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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으로 승진하는 또 다른 방법 [조인스]

鶴山 徐 仁 2006. 10. 20. 21:39
사장으로 승진하는 또 다른 방법 [조인스]
R&D 전문가서 승진 축산업체 CEO에 오른 이범권 선진 대표
톨스토이는 이렇게 말했다. "자신을 완성시키려면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잘 맺어야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거나,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받지 않고서는 자신을 살찌워 나갈 수 없다."

기업 조직도 이와 마찬가지다. 혼자만 잘 나서 되는 일은 별로 없다. 다른 분야의 고충을 이해하며 어울려야 회사가 발전한다.

이범권(50) 선진 대표의 생각도 그랬다. "회사 일이란 모두가 어울려서 함께 하는 겁니다."

▶연구개발(R&D) 출신

이범권 대표는 서울대 축산학과를 졸업했다. "제가 시골 출신이다 보니 축산업에 익숙했습니다. 축산업에 종사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지금 원예 계통에서 일하고 있을 겁니다."

그는 대학 시절, 별로 공부를 잘 하던 학생은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밑에서 등수를 세면 더 빨랐을 겁니다.(웃음) 그래도 취직이나 직장생활에 대한 걱정도 별로 하지 않고 살았습니다. 사실 학교를 다니면서 공부보다는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졌습니다. 내면적인 고민을 하면서 정신적인 방황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

1982년 교수님의 소개로 사료회사를 첫 직장으로 잡으며 축산업계와 인연을 맺었다. 선진에는 1988년 과장으로 입사했다. 그는 사업부장으로 일했던 일부 기간을 제외하면, CEO가 되기 전까지 가장 많은 시간을 연구.개발(R&D) 분야에서 일했다.

우리 기업 현실에서 R&D 분야를 거쳐 경영자가 되는 경우는 그렇게 흔한 일이 아니다. 사장까지 승진하게 된 이유에 대해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지 물었다.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창업주이신 회장님께 한번 여쭤봐야 할 것 같은데요."(웃음)

그는 매우 수줍어했다. 하지만 많은 후배 직장인들을 위해 다시 한번 대답을 졸랐다.

"굳이 말하자면, 기술 그 자체보다는 기술의 가치에 대한 판단을 하는 훈련을 많이 한 것 같습니다. 이를 통해 높은 가치를 주는 일에 집중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사실 많은 연구개발 종사자들이 자신들의 기술에만 메몰되어 무의미한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기업에선 기술을 통해 누가 얼마나 가치를 많이 만드느냐가 중요합니다."

이 대표는 R&D 담당자라면 특히 생산 및 영업 부분과 친밀한 관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제품 개발이 실험실 공식대로 되는 건 아닙니다. 현장에서 뛰는 영업과 생산 담당자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지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R&D 부문을 비롯해 각 사업 파트에다 서로 틈나는 대로 어울리라고 이야기합니다. 조용한 성격에 속하는 저도 어울려 놀 땐, 아주 잘 놉니다."(웃음)

▶천천히 확실하게

선진은 1973년 설립된 사료 및 육가공 제조.판매를 주업으로 하는 코스피 상장업체다. 1992년 '크린포크'라는 브랜드로 식육사업도 시작해, 1994년부터 일본 후생성 돈육 검역절차 면제 판정을 받을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았다. 또 2004년과 2005년 연속으로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인정한 '세계 최우수 중소기업 200'에 선정될 정도로 탄탄한 기업 내용을 자랑한다.

"축산업은 대체로 가격변동폭이 큽니다. 하지만 우리 회사는 일시적인 상황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정부가 커버하지 못하는 부분에서 축산농가를 지원하는 등 축산업계에서 해야 할 일을 꾸준히 해왔습니다. 그리고 장기적 관점에서 역량을 키워왔습니다. 이 때문인지 동종업계에서도 저희들이 하는 사업 방식을 많이 벤치마킹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선진은 현재 자회사를 모두 합해 3000억원대 중반의 매출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사료 사업의 해외 비중 확대와 크린포크 및 육가공 사업 확장을 통해 앞으로 10년 안에 1조원의 매출액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선진이 지금 가진 역량이면 훨씬 더 빨리 외형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길게 보면 그런 견해는 바람직한 생각이 아닙니다. 저희는 경거망동하지 않고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갈 겁니다."

▶살아가는 의미

이 대표의 진정한 관심사는 따로 있었다. "지난해 새로운 경영비전을 만들 때 정한 구호가 '함께 만드는 넉넉한 세상'입니다. 사람이 대접받는 그런 회사를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직원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꾸준한 직장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습니다. 소비자들에겐 믿고 먹을 수 있고, 먹고 나면 행복해지는 그런 브랜드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삶의 터전으로서 모두에게 정신적인 만족을 줄 수 있는 성공한 기업을 만들고 싶습니다."

끝으로 사회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부탁했다. "제 경우 선택한 직업을 천직이라 생각하고, 물 흐르 듯 지내다보니 어느덧 25년 이상 세월이 흘렀습니다. 때론 있는 듯 없는 듯, 때로는 어울려 원만하게 지냈습니다. 하지만 결코 일을 하는 데 있어선 두루뭉술하게 처리하거나, 있는 듯 없는 듯 지내진 않았다고 자부합니다. 항상 자신이 살아가는 의미에 대해 고민해며 생활해야 합니다."

<머니투데이>

2006.10.20 14:11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