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유럽 팀이 두려울 게 없다는 자신감을 얻었고 독일월드컵에 출전하기 위해 장도에 오르기 전날 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선물을 선사했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은 26일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동유럽 ’다크호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 평가전에서 후반 5분에 터진 설기현의 헤딩 선제골과 종료 직전 쐐기를 박은 조재진의 추가골로 가슴 후련한 2-0 완승을 거뒀다.
아드보카트호는 지난 해 10월 출범 이후 공식 전적 9승3무3패를 기록하며 국내 평가전을 모두 마쳤다.
27일 1차 베이스캠프인 스코틀랜드 글래스고를 향해 장도에 오르기 하루 전 상암벌을 온통 붉은 물결로 물들인 6만4천여 팬들의 심장을 마구 들끓게 한 한판 명승부였다.
본선 마지막 상대 스위스를 가상한 모의고사에서 값진 승리를 수확함으로써 강한 자신감을 얻었다.
특히 국내 마지막 평가전에서 기분좋은 승리를 거둬 더 이상 거칠 것 없는 기세를 타고 ’결전의 땅’ 독일로 향하게 됐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63위 보스니아는 지난 2월 일본과 2-2로 비긴 만만찮은 적수였다.
하지만 ’베스트 중원 편대’ 박지성-김남일-이을용의 초고강도 압박 앞에서 보스니아는 줄곧 수세에 몰려야 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지난 23일 세네갈전과 달리 박지성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내세우고 이영표를 왼쪽 윙백에 기용해 사실상 베스트 11을 모두 가동했다.
태극전사들은 그라운드를 지배했고 90분 내내 쉴새없이 파상 공세를 폈다.
전반에는 찬스가 있었지만 흐름이 답답했고 확실한 물꼬를 트지 못했다.
이천수의 프리킥과 터닝슛, 설기현과 김진규의 캐넌슛으로 문전을 위협했으나 골키퍼 로메오 미트로비치의 계속된 선방으로 골은 터지지 않았다.
아드보카트호는 초반 보스니아의 측면 돌파에 잠시 당황했으나 곧바로 주도권을 틀어 잡았다.
전반 3분 이천수는 30m 짜리 프리킥으로 상대 골키퍼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왼쪽 구석을 겨냥한 프리킥은 곡사포처럼 휘어졌으나 골키퍼가 몸을 날려 선방했다.
15분 문전 혼전 중 볼이 흐르자 다시 이천수가 아크 정면에서 볼을 낚아채 벼락같은 왼발 터닝슛을 날렸다. 그러나 이번에도 미트로비치의 선방에 걸렸다.
전반 19분 이천수는 또 볼을 낚아챈 뒤 오른쪽 구석을 겨냥해 중거리 슛을 때렸으나 골키퍼 손끝에 스쳤다.
전반 24분 이천수와 박지성이 2대1 월 패스로 적진을 돌파한 후 박지성이 1대1 찬스를 잡았으나 슈팅 타이밍이 반 박자 늦었고 37분 이영표가 볼을 가로챈 뒤 설기현이 패스를 받아 문전 정면에서 강슛을 날렸으나 골키퍼가 가까스로 쳐냈다.
전반 41분 박지성이 유도한 문전 프리킥 찬스에서는 김진규가 전매특허인 캐넌 슛을 때렸지만 방향 조준이 약간 빗나갔다.
한국은 전반 25분 보스니아의 아드미르 블라다비치에게 땅볼 슛을 허용했다. 이운재의 손끝을 스치지 않았다면 그대로 골이 될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고대하던 골은 후반 초반에 터졌다.
후반 5분 이천수가 오른쪽 측면을 돌파해 크로스를 올리자 안정환이 골키퍼와 맞선 상황에서 슬라이딩 슛으로 볼을 건드렸다.
볼은 발에 빗맞은 뒤 공중으로 떠올랐고 이 때 골 감각을 발휘한 건 ’스나이퍼’ 설기현이었다.
설기현은 껑충 뛰어올라 가볍게 헤딩슛을 날려 굳게 잠겨있던 보스니아의 골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후반 14분에는 이천수의 크로스를 안정환이 발리슛으로 연결했으나 역시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오프사이드 함정을 무너뜨리고 침투한 안정환의 슛이 좀 더 강했다면 추가골을 낚을 상황이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후반 중반 이후 선수 교체로 ’의미있는 실험’을 계속했다.
