감안하여 대전사가 있는 상의리 매표소로 날머리를 잡았다. 시내버스로 월외1리에 내려 월외 매표소~달기폭포~너구 마을(월외2리)~금은광이 갈림길~월미기~장군봉~상의 매표소까지 산행시간은 5시간30분 정도 소요되었다. 읍내의 숙소를 나서니 때이른 겨울추위에 어깨가 움츠러든다. 가을을 제대로 느껴보기도 전에 철이 바뀌어가는 느낌이다. 월외1리에서 월외 매표소까지는 10분이면 닿는다. 차량이 다닐 수 있을 만큼 널따란 콘크리트 포장도로는 계곡을 끼고 구불구불 연결되다가 짧은 다리 두 개를 지나면서 비포장으로 바뀐다. 오를수록 좁아지던 계곡 너머로 단애를 이룬 절벽이 양옆을 버티고 있다. 그 사이로 어울리지 않게도 현대식 다리가 계곡을 잇고 있으며, 다리 옆의 벼랑을 타고 가뭄에 겨운 듯한 물줄기가 흘러내리고 있다. 달기폭포다. 월외폭포(月外瀑布)라고도 불리는 이 폭포는 11m 높이에 벼랑을 등지고 있어 우람해 보인다.
폭포 아래의 용소는 용이 등천했다는 전설이 있고, 명주실 한 꾸리를 모두 풀어도 바닥에 닿지 않을 정도로 깊었다고 한다. 지금은 암석으로 메워져 볼품없이 변한 모습이다. 폭포 위의 큰용추는 아름다운 계곡의 축소판이다. 그러나 다리가 놓이면서 자연 본래의 멋을 많이 잃어 안타까울 뿐이다.
마을 앞을 지나 계곡을 따라 동쪽으로 이어지던 길은 오른편으로 급하게 꺾이면서 곧장 나무계단을 오르게 된다. 계단으로 된 이 다리를 건너면 탐방로 안내판이 서있다. 계곡을 끼고 산 사면을 따라 이어지는 숲길이 예전에는 제법 널찍한 임도였던 것 같다. 너구 마을에서 30분이면 억새와 야생화가 만발한 언덕배기가 나온다. 마을이 있었던 듯 무너진 담장과 논밭 흔적이 보인다. 실제 조금 더 오르면 등산로 왼편에 쓰러진 폐가도 보인다. 폐가 옆 갈림길 표시목(금은광이 1.1km, 월외 매표소 5.9km)에서 길은 오른편으로 꺾이면서 계곡을 건너 가팔라진다. 주변 전망은 전혀 볼 수가 없는 숲길이지만 이제 색깔마저 바랜 낙엽이 발밑에 나뒹군다. 오름길이 다소 완만해지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가파른 경사도에 자갈길이라 무척 까다롭다. 금은광이봉을 왼편에 두고 길은 오른편의 산사면을 가로질러 이어진다. 참나무가 하늘을 가리는 부드럽고 순한 산길을 따라 10분이면 금은광이 삼거리에 닿는다. 갈림길 표시목과 주왕산 안내도가 설치돼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쉼터로 이용하는 곳이다. 금은광이는 일제시대 이 봉우리 서쪽 골짜기에 금은 광산이 있어 붙여졌단다. 한편에서는 눈에 덮여 있는 이 봉우리를 내원동에서 바라보면 아침에는 은빛, 저녁 무렵에는 노을빛에 반사돼 금빛으로 물든다하여 이름 지어졌다고도 한다. 어쨌든 이곳에서 왼편 골짜기로 내려서면 제3폭포(1.8km)를 거쳐 대전사쪽으로 연결된다. 장군봉은 오른편 능선을 따르게 되는데 너무나 한적하고 고즈넉한 숲길로 이 코스의 하이라이트다. 숲길에는 지난 태풍 때 쓰러진 고목들이 그대로 방치돼 있다. 이를 치우지 않고 쓰러진 그대로 두는 것이 생태계를 위한 것이라는 설명의 안내판을 볼 수 있다. 또 송진채취로 만신창이의 생채기를 안고 있는 아름드리 소나무도 보인다. 한번 훼손된 자연의 상처는 세월이 흘러도 쉽게 아물지 않는다는 안내판도 있다. 오르내림이 심하지 않는 이 숲길은 너무나 조용하다. 낙엽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널찍한 쉼터가 있는 성재에 이른다. 바람이 나무를 흔들고 지나갈 때면 낙엽이 우수수 떨어진다. 사색의 분위기를 저절로 맛볼 수 있게 만드는 숲길이다. 