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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S 여론조사를 못 믿는 까닭

鶴山 徐 仁 2006. 3. 8. 12:38
ARS 여론조사를 못 믿는 까닭
글쓴이 : 신창운 ( scw1309 )  글 올린 시간 : 2006-03-07 오후 3:55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를 다투고 있는 맹형규 전 의원 측과 홍준표 의원 측은 지난해 말 각기 다른 조사기관에 항의 전화를 했다고 합니다. 맹 전 의원실은 홍 의원 지지도가 높게 나온 조사기관에, 홍 의원실은 맹 전 의원 지지도가 높게 나온 조사기관에 말입니다. 두 조사기관 모두 ARS 여론조사를 통해 서울시장 후보 지지도를 조사했더군요.

2월 중순 열린우리당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황당한 심정으로 받아본 여론조사 '성적표', 열린우리당 2.18 전당대회 이전에 김두관, 김혁규, 임종석 후보가 너도나도 3위라고 주장한 것도 모두 ARS 여론조사를 통한 것이었습니다.

자동응답시스템(ARS)을 이용한 전화여론조사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광역단체장으로부터 기초의원에 이르기까지 당장 5.31 지방선거 예비 후보자들의 교통정리에도 ARS 여론조사가 위력을 발휘할 것 같습니다. (ARS를 이용한 것은 아니지만) 대통령 후보 단일화도 여론조사로 했는데, '지방선거 쯤이야'라고 가볍게 생각하겠죠. 당사자들 속이야 타든 말든 아랑곳 하지 않고 말입니다.

시간 절약, 저렴한 비용 對 낮은 응답 성공률

ARS(Automatic Response System)란 '각종 정보를 음성으로 저장해 두고 사용자가 전화를 이용 시스템에 접속하면 음성으로 필요한 정보를 검색할 수 있도록 사용법을 알려주고, 필요한 정보를 찾으면 이를 음성으로 들려주는 것'을 말합니다. ARS를 이용한 여론조사란 응답 대상자 표본에게 자동으로 전화를 걸어 녹음된 질문을 들려주면 응답자가 다이얼을 돌리거나 버튼을 눌러 답변하는 조사방식입니다.

ARS 여론조사는 짧은 시간에 많은 지역을 감당할 수 있다는 점, 즉 대규모 조사를 단기간에 적은 비용으로 수행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면접원을 이용한 전화여론조사 비용에 비해 1/10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조사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도 쉽게 착수할 수 있고 면접원을 뽑거나 교육시킬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편리합니다. 면접원 때문에 초래될 수 있는 비표본오차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그러나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습니다. 응답 성공률이 매우 낮아 표본의 대표성 측면에서 신뢰할만한 조사결과를 얻어낼 수 없습니다. 또 성실한 응답을 이끌어내기 어렵고 거짓 혹은 부실 응답을 방치할 수밖에 없어 수집된 여론이 왜곡될 수도 있습니다.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에 아무나 아무렇게나 조사를 실시 발표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홍보용으로 이용하다보니 남발 또는 조작의혹 등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주로 낮은 응답 성공률과 부실 응답률을 ARS 여론조사의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공률 때문에 표본의 대표성이 부족하고 따라서 그 결과를 일반화하기에 무리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면접원 직접 통화에 의한 전화여론조사도 (ARS에 비해선 높겠지만) 응답 성공률이 낮은 편입니다. 부실 응답률 역시 숙련도에 관계 없이 면접원으로부터 초래되는 ‘도덕적 해이’가 꾸준히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습니다.

근본적 문제점은 '조사자료 비공개'

ARS 여론조사의 가장 큰 문제점은 조사 관련 자료를 전혀 공개하지 않는데 있습니다. 조사자가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거나 상대방 입장을 반박하는데 사용하기 위해선 나름의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그저 이런 조사결과가 나왔다고 주장만 할 뿐입니다.

ARS에선 각 질문문항별로 응답률이 다르게 나옵니다. 그것부터 공개해야 합니다. 모집단과 표본(유효표본 포함), 표본추출방식, 응답자 구성, 조사결과에 대한 가중치 부여 여부와 내용, 거짓 혹은 부실 응답에 대한 통제 여부, 설문지 등을 공개해야 할 것입니다. 조사와 관련된 이런 내용들이 공개되지 않을 경우, 어떤 ARS 여론조사라도 그것은 허구에 불과한 것임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