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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신문에서 본 눈망울의 잔상이 하루종일 떠나지 않는다. 동해 상공서 야간 요격훈련 중 추락한 F-15K와 함께 순직한 고 김성대 소령과 이재욱 대위의 영결식에서 남겨 놓고 간 아이의 천진스런 눈망울들이... 아이는 고사리 손으로 거수경례를 하고 있었다. 그동안 공군 조종사들에 대한 안타까운 소식이 들릴 때 마다 마음 한켠 아려 옴을 느꼈다. 차라리 그들이 당한 죽음 순간의 불쌍함보다는 거기까지 서기까지 얼마나 많은 훈련과 고통과 인내로 지내왔는지가 생각나기 때문이다. 월간부에 있을 때 공군 창사 50주년 기획 취재를 한 적이 있다. 당시 가장 최첨단 비행기인 KF-16으로 구성된 공군비행단과 산속에 숨겨진 미사일 부대, 또 다른 방공포부대 등을 사나흘 단독 취재를 했었다. 비행단 취재 때는 그곳에서 1박을 하는 동안 조종사들에 대한 평소 듣지 못한 뒷얘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물론 쓸 기사와는 상관없는 얘기들도 많았지만 조종사를 이해하는데 보탬이 된 것 같다. 조종사들은 부대 내에서 생활을 해야 한다. 담으로 둘러쳐진 군부대. 언제나 울타리 안에서 대기인생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비상대기조 뿐만 아니라 모든 조종사들이 그렇게 돌발 상황에 대비하며 긴장 속에서 살고 있었다. 중위부터 대위, 소령, 중령의 조종사들 모두 그렇게들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생활은 모든 것이 비행훈련 스케줄에 매여 있었다. 그리고 비행 24시간 전에는 술을 한 모금도 마셔서는 안 되고 보통 밤 10시경에는 잠자리에 든다고 했다. 어떻게 보면 가막소의 수형생활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또 어떤 조종사들은 비행전날 밤에는 혼자 잠자리에 든다고 했다. 부인과의 운우지정은 물론 아이들과도 떨어져서 완벽한 비행만을 꿈꾸며 그렇게 잔다는 것이다. 철저한 몸 관리요 정신관리다. 이쯤 되면 수도승과도 다를 바 없다. 물론 일과가 끝나고 부대 내에 있는 P.X 같은데서 술을 마실 수는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일반인들처럼 그렇게 자유롭게 퍼질 수는 없다. 당시 한대에 350억 정도 돼는 최첨단 비행기를 책임지고 있는 그들에게 나랏돈 수십억 들여 키워낸 그들을 대~한민국이 그렇게 허술하게 내버려 둘 리가 없다. 같은 울타리 내에 상주하고 있는 정보기관사람들은 비행기 구경하라고 있을 리가 없다. 그러니 조종사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어케 되겠는가. 술 마신다고 밤에 어슬렁거릴 수 있겠는가? 정말 가혹 한 생활인 것 같다. 1주일에 딱 한번 부대 밖에서 외박을 할 수 있단다. 군 생활 2~3년도 아니고 결혼해서 아이 낳고 살면서도 이렇게까지 생활을 해야 하다니 일반인들이라면 견뎌 낼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들은 그것이 생활이었다. 세상과 담쌓고 그들만의 생활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 자리가 고돌이나 나이롱뽕해서 얻을 수 있는 자리는 결코 아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그런 가막소 같이 답답하고 긴장된 생활을 자처할 리가 없다. 전투조종사로서의 엘리트의식과 긍지, 명예 그리고 나라를 최 일선에서 지킨다는 국가관이 그들을 지탱해 주고 있는 듯했다. 우리는 전투조종사들을 출격 전에 엄지손가락 높이 쳐들거나 아님 임무를 끝내고 돌아오는 멋진 모습만이 기억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비행 훈련 중 받는 고통을 생각이나 해봤는지 모르겠다. 비행 중 순간순간 가중되는 압력을 극복하려고 숨을 참으며 내지르는 으~읍 으~읍하는 소리를 듣는다면 간접적이나마 그 고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전투비행기는 자동차 운전하듯 한번 쓰윽 조종하고 오면 될 것 같지만 그렇지가 않다. 한 시간 비행을 위해서는 비행 전 2시간의 편대임무 브리핑과 비행이 끝난 후에는 다시 2시간의 브리핑이 이어진다. 휴게실에서도 선후배간 모형비행기가 수시로 등장한다. 하루 일과가 끝나도 편히 쉴 수 없는, 맘대로 부대 밖으로 나가 즐길 수도 없이 구내에서 비상대기 상태로 늘 생활해야 하는 조종사들의 노고를 우리는 잘 알고 있지 않다. 물론 그렇게 긴장된 생활을 하지 않으면 안 될 당위성은 당연 분단된 현실 때문일 것이다. 북의 비행기가 바로 몇 분후면 서울상공에서 날수 있으니 말이다. 국가가 조종사들에게 너무 가혹하고 너무 숨통 막히는 생활을 강요하는 것 같지만 그런 현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일 것이다. 어제 영결식의 아이가 눈에 밟힌다. 그렇게 철저하게 자기관리를 하며 살다갔을 대~한민국의 두 젊은 조종사들에게 진심으로 경의와 명복을 빈다. 그리고 남은 유족들에게 국가가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될 것 같다.
*순직군경 미망인에게는 한달 774천원(만 60세미만)의 보상금과 그 유자녀에게는 대학 졸업시까지 학비지원뿐인 현행 국가보훈제도---. 과연 예산타령만 하여야 하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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