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해인
“마음이 슬프거나 우울할 때는 어떻게 하세요?” 종종 이런 질문을 받을 적이 있습니다. 언제든지 기도가 우선이긴 하지만 수도자의 신분이라는 것 때문에 그냥 “기도로 해결하죠” 하는 것은 너무도 빤한 대답인 듯하여 “산책을 한다” “음악을 듣는다” “일기를 쓴다”는 말로 적당히 대답을 해오곤 했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이유 없이 울적하고 시무룩하거나 글도 쓰기 싫고 삶에 대해 어떤 열정과 의욕이 느껴지질 않아 근심스러울 땐 무엇보다 먼저 동시를 즐겨 읽는 나 자신을 새롭게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힘들거나 우울할 땐 동시를 읽으면서 밝은 마음을 찾아요!”하고 대답하려고 합니다. 아주 오래 전에 펴낸 산문집에 내가 소개했던 동시의 어떤 구절들이 좋아 기억했다가 깜빡 잊었으니 불러달라며 종종 전화를 걸어오는 독자들을 대하면 시의 ‘나눔 효과’에 매우 즐거운 마음이 되곤 합니다. 오늘도 저학년에 읽히면 좋을 동시들을 소개해달라는 어느 초등학교 여교사의 메일을 받고 아는 대로 답해주었답니다. 최근에 내가 친지들에게 자주 적어주는 동시는 ‘꽃을 보려면’인데 이 시를 읽으면 나날의 삶을 더 겸허하게 살고 싶은 ‘작은 꽃’의 마음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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