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科學. 硏究分野

고경숙·이호백씨 ‘마법에 걸린 병’으로 라가치賞

鶴山 徐 仁 2006. 2. 25. 11:52
엉뚱한 상상력… 그림책의 노벨상 받다

▲ 자신의 첫 그림책으로 볼로냐 라가치상을 수상한 고경숙(오른쪽)씨와 이를 출판한 이호백 대표가 파안대소하고 있다. 벽에 걸린 그림들은 수상작‘마법에 걸린 병’의 원화들.
동네 수퍼에서 사온 오색 빛깔 병 속에 누군가 숨어 있다. 물비누병 속엔 하마가, 우유병 속엔 코끼리가, 초콜릿병 속엔 펭귄이, 콜라병엔 악어가 숨었다. 요 녀석들이 우르르 뛰쳐나오는 바람에 온 마을이 시끌벅적. 이 엉뚱한 장난으로 경찰에 체포된 마법사가 울먹이며 말한다. “동물들과 어울려 함께 살면 더 재미있을 것 같아 그랬어요.”

이 상상력 충만한 한 권의 그림책이 한국의 이름을 드높였다. 그림작가 고경숙(34)씨의 ‘마법에 걸린 병’(재미마주)이 2006 볼로냐 국제어린이도서전에서 픽션 부문 ‘라가치 영예상’을 거머쥐었다. 라가치상은 ‘어린이책의 노벨상’으로 불릴 만큼 세계적 권위를 지닌 상. 한국 그림책으로서는 2004년 ‘지하철은 달려온다’ ‘팥죽할멈과 호랑이’에 이은 두 번째 쾌거다.

23일 아침, 서울 남영동 재미마주 출판사에서 만난 고경숙씨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수퍼에 진열된 갖가지 모양의 병들이 예뻐서 보고 또 보다가 상상해낸 이야기예요. 빈 병을 보면 뭔가 넣고 싶은 욕망이 생기잖아요. 병의 미끈거리면서도 재미난 질감을 살리려고 유화물감에 오일, 붓 세척제까지 섞어 별짓을 다 했어요.(웃음)”

그림작가 고씨 수퍼에 진열된 병들 보고 또 보다가 상상

출판사 대표 이씨 세계시장 진출하려면 그림책도 과학화해야

단국대에서 동양화를 공부한 고씨에게 ‘마법에 걸린 병’은 첫 그림책. ‘병 감상북’이라고 해도 될 만큼 수십 가지 모양의 병들이 플랩 북(flap book) 형식으로 등장하는 이 책은 지난해 볼로냐 어린이국제도서전에 ‘더미(시안·試案)’ 상태로 선보였을 때부터 주목받았다. 이 책의 성공은 책을 출간한 재미마주 이호백(44) 대표의 주도면밀한 전략 덕분에 가능했다. 이 대표는 “어차피 세계 시장을 겨냥해 만드는 그림책이라면 전세계 출판인들이 모이는 현장에서 검증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이야기 전개나 그래픽은 완벽한데 표지를 좀 더 강렬하게 만들어야겠다는 볼로냐에서의 충고를 받아들인 것이 이번 수상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 같다”며 기뻐했다.

서울대 미대 출신인 이 대표는 한국은 물론 세계무대에서 ‘그림책의 장인’으로 통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도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로 2003년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올해의 우수 그림책’ 상을 수상했던 그는, ‘그림책은 과학’이라고 믿는 사람이다.

“한국 전통 요소가 들어 있다고 해서 세계시장에서 무조건 팔리는 건 아닙니다. 세계가 보편적으로 공감하는 이야기 구조를 갖췄는지, 그림의 완성도가 최고 수준인지, 현지 마케팅을 가장 잘할 수 있는 출판사는 어디인지 치밀한 분석이 필요하지요. 1995년 이후 볼로냐 도서전에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참가하면서 유럽의 출판 관계자들과 쌓아온 신뢰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 대표는 “최근 2~3년간 세계에 위상을 높인 한국 그림책이 한 단계 더 도약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고 말한다. “’마법에 걸린 병’에 대한 심사평을 보면 ‘과일과 야채를 가지고 사람의 얼굴을 만들어낸 16세기 궁정화가 쥐세페 아킴볼드 식의 상상력을 연상케 한다’는 구절이 나옵니다. 순수회화에 못지않은 잣대를 그림책에 들이댄 것이죠. 우리도 ‘그림책이란 아이들이나 보는 책’이란 생각에서 벗어나 시각예술로서 새로운 실험을 거듭해야만 서구 시장을 공략할 수 있습니다.”

김윤덕기자 sion@chosun.com
입력 : 2006.02.23 18:58 55' / 수정 : 2006.02.24 04:52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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