성터의 흔적이 남아 있는 성재를 지나면서 산길이 낮아지고 가끔씩 주변 조망도 가능하다. 장군봉이 눈앞에 다가올 때쯤이면 경사진 비탈의 내리막길이다. 이 길을 내려서면 월미기 삼거리다. 삼거리 안부에서 장군봉 표지목까지는 15분 정도면 닿게 되지만 경사가 제법 가파르다. 중간에 주왕산군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도 있다. 왼편에 펼쳐지는 산세는 주왕산은 물론이고 멀리 낙동정맥 능선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길은 오른편의 장군봉을 오르지 않고 장군봉 685m 표시목(금은광이 3.1km, 상의매표소 2.3km)에서 바로 하산길로 이어진다. 이곳에서 상의 매표소까지는 1시간이면 내려설 수 있다. 잠시 후 암봉에 닿는데 주왕산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는 전망대다. 이곳을 장군봉 또는 장군암으로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어쨌던 지명은 통일돼야 하겠지만 조망 하나는 기가 찰 정도다. 정말 주왕산의 속살까지도 샅샅이 읽을 수 있겠다. 다양한 관목들과 기이한 암봉들이 서로 어우러져 아름다운 정취를 자아내고 있다. 특히 주왕산의 명물인 기암(旗岩)은 안고 있는 전설보다도, 골짜기에서 하늘로 솟아오를 듯한 기암(奇岩)의 또 다른 모습이 인상적이다. 광암사 갈림길까지는 자갈길에 경사가 무척 가파르다. 곳곳에 쇠파이프로 난간을 설치하고 계단도 만들어 놓았지만 안전에 신경을 써야 한다. 발아래로 대전사를 비롯한 일대가 훤하게 펼쳐진다. 바위틈새에 뿌리를 박고 자라는 회양목이 무척 인상적이다. 회양목은 석회암 지대에서 자라는 우리나라 특산종이다. 정원수로 많이 심으며 호패나 인장 등 조각의 재료로 쓰인다.
보광전 용마루 위로 뫼산자 형의 기암이 하늘로 향한 미사일 모양으로 자리하고 있다. 대전사에서 매표소를 지나 버스정류장까지는 10분이 채 안되는 거리다.[글 사진 황계복 부산시산악연맹 부회장 ] ○월외1리~월외 매표소~달기폭포~너구마을(월외2리)~금은광이 갈림길~월미기~장군봉~상의 매표소~버스정류장 <5시간30분 소요> # 교통 상의 매표소가 있는 버스 정류장(054-873-2907)까지는 청송을 경유하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편리하고, 청송 읍내에서 시내버스도 자주 운행된다. 특히 동서울터미널에서 주왕산행 버스가 있으나 들르는 곳이 많은 관계로 아침 7시20분부터 30분 간격으로 있는 안동행(3시간) 직통 고속버스를 탄 뒤 안동에서 청송을 경유 주왕산까지(1시간30분 소요) 가는 시외버스를 이용한다. 절골 매표소까지는 대중교통이 불편해 택시 이용(20,000원 안팎)을 권하고 싶다. 서울→청송·주왕산 동서울터미널(02-458-4853)에서 1일 5회(08:40~16:30) 운행. # 숙박(지역번호 054) 상의리 주차장과 매표소 주변에 5곳의 장급 여관이 있고, 대구식당(873-2920), 청솔식당(873-8808), 임동식당(873-2922) 등에서 칼국수, 산채비빔밥, 찌개류 등을 메뉴로 모두 민박을 겸하다. 특별난 음식은 없고 맛도 비슷한 편. 산촌의 정취를 즐기며 하룻밤 묵으려면 허름하지만 내원동의 김재창씨 집(873-6860) 등 세 곳의 민박(20,000원)이 있다. 주왕산 국립공원 관리사무소 873-0014~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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