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15대 대선 때였습니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가 막판까지 접전을 벌였습니다. 워낙 박빙이었기 때문에 수차례의 전화조사와 선거 당일 출구조사를 통해 예측결과를
내놔야 했던 방송사들은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투표일 하루 이틀 전까지의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의 지지도 차이는 1-2%
포인트에 불과했습니다. 무응답이 20% 내외였고요. 중앙선관위와 방송위 등이 나섰습니다. 무리한 예측 보도를 삼갈 것을 방송 3사에
권유했습니다. 17일 보도본부장들이 긴급 모임을 가졌습니다. 투표일인 18일 자정까지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지 않기로 합의했습니다.
오차범위 내 조사결과 非보도, 무책임인가 용기인가
그러나 투표 당일 18:00 MBC가 약속을 파기했습니다.
그동안의 여론조사 추이와 출구조사 결과를 토대로 예측치를 발표해버렸습니다. 전제를 달기는 했죠. 1-2위 후보간 차이 1% 포인트는 오차범위
내에 있기 때문에 당선자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조건이었습니다. 약속을 파기한 MBC의 주장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어디까지나 Poll이기 때문에 틀릴 수도 있는 것이다. 시청자와의 약속은 지켜야 한다 - 최선을 다한 조사결과에 대한 판단은 독자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 - 숫자가 가장 중립적이다. 해설기사에서 판단이나 흐름을 잡아주면 된다 - 나름의 근거와 일관된 흐름이 있는데도
보도하지 않는 것은 무책임하다
그럼, 非보도 약속을 준수해야 한다는 KBS, SBS 입장은 어떨까요.
- 막대한
노력, 시간과 비용 투자에도 불구하고 보도하지 않는 것은 더 큰 용기다 - 예측의 영향력, 파급효과 등을 고려해야 하고 실패에 따른
책임을 생각해야 한다 - 공익을 추구하는 공영방송사의 도리를 다해야 한다 - 대선 당시 상황의 민감성(호남 민심) 때문에 보도하지
않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선거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이미지 정치’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강금실 열린우리당 후보와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가 관심도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한 것은 사실입니다. 최근 두 후보간 가상대결 조사를 실시한
조선일보-한국갤럽, 한국일보-미디어리서치는 오차범위 내 조사결과를 매우 적절히 보도하고 있습니다.
'오세훈 전 의원은 열린우리당의
강금실 예비 후보와 가상대결에서도 오차범위 내의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열린우리당 강 전 장관과 한나라당 오 전 의원의
가상대결에서는 강 후보 43.1%, 오 전 의원 41.3%로 1.8%포인트 차이였다.' (조선일보-한국갤럽)
'차기 서울시장
예비후보의 가상대결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9일 출마를 선언한 한나라당 오세훈 전 의원이 42.4%의 지지도를 얻어 42.0%의 지지도를 얻은
열린우리당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과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일보-미디어리서치)
NCPP
Polling Review Board Members
선진국에서는 오차범위 내 조사결과를 어떻게 보도하고 있을까요. 실제 사례는
찾지 못했습니다. 그 대신 NCPP(National Council on Public Polls)라는 미국 여론조사협의회 산하
‘여론조사심의위원회(Polling Review Board)’가 권고하고 있는 보도원칙을 소개하겠습니다. 이 기구엔 미국 여론조사업계에서 저명한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는 Harry O'Neil(NOP World), Warren Mitofsky(Mitofsky International),
Humphrey Taylor(Harris Interactive)가 포함돼 있습니다.
-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고 있는 후보 지지도를
있는 그대로 소개한다 - 두 후보의 차이가 아주 미미하다는 사실을 밝힌다 - 조사결과가 오차범위 내에 있기 때문에 확신할 수
없다고 명기한다 - 조사 당시 지지도이므로 선거일에 적용되는 것이 아님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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