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國際.經濟 關係

鄭회장 구속… 충격의 현대車

鶴山 徐 仁 2006. 4. 29. 23:12
‘자동차 황제’ 낡은 아반떼 타고 구치소로
기아 東南亞공장 백지화 등 경영 차질… 실적악화 가시화

정몽구(鄭夢九) 현대차 회장에게 28일은 길고도 잔인한 하루였다. 밤 10시40분쯤 ‘세계 7위’ 자동차기업, ‘한국재계 2위그룹’의 총수인 정 회장은 1.4평 남짓한 서울구치소의 좁은 독방(獨房)으로 향했다. 자신의 에쿠스 승용차가 아닌 검찰 소속의 낡은 회색 아반떼 승용차를 타고 갔다. 정 회장은 충격에 휩싸인 듯 정면을 제대로 응시하지 못했다. 바닥만 응시하던 정 회장의 입은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도 끝내 열리지 않았다. 대검 청사에 나온 현대차 임직원 100여명 가운데는 눈물을 훔치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게 구속되는 정 회장을 보면서 현대차그룹은 물론 범 현대가(家)는 충격에 휩싸였다. 정 회장은 2001년 정주영(鄭周永)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별세한 뒤, 5년 동안 현대 일가의 맏형 역할을 해 온 상징적 인물이었다.

◆정몽구 회장 구속에 현대 정씨 일가 충격

정 회장 주도로 현대차그룹이 단기간에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현대 일가들도 심적·물적으로 반사이익을 누려왔다. 현대차그룹과의 납품관계가 확대되면서 현대 일가 기업들의 재계 영향력도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 회장이 검찰수사를 받은 지난 1개월 동안 현대가 기업들도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사촌 동생인 정몽규(鄭夢奎)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고, 바로 아래 동생인 정몽근(鄭夢根) 현대백화점 회장은 비상장 계열사인 한무쇼핑에 대한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 회장의 동생 정몽준(鄭夢準) 의원이 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현대상선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어,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과거 현정은 회장이 정상영 KCC 명예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일 때에는 정몽구 회장이 간접적으로 현 회장 편을 들어 다툼이 종결됐다”면서 “하지만 이번에는 정 회장이 구속되는 바람에 집안일에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 28일 밤 11시쯤 현대차그룹 임직원들이 줄지어 서 있는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정문 앞에서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이 탄 현대 아반떼XD 승용차가 구치소로 들어가고 있다. 채승우기자
◆현대차그룹 경영차질 현실화

현대차그룹은 해외 조립공장 설립을 백지화하는 등 경영 차질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28일 “그동안 동남아 시장 개척을 위해 이 지역에 자동차 완전조립(CKD) 공장 건립을 추진해 왔으나, 정몽구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로 의사결정이 어려워져 계획을 완전 백지화했다”고 밝혔다. 자동차 완전조립(CKD)이란 자동차 조립에 필요한 모든 부품을 해외공장에 수출, 현지에서 생산하는 방식이다. 기아차는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 1곳에서 올해 안에 조립공장을 착공, 연간 10만대의 승용차와 레저용차(RV)를 생산할 계획이었다. 이에 앞서 현대차그룹은 4월과 5월로 예정됐던 기아차 미국 조지아주 공장과 현대차 체코공장의 착공식을 무기한 연기했다. 이와 관련, 체코의 지리 파루벡 총리는 “본인 또는 산업자원부 장관이 5월에 현대차의 체코공장 계약을 마무리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외신들이 이날 보도했다.

실적악화도 가시화되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올 1분기 경영실적을 집계한 결과 영업이익이 322억원을 기록, 매출액 4조3859억원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조한 실적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경상이익과 순이익도 각각 1216억원과 384억원을 기록, 작년 동기보다 45.4%와 80.1% 감소했다. 현대차는 5월 중 시판할 예정이었던 아반떼XD 후속모델 생산도 약 1주일 정도 늦추기로 했다.

정 회장 구속 이후 현대·기아차 그룹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낼지 국내외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김종호기자 tellme@chosun.com
신은진기자 momof@chosun.com
입력 : 2006.04.29 00:55 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