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에 찬성할 것인가 반대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분분하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문제 설정이다. 한미 FTA는 기본적으로 21세기 대한민국의 국가발전을 위한 핵심전략의 하나이다. 따라서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는 ‘거시적·전략적 국가과제’이다. 개방으로 인한 개별산업의 이해득실이나 단순한 협상기술의 문제로, 즉 ‘미시적·기술적 문제’로 좁게 이해해서는 안 된다.
한미 FTA를 왜 해야 하는가?
첫째, ‘한반도의 안전 보장’을 위해서다. 최근 전시작통권 문제로 전통적 한미동맹이 크게 훼손되었다. 거기에 북의 핵실험 이후에도 국제공조를 외면하고 햇볕정책의 미망(迷妄)에서 깨어나지 못한 우리 정부의 대외정책이 더더욱 한미동맹의 와해와 표류를 결과하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한미 FTA를 추진하게 된 것은 불행 중 천만다행이다. 종래의 군사안보 위주의 한미동맹을 경제를 포함하는 ‘포괄동맹’으로 한 단계 발전시키는 결정적 기회로 삼아야 한다. 한미동맹은 대한민국이 동북아에서 중국과 일본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전략 수단이다. 종속국이나 식민지라는 과거 불행한 역사의 반복을 피하려면 ‘연미제중일’(連美制中日=미국과 연대하여 중국과 일본을 견제하는 것)이 우리의 살길임을 잊어선 안 된다.
둘째,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위해서이다. 급속히 추락하는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위해선 현재의 ‘제조업 위주’에서 ‘지식서비스 중심’으로 성장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제조업도 ‘조립가공’에서 ‘부품소재’ 등 고부가가치 중심으로 바꾸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추격해 오는 중국과 인도, 그리고 넘어야 할 미국과 일본의 기술 장벽 사이에 낀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런데 이를 위해 한미 FTA가 필수 불가결하다. 미국의 자본, 첨단기술, 경영 노하우의 도입이 필수적이고 미국시장으로의 진출과 그 속에서의 치열한 경쟁이 불가결하다.
셋째, 우리의 내부 개혁을 위해서이다. 대한민국의 선진화를 위해 시급한 세 가지 내부 개혁이 있다. 하나는 ‘평등주의 교육’을 ‘자유주의 교육’으로 바꾸는 교육개혁이다. 다른 하나는 ‘대립적·갈등적 노사관계’를 ‘협력적·공생적 노사관계’로 바꾸는 노동개혁이다. 그 다음은 진입장벽, 각종 인허가 등에 대한 ‘탈(脫)규제개혁’이다. 물론 원리적으론 ‘선(先)개혁 후(後)개방’이 옳다. 그러나 우리에겐 시간이 없다. 싸우면서 건설해야 한다. 그래서 한미 FTA를 내부 개혁의 추진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성공시킬 것인가?
첫째, 가장 어려운 것이 대내 설득이다. 우리 사회 일각에 FTA가 양극화나 종속화를 초래한다는 잘못된 속설(俗說)이 있다.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 물론 단기적 피해가 집중되는 업종이나 산업에 대한 국가 지원과 투자는 확대해야 한다. 그러나 FTA가 나라의 ‘안보와 경제’에 큰 이익이 된다는 사실을 청와대와 당정(黨政)이 직접 나서 적극 설득해야 한다.
둘째, 대외협상은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한다. 나라가 최고 전문가를 뽑아 협상을 맡겼으면 그들의 전문성과 애국심을 믿고 적극 지원해야 한다.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은 이해되지만, 일부 시민단체들이 전문적 지식과 분석 없이 편향적·선동적 주장을 하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셋째, 모든 역량을 내부 개혁에 집중해야 한다. 한미 FTA의 성공 여부는 교육, 노동, 규제 등 3대 개혁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 3대 개혁이 성공해야 산업 간, 산업 내의 구조조정이 신속하게 이루어져 FTA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 FTA는 찬반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성공시킬 것인가의 문제이다. 모처럼 노 정부가 국가를 위해 바른 정책적 결단을 하였다. 여야는 물론, 국민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한미 FTA를 반드시 성공시켜, 종국적으로 ‘대한민국의 승리’를 이루어 내야 할 것이다.
박세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