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도쿄 특파원 부임 후 처음 썼던 ‘기자의 눈’은 ‘쉽게 변하지 않는 日사회’라는 제목이었다. 사회 전반이 선진국 수준으로 안정된 일본이 부러우면서도 고인 물 같아 답답했다.
3년 후. 17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김포공항을 통해 출국했던 기자는 인천공항의 최신식 설비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현대식 건물도 그러려니와 액정화면에 인터넷도 된다는 IC공중전화는 사용법을 몰라 한참 쩔쩔맸다. 옆에 놓인 낯익은 옛 공중전화를 사용하려 했지만 매점에서는 IC전화카드만 팔았다.
다음날 오전 4호선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 안에서는 액정화면을 통해 TV뉴스가 방영되고 있었다. 일본 지하철에서도 보기 드문 액정화면이 이렇게 흔하다니…. 신기하게 바라보다 빈자리가 생겨 앉았다. 멀쩡해 보이던 의자는 푹 꺼졌다. 내릴 때까지 동전바구니를 흔드는 시각장애인 한 명과 우유팩 잠금장치를 파는 상인이 지나갔다.
시내버스로 갈아탔다. 예전과 다름없이 낡은 버스 안에서 뒷좌석에 앉은 할머니가 휴대전화에 대고 큰소리로 통화하기 시작했다. “글쎄, 네 오빠가 시간 없다고 병원도 안 데려다 주지 뭐냐….” 여기저기 휴대전화 소리로 시끌시끌했다.
지하철의 첨단 액정화면과 푹 꺼진 좌석, 할머니의 휴대전화 통화…. 기자는 ‘너무나 변한 한국’과 ‘아직도 변하지 않은 한국’ 사이에 묘한 대비감을 느꼈다.
대구지하철 참사는 그런 면에서 ‘변하지 않은’ 쪽에 속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안전부분의 후진성이 그대로 도사리고 있었다. 일본주재 기간 내내 ‘첨단 한국’ ‘약진하는 한국’을 자랑스러워해 온 기자는 귀국 직후 첫 사건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한국에서 그런 참사가 나다니…”라며 안부를 묻는 일본 친구들의 메일이 쇄도했다.
사회의 모든 부문이 한꺼번에 선진국 수준으로 뛰어오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3년 만에 본 우리 사회는 선진부문과 후진부문의 격차가 너무나 컸다. 후진부문을 한탄하며 자기비하에 빠질 필요는 없지만 선진부문에 도취해 후진부문의 개선을 게을리 하는 것도 경계해야 하지 않을까.
이영이 <동아일보 국제부 기자> 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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