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대한민국 探訪

새단장한 ‘인천 차이나 타운’에 가다

鶴山 徐 仁 2006. 3. 16. 10:23
‘한국속 중국’ 더 예뻐졌네

선홍색 기둥에 빨간 지붕을 얹은 패루(牌樓:중국식 전통 대문) 안으로 한 발짝 들어서니 마치 국경이라도 넘어온 것 같다. 1만평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거리 전체를 휘감은 자장면 냄새와 지글지글 기름 볶는 냄새, 은은히 풍겨오는 자스민차의 향, 거리와 상점 문간을 오가는 사람들이 구사하는 빠르고 높은 억양의 중국어, 두툼한 중국 전통식 솜옷…. 인천 중구 선린동 자유공원 부근에 있는 차이나타운이다.

예로부터 인천의 명소 중 하나로 이름높던 이 차이나타운이 새로운 관광지로 재단장했다. 2002년 이후 3년 넘게 진행된 건물·도로 복원 작업 등 인천시와 중구청이 기울인 노력이 결실을 거둬 가고 있는 것이다.

작년에 차이나타운을 찾은 사람은 44만5000명이었다. 처음으로 40만명을 넘었다. 내국인 37만2000명, 외국인 7만3000명 가량이다. 외국인은 미국인이 4만5000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일본인 1만7000명, 중국인 1만명의 순이라고 한다. 평일 평균 3000명, 주말·공휴일엔 1만명 정도의 국내외 관광객이 찾아온다. 3~4년 전에 평일 200명, 주말 500명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말 그대로 천양지차다.

건물·도로 복원 작업 결실

작년 방문객 40만명 돌파

전통 옷 치파오·차·딤섬…

“어쩜, 중국보다 더 중국같네”

작은 것 하나에도 중국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거리 자체가 볼거리다. 붉은 바탕에 황금 용을 새겨 넣은 변압기, 상점 처마에 나란히 걸린 홍등, 초록 바탕에 용틀임 문양을 그린 쓰레기통, 굵은 황금선이 얼기설기 몸통을 감싼 붉은 가로등…. 작년 화교중산학교 부근 골목길 양쪽 담장에 벽화를 걸어 조성한 길이 130m의 ‘삼국지 벽화거리’에 서면 당장이라도 유비·관우·장비와 숱한 다른 등장인물들이 튀어나올 것 같다.

관광객이 가장 즐겨 찾는 곳은 전통옷 가게. 여성의 몸매를 거의 그대로 드러내주는 전통 의상 치파오(旗袍), 남자의 전통 의상인 당의와 솜을 누빈 겨울옷, 화려한 비단으로 만든 실내화 등이 인기 품목이다. 옷값도 2000원~1만5000원으로 싼 편이다.

▲ 인천 차이나타운에 온 한 가족이 중국 기념품 가게에서 아이에게 입힐 중국옷을 고르고 있다./김용국 기자
중국 차와 과자 가게도 빼놓을 수 없다. 뜨거운 물에 넣으면 꽃 모양이 피어나는 자스민차, 딱 한 주전자에 넣을 양만큼 낱개로 포장한 보이차, 철관음·감비차 등 수많은 중국차가 있다. 참깨엿·월병 등 전통과자는 어느 가게서나 흔히 보인다. 값은 3000원~2만원. 작은 호리병에 든 죽엽주(5000원)와 옥으로 만든 장신구들도 이곳 아니면 사기 어렵다. 화려하기 짝이 없는 금빛 찻잔과 다기(茶器)들도 눈을 즐겁게 한다.

부인 김영순(32)씨와 세 살배기 딸과 함께 차이나타운에 온 윤황석(33)씨는 “중국보다 더 중국 같아요. 옷값도 작년에 중국에 갔을 때보다 훨씬 싼 것 같아요”라고 했다. 친구 서지혜(26)씨와 온 이상연(25)씨는 빨간 치파오를 고르며 “아주 예쁘고 섹시해요. 특별한 날 한 번쯤 입으면 좋을 것 같아요”라며 웃었다.

차이나타운에 들렀다면 빼놓지 말아야 할 게 또 하나 있다. 당연히 중국요리다. 향만성·신승반점·태화원·자금성 등 10여개의 음식점이 딤섬·북경오리·양고기 샤브샤브와 같은 독특한 요리로 유혹한다. 6개 3000원인 소문난 만두집 앞엔 손님들이 갓 쪄낸 따끈한 왕만두를 기다리며 길게 줄을 서 있다. 근처에는 100년 전 자장면을 처음 팔았다는 공화춘 건물도 그대로 있다. 최근 ‘근대 문화재’로 등록 예고된 건물이다.

차이나타운의 변신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2010년까지 영국·러시아영사관 등 구한말 개항 당시의 건물 8개가 복원되고, 자장면 박물관도 세워질 예정이다. 박성진 중구 부구청장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많은 국내외 관광객이 찾는 역사문화관광 명소로 키워가고 싶다”고 말했다.

인천=오윤희기자 oyounhee@chosun.com
입력 : 2006.03.15 19:45 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