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政治.社會 關係

공천헌금 ‘4억 사과상자’ 딱 걸렸다

鶴山 徐 仁 2006. 4. 22. 22:23
민주당 조재환 사무총장, 최락도 前의원에게 받아
제보받은 경찰 호텔앞서 체포… 趙씨 “돈 든줄 몰라”
민주당 ‘당혹’ … 일부선 “정치공작 아니냐” 반발

민주당 조재환(趙在煥·57) 사무총장이 공천 대가로 수억원을 받다가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조 총장은 전북 김제시장 출마 예정자인 최락도(崔洛道·68) 전 민주당 의원으로부터 공천 헌금 4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경찰청 수사과는 21일 조재환 사무총장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최 전 의원을 출국 금지했다.

◆어떻게 붙잡았나=20일 밤 9시49분쯤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의 G호텔 컨벤션센터 앞. 운전기사 없이 자신의 그랜저 승용차를 직접 몰고 나가던 조 총장은 미리 대기 중이던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경찰은 20일 오후 서울경찰청에 접수된 ‘제보’를 받았으며, 이날 오후 6시30분쯤 17명의 형사를 현장에 파견해 각 층마다 잠복시켜 현금 전달 과정을 모두 목격했다. 경찰은 “돈을 전달하는 데 관여한 측으로부터 제보를 받았다”고 했다.

이날 승용차 뒷 트렁크에는 사과상자 2개에 현금 4억원이 담겨 있었다. “김제시장 민주당 공천을 받게 해달라”는 최 전 의원의 공천 헌금이었다. 조 총장은 “트렁크에 선물을 실어준다고 해서 차 열쇠를 넘겨줬을 뿐”이라고 ‘현금 수령’ 여부에 대해서는 부인했다고 한다.

경찰 조사 결과 오후 9시30분쯤 조 총장으로부터 차 열쇠를 건네받은 최 전 의원은 측근을 통해 호텔 컨벤션센터 정문 앞에 주차된 승용차에 사과상자를 옮겨 싣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현금 4억원과 사과상자를 증거물로 압수했다.


◆측근 통해 4억 마련=최 전 의원은 15일부터 측근인 신모(51)씨와 자신의 수행비서 출신 문모(42)씨를 통해 현금 4억원을 마련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지인 7명으로부터 돈을 빌린 후 신씨 회사 직원을 시켜 현금으로 바꾸는 수법을 썼다. 경찰 관계자는 “이미 2월부터 농협, 우체국, 국민은행 등에서 현금으로 바꿔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1시30분쯤 김제 시민운동장 테니스장 근처 주차장에서 사과상자 2개에 돈을 나눠 담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 전 의원은 오후 3시쯤 현금을 실은 승용차를 타고 김제에서 서울로 올라 왔다. 경찰이 현장에서 조 총장을 붙잡느라 승강이를 하는 사이에 최 전 의원은 현장을 떠났고, 현재 연락이 끊긴 상태라고 말했다.

조 총장은 동교동계 출신으로 16대 국회의원(비례대표)을 지냈으며 17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지난해 10월부터 민주당 사무총장을 맡아 왔다. 조 총장은 민주당 공천 재심(再審)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 전 의원은 12대 국회 때부터 연달아 3선한 중진급 인사다. 1995년 지역 은행을 상대로 20억원의 대출을 알선하고 6000만원을 받은 혐의(알선수재)로 구속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2002년에는 새천년민주당을 탈당, 정몽준(鄭夢準) 의원이 이끌던 ‘국민통합21’과 열린우리당에 한때 몸을 담았으며, 올 2월 김제시장 출마를 위해 친정인 민주당에 복귀했다.

▲ 공천헌금 4억원을 받은 혐의로 현장에서 붙잡힌 민주당 조재환 사무총장의 승용차 트렁크를 20일 밤 경찰이 조사하고 있다.(위쪽 사진) 트렁크에 있는 사과 상자 2개에는 공천헌금으로 추정되는 돈다발이 각 2억원씩 가득 담겨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반응=민주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야당 탄압’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상열 대변인은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면서도 “조 총장이 받은 돈은 공천과는 무관하게 재정난 타개를 위해 걷은 특별 당비”라고 했다. 일부에선 “도청에 의한 정치 공작 아니냐. 민주당 죽이기”라고도 했다.

배성규기자 vegaa@chosun.com
박란희기자 rhpark@chosun.com
입력 : 2006.04.21 23:31 14' / 수정 : 2006.04.21 23:42 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