후반 20분 이천수 대신 박주영을, 22분 김남일 대신 김상식을 넣었고 후반 35분에는 설기현을 빼고 김두현을 투입했다. 김두현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들어가자 박지성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처럼 오른쪽 윙포워드로 변신했다.
후반 29분 이을용의 왼발 슛도 팬들의 탄성을 자아냈고 안정환 대신 투입된 조재진은 후반 37분 기습적인 문전 침투로 네트를 갈랐으나 안타깝게도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조재진은 그러나 기어이 추가골을 만들어냈다.
후반 45분 박지성이 센터서클 부근에서 전진 패스를 올렸고 박주영이 빈 공간에 ’킬 패스’를 찔러주자 조재진은 지체없이 오른발 땅볼 슛으로 보스니아의 그물을 세차게 흔들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에 빛나는 자랑스러운 태극전사들이 전 국민의 염원과 열정을 가슴에 품고 독일로 떠나기 직전 상암벌을 환하게 밝힌 두번째 축포였다.
박지성은 이날 경기에서 가장 빼어난 활약을 펼친 ’맨 오브 더 매치’로 선정됐다. 공격 포인트는 없었지만 풀타임을 소화하며 태극호의 파워 엔진으로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휘저은 데 따른 보상이었다.
아드보카트 감독과 자랑스러운 23인의 태극전사들은 승리의 열정으로 가득차 기분좋은 밤을 보낸 뒤 27일 오후 1시30분 아시아나항공편으로 1차 베이스캠프를 차리는 ’약속의 땅’ 스코틀랜드 글래스고로 장도에 오른다.
지성이면…한국의 심장이 다시 뛰었다
포백수비 안정… 국내 최종평가전 ‘유종의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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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탱크’ ‘한국의 심장’ 박지성은 쉴새없는 움직임, 상대 수비를 단번에 흔들어놓는 패스로 대표팀 공격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한국은
23일 세네갈전에서는 미드필드의 열세 때문에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이날은 달랐다. 박지성과 이을용, 김남일이 가세한 미드필드는 좀처럼 상대에게
돌파를 허용하지 않았고 오히려 상대 공격의 맥을 끊어 역습에 나서는 계기를 마련했다.
한국은 공격 때 박지성(중앙)과 김남일(오른쪽), 이을용(왼쪽) 트리오가 완벽에 가까운 삼각형 형태를 유지하며 효율적으로 공간을 장악했다.
전후좌우를 가리지 않고 뛰는 이을용의 활약도 빛났다. 이을용은 때로는 수비처럼 깊숙이 내려와 상대 공을 걷어냈고 때로는 윙처럼 과감하게 치고
들어가 찬스를 만들었다. “공 있는 곳에 이을용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이을용은 상대의 깊숙한 태클이나 거친 몸싸움에도 전혀 당황하지
않았고 유연하게 공을 빼돌려 동료에게 연결하는 여유도 갖고 있었다. 그가 후반 29분 통렬한 중거리슛을 날렸을 때는 관중석에서 일제히
“이을용”이라는 환호성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부상에서 회복한 김남일 역시 몸을 사리지 않고 강하게 상대 공격을 차단해 갈채를 받았다.
미드필드가 활기를 띠면서 아드보카트 감독이 중시하는 ‘팀 밸런스’도 유지됐고 기동력도 살아났다. 왼쪽 공격수인 설기현이 오른쪽 미드필드까지
내려와 수비에 가담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4백 수비도 한결 안정됐다는 평가. 이영표 김진규 김영철 조원희로 이뤄진 수비진은 유기적인 협력으로 상대 공격을 차단했고 필요할 때는
과감하게 공을 걷어냈다. 후반 중반을 넘기면서 순간적으로 집중력을 잃는 바람에 위험한 순간을 맞기도 했다. 그렇지만 세네갈전에 비해서는 좋아진
모습이었다.
물론 이날 경기는 평가전이었고 보스니아 선수들이 사력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한국팀은 아드보카트 감독이
늘 강조한 대로 ‘그라운드를 지배한’ 한판 승부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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