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政治.社會 關係

해경 지휘함 삼봉호…긴박했던 6박7일

鶴山 徐 仁 2006. 4. 24. 09:37
“日 측량선과 충돌해 바다서 죽을 각오로”

일본 해상보안청 측량선의 독도해역 해양조사를 둘러싼 한.일 양국 간 대립이 22일 외무차관 협상 타결에 따라 극적으로 해결됐다.

사건 발생 이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독도 해역을 철통같이 지키던 해양경찰청 경비함들도 협상 타결 이후 속속 원대 복귀하고 있다.

해양경찰청 창설 이후 유례가 없었던 대규모 해상 작전.

숨가빴던 6박7일 간의 독도 해역 상황을 이번 작전 지휘함 삼봉호(5천t급) 승선원들의 진술을 토대로 재구성한다.

◇16일 일요일 오후 9시 = 정기출동을 끝내고 동해해경 부두에 정박한 지 이틀밖에 되지 않은 삼봉호 전 승조원들에게 긴급 문자메시지가 전해졌다.

’명일(17일) 09시 비상출동 준비에 만전을 기할 것’

이는 일본 해상보안청이 국제수로기구(IHO)에 해양 측량계획을 통보하면서 독도 인근해역 우리측 배타적경제수역(EEZ)을 포함시킨 데 따른 것이었다.

달콤했지만 불안한 휴식은 그렇게 이틀만에 끝이 났다.

◇17일 오후 4시 = 삼봉호가 거친 파도를 가르며 독도 해역에 도착했을 때 부산, 목포, 제주의 3천t급 경비함을 필두로 1천500t급, 1천t급, 500t급 중.대형 경비함들이 속속 현장에 도착했다.

오후 6시 도착 첫날부터 연합훈련은 시작됐다.

1천500t급 함정을 일본 탐사선으로 지정하고 경고방송, 정선, 나포의 단계로 훈련이 진행됐다.

1시간여의 훈련이 끝나자 상황이 장기화될 것에 대비, 함정 유류와 부식 재고량을 파악해 보고하라는 공문이 하달됐다. 긴장감은 한층 고조됐다.

◇날이 바뀌어 18일 = 전날(17일) 오전 11시40분 독도해역에 모습을 보인 일본 첩보선이 독도에서 40여마일 거리를 두고 시계 반대방향으로 독도를 돌며 계속해서 정찰했다.

삼봉호의 지휘로 해경 경비정들은 일본 첩보선이 영해선을 침범치 못하도록 악착같이 따라붙으며 대응기동을 했다.

이때 낯선 초계기가 저공비행을 했다.

늘 보던 우리 해군의 P3-C초계기가 아니었다. 초계기에는 일장기가 선명히 보였다.

삼봉호가 이미 KADIZ(Korea air defense identification zone.한국방공식별구역) 라인을 넘어선 것. 일본 방공식별구역 아래 한.일 중간수역 내 우리측 EEZ에 위치하고 있었던 것이다.

공중전력으로는 더 이상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생각에 미치자 고독감마저 엄습했다. 바로 이곳이 최전방임을 실감케 했다.

◇출동 사흘째인 19일 = 실제훈련과 통신훈련, 모의훈련이 계속됐다. 초속 20m에 달하는 강풍, 높이 5∼6m의 살인적인 파도도 사흘째 계속됐다.

함정 근무 경험이 짧은 대원들은 구토 증세와 현기증을 보이며 서서히 인내력의 한계를 보이기 시작했다.

해경 최대 규모의 삼봉호 실정이 이러하니 삼봉호보다 작은 규모의 다른 경비정 승선원들의 악전고투는 불을 보듯 뻔한 것이었다.

승조원들 사이에는 최악의 기상상태가 일본 탐사선의 접근을 원천 봉쇄하기 위한 신라장군 이사부의 노여움 때문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20일 새벽 = 동해항에서 1천500t급 경비함을 타고 현장에 도착한 본청 최원이 경비구난국장이 삼봉호에 탑승, 특별교육을 실시했다.

“상황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식하기 바랍니다. 최후에는 탐사선과 정면 충돌해 동해바다에 같이 죽는다는 각오까지 하십시오”

최 국장의 단호한 한 마디에 해양경찰관, 전경 등 삼봉호 승조원 47명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듯 하나같이 비장한 표정이었다.

며칠째 연락도 못하고 있는 가족들 얼굴이 하나씩 스쳐가고 다음날 있을지 모르는 결전 장면도 머리 속을 스쳤다.

◇21일 오후 3시 = 동해 EEZ 해역에 전진배치 된 18척의 경비함 중 1천500t급 이상 8척의 부함장, 항해장들이 작전 최종점검을 위해 헬기편으로 삼봉호에 긴급 소집됐다.

일본 외무차관이 입국, 협상을 벌였으나 양측 입장차이만 확인한 채 결렬됐다는 이날 저녁 뉴스는 승조원들을 더욱 긴장 속으로 몰아넣었다.

◇22일 오전 5시30분 = 해경 초계기와 헬기, 경비함, 특공대 등 모든 병력이 동원돼 종합훈련은 새벽부터 이어졌다.

삼봉호의 총지휘에 따라 예하 경비함들은 종열진과 횡열진 등 각종 작전진용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오후 6시 본청에서 긴급 전문이 하달됐다.

’협상결렬. 일 탐사선 금일 중 출항할 것으로 예상됨. 경비에 만전을 기할 것’

승조원들 사이에는 ’올 것이 왔구나’라는 표정이 역력했다.

저녁식사도 제대로 마치지 못한 채 최고 경계태세 유지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을 때 상황을 반전시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협상이 타결됐다는 것. 대원들의 얼굴에도 비로소 웃음이 번졌다.

◇23일 출동 7일째 = 독도의 바다는 언제 그랬냐는 듯 파도도 잔잔해지고 바람도 잦아들었다.

독도 해역에 촘촘히 배치됐던 경비함들도 원대 복귀 명령에 따라 사라지고 삼봉호와 1천t급, 500t급 경비함 등 3척의 경비함만이 평상시처럼 독도 해역을 지키고 있다.

또다시 일본의 도발이 촉발되더라도 삼봉호는 단 한뼘의 바다도 내주지 않고 묵묵히 독도 해역을 수호한다는 의지로 이날도 거친 파도를 가르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입력 : 2006.04.23 11:49 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