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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Opinion

나라 망신 시킨 문화예술위 `나라음악 큰잔치`

鶴山 徐 仁 2006. 10. 3. 09:26
2006/09/11 (월) 08:22
 
"한 곡 들어 봤으니 이제 그만합시다. 더 이상 해봐야 의미가 없을 것 같아요."
 
9일 낮 12시20분 충주호를 달리는 유람선 객실. 대금 산조를 듣고난 60여 명의 주한 외국인이 음악회 중단을 요청했다. "엔진 소음 때문에 음악이 들리지 않아요. 화장실 바로 앞에서 연주하라는 것은 음악가에 대한 예의가 아니죠. 앉아서 듣고 있기가 민망할 정도입니다."
 
당초 프로그램은 가야금 산조 등 50분짜리였다. 무대라곤 객석 통로에 간이의자 두 개를 놓은 것뿐이었다. 가야금을 놓을 만한 공간조차 없었다. 주최 측은 "선상음악회는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국내 최초의 선상 국악공연'으로 떠들썩하게 홍보했던 무료 행사가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날 행사는 16~17일 전북 전주, 30일 전남 담양, 10월 14~15일 송광사.선암사 등으로 이어지는 '주한 외국인을 위한 한국 음악 체험 공연여행'의 첫 코스. 주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관은 나라음악큰잔치(추진위원장 한명희)와 서울셀렉션(대표 김형근)이 맡았다. 후원은 국무총리 복권위원회(자금 지원 포함)와 문화관광부가 했다. 참가 외국인 65명 가운데 서강대 영문과 앤서니 테제(한국명 안선재) 교수, 어빙 거소 중앙대 영문과 교수, 삼성 글로벌 전략기획팀 코르둘라 외르텔(32), 폴레트 호킹스(40) 대일외국어고 교사 등 오피니언 리더급이 많이 포함됐다.

원래 일정은 선상음악회 관람과 탄금대.중원 미륵사지.문경새재.청풍문화재단지 관광 등이다. 하지만 오전 11시30분 열기로 한 선상음악회는 예약한 464인승 대형선을 놓치는 바람에 무산됐다. 배는 오전 11시 출항시간이 되자 내국인 관광객 300여 명을 태우고 떠나 버렸다. 한 시간 뒤에야 외국인들을 태운 관광버스가 선착장에 도착했다. 주최 측이 급히 준비한 123인승 쾌속선에서 선상음악회를 재차 시도했지만 무산되고 말았다.

이번 여행은 기다림과 취소의 연속이었다. 출발 예정시간은 오전 8시. 외국인들에겐 오전 7시20분까지 모이라고 해 놓고 정작 8시 출발로 통보받은 연주자.스태프가 8시20분에야 도착해 버스는 30분 늦게 출발했다. 아내와 두 딸과 함께 오전 7시30분에 도착한 아케이트 코리아 겐트 데이비(54) 이사는 "버스 안에서 1시간 가까이 출발을 기다리며 '코리안 타임'을 체험했다"고 주최 측의 무성의를 꼬집었다. 엎친 데 겹친 격으로 놀토를 맞아 벌초를 떠나는 자동차 행렬이 주말 고속도로를 가득 메웠고, 버스는 국도에서 길까지 잘못 들었다. 결국 외국인들이 접할 수 있었던 것은 청풍문화재단지 내 한벽루의 국악공연뿐이었다. 무료 행사여서 노골적인 불만 표시는 없었지만 여행 내내 표정이 밝지는 않았다.

한국국제교류재단 게스트하우스에 묵고 있는 실비아 타르티리니(37.이탈리아)는 "아름다운 자연 풍광 속에서 한국의 전통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줘 고맙다"면서도 "선상음악회라고 해서 이색 공연을 접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를 많이 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오후 9시30분 서울에 도착했으니 50분짜리 공연을 보기 위해 왕복 13시간을 다녀온 셈이다. 나랏돈을 들여 주한 외국인들에게 한국문화를 알리려다 나라 망신만 시킨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충주=이장직 음악전문기자 lull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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