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장독대를 지켜온 옹기(甕器)에는 그 집안의 살림살이 수준과 안주인의 솜씨가
배어 있었다. 소박한 조상의 생활상을 알려 주던 옹기는 사계절, 눈·비를 맞으며 묵묵히 집안의 먹거리를 지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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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독대는 햇볕이 잘 들고, 통풍이 잘되며 정결하고 한적한 곳에 마련한다. 맨 뒷줄에는 큰 독을 놓고 중간에 약간
작은 독을, 앞줄에는 조그만 항아리를 놓는다. | |
옹기는 서민과 동고동락한,
가장 전통적인 생활 용기이다. 투박한 빛깔과 불룩한 몸통, 흙으로 빚어 청자나 백자처럼 어느 한 곳 세련됐거나 우아한 맛은 없다. 그러나 옹기는
어느 것보다 흙의 숨결을 담고 있다. 우리 삶을 넉넉하고 안락하게 해준 옹기는 자연과 삶을 이어준 친숙한 매개체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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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옹기 약탕기는 실용성과 견고성을 으뜸으로 삼고 불필요한 장식을 배제한다. 손잡이를 눌러 붙인 모습이 한층
멋스러워 보인다. | |
옹기에는
질그릇과 오지그릇 등 두가지가 있다.
질그릇은 진흙 만으로 만들어 구워 잿물을 입히지 않는다. 오지그릇은 질그릇에 잿물을 입혀 한번 더 구워, 윤이 나고 단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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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가 발효식품의 종주국이라고 불리게 된 것은 옹기라는 우수한 저장용기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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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기만들기는 질좋은 찰흙을
구해, 메와 께끼로 고른 뒤 바닥에 메치며 판장질하는 데서 시작한다. 물레에서 옹기를 빚은 다음, 사나흘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서 습기를
말린다. 이어 소나무를 태운 재와 철분이 많은 약토를 섞어 만든 잿물을 입혀, 뻘통가마에서 일주일간 굽는다. 초벌작업 후에 다시 흙을 얹지 않고
단 한번에 옹기를 올리는 기술은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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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옹기굴은 대개가 등요(登窯) 또는 칸가마와 같은 개량된 형태를 보인다. 이는 열 손실을 줄이기 위해
고안됐다. | |
잿물을 발라 구운
전통옹기는 빛깔이 밝지 않지만 단단하고 인체에 해가 없다. 옹기 안과 밖의 공기가 순환하는 게 특징. 그릇이 숨을 쉬는 셈이다. 따라서 물과
음식을 오래 보관할 수 있다.
이처럼 소박하고 정겨운 옹기가 냉장고와 플라스틱 그릇의 보급으로 자취를 감추고 있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다행히 최근 들어 옛멋찾기와 웰빙바람으로 옹기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려고 해, 관심을 모은다.
사진 글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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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시대에 사용했던 옹기굴뚝.머리 장식에서 우리 조상들의 소박한 미적 감각을 느낄 수 있다.(옹기 박물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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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옹기 양념단지 사단지.주로 찬장이나 뒤주위에 올려놓았으며,특히 꿀·약과·엿 등의 간식거리를 담아두는 데에 많이
쓰였다 (옹기 박물관 소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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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옹기는 다도에도 활용이 되어 다식 (茶食)을 올려놓는 용기로도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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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옹기 이렇게 만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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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물레작업은 움이란 곳에서 수레·도개·방망이 등을 이용해 작업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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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타래미를 물레 위에 올려 놓고 방망이로 타림질(다듬는 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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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옹기의 모양은 물레의 속도, 손놀림에 따라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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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30% 정도 말랐을 때 잿물을 바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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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잿물을 바른 옹기는 응달에서 20일 이상 건조시킨 후 가마에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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