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이란 멀리 보고 길게 보는 능력이다. 보통 사람들은 가까운 것들만을 보고 한 부분만을 본다. 그러나 소수의 사람들은 전체를 보고 보통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본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이 지도자의 자리에 있게 되면 그 혜택은 전체가 누리게 된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그렇게 비전을 지닌 사람들이 있어도 그들이 지도자의 위치에서 쓰임 받지를 못하고 소인배(小人輩)들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 채로
대세를 이끌게 되면 백성들 전체에 큰 손실을 주게 된다.
이점이 민주주의가 바람직스런 제도이긴 하지만 한 가지 약점이다.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여 대중조작을 통하여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그리고는 그 자리에서 공동체 전체를 위하여 유익한 일을 도모하려들지를
않고 자기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패거리의 이익을 도모하는 일에 전심전력을 기울이게 된다. 그리고 비전을 지닌 인재는 초야에 묻혀 자신의
비전과 경륜을 국민들을 위하는 일에 펼칠 기회를 얻지 못하고 세월만 보내게 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신라 말기에 최치원(崔致遠 857∼?)이란 사람이 있었다. 열두살에 당나라에 유학가서 열일곱살에 과거급제를 하고
소위 황소의 난 때에 격문을 써서 중국에서 이름을 드날렸던 사람이다. 스물두살 때에 신라에 귀국하였으나 난세에 그의 재능을 펼칠 길이 없었다.
그는 절망하여 각지를 유랑하다 나이들면서 벽촌에 은거하여 여생을 마쳤다.
그가 은거하는 지방에 바람과 홍수의 피해가 극심하였다.
그는 들에 나가 어린 묘목을 구해다가 열심히 나무심기에 열중하였다. 사람들은 그러는 그를 빈정대기를 “노인장이 이제 나무를 심어 어느 때 이익을
거두겠소.”하고 비웃곤 하였다. 그러나 그는 묵묵히 나무심기를 계속하였다. 세월이 지나자 그가 일군 숲이 겨울에는 바람을 막는 방풍림이
되고 여름에는 홍수를 막는 숲이 되었다. 지금까지 고운 최치원(孤雲 崔致遠))의 숲은 제 구실을 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을 비전의
사람이라 일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