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다오서 한국 이미지 안좋아… 원덩 입주 40%가 세무조사
가오자촌의 과격한 대응에도 이유가 있었다. 1개월 전 한국도금업체 A사 사장이 직원들의 5개월치 급여와 자재비, 수개월치의 전기세를 떼먹고
‘야반도주’ 했기 때문이다. A사의 체불임금과 전기세를 모두 가오자촌 정부가 물었다.
경영난을 겪는 한국업체 대표가 직원들의 수개월치 임금과 대출금·자재비·각종 공과금 등 거액을 떼먹고 도망가는 사례가 적지 않다. 최근 이런
사례가 칭다오 위성도시인 지모(卽墨)시에만 10여건, 자오난(膠南)시는 5건에 이른다. 지난 1월에는 대표가 도망간 업체들의 중국 노동자들이
칭다오시 정부 청사 앞에서 체불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칭다오 중소기업지원센터 이승국 소장은 “칭다오 외국기업 중 한국 기업 이미지가 가장 좋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상당수 한국 업체들은 세금과 사회보험 가입과 관련, 관행적으로 저지르는 불법 사례가 많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외자 유치를 위해
불법을 알면서도 모른 체 했던 중국 정부는 최근 들어서는 엄격하게 법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자오저우시 국세국은 지난 4월 연간 검사를 받기 위해 한국기업들이 제출한 재무제표를 무더기로 반려했다. 유럽과 미국·싱가포르·일본계 기업에
비해 적자 신고 비율이 너무 높고, 양로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직원들이 너무 많다는 이유였다.
칭다오시 정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 16일 세무국 회의가 있었는데, 한국기업이 너무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2004년 칭다오시의 외자기업 총 세수(稅收)는 49억위안(약 5880억원)인데, 한국기업으로부터의 세수는 8억위안(약 960억원)에
불과했다. 외자기업 중 한국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70%인데, 세수는 16%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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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에 대해 이미 칼을 빼든 지역도 있다. 웨이하이(威海)시 산하 원덩(文登)시 세무국은 이달 초순 한국업체 대표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원덩시에 입주한 200여개 한국기업 중 80개가 세무 조사 대상이라고 통보했다.
중국 정부만이 아니라, 노동자들도 한국 업체들의 관행에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 지퍼업체인 Y사 퇴직근로자 150명은 재직기간 중 회사가
부담해야 할 사회보험료를 일괄 지급해 달라고 올해 초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한때 사장실까지 쳐들어와 점거농성까지 벌였다. 결국 이 업체는
법원의 중재 끝에 1999년도부터 소급해서 1인당 4000~5000위안씩 모두 수십만 위안을 한꺼번에 지급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업체들의 이런
약점을 이용해 퇴직근로자들을 부추겨 사회보험료 청구 소송을 제기하도록 하는 브로커형 변호사까지 등장했다.
칭다오 한국총영사관의 박환선 영사는 “중국 정부 정책이 노동자 권익을 강화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을 뿐 아니라, 노동자 스스로 권리 의식이
깨어나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이 이런 변화에 빨리 대응해 중국 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