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政治.社會 關係

["양극화 해소, 대형 논쟁 해보자"] 노대통령 '정치 승부수' 인가

鶴山 徐 仁 2006. 1. 21. 00:47
“빈부격차 강조해 저소득층 결집 노려”
“3년 지나도록 뭐하다 이제야” 지적도

▲ 노무현
노무현 대통령의 18일 신년 연설 내용의 대부분은 노 대통령이 평소에 늘 얘기하는 것들이다. 특히 사회 양극화 문제는 노 대통령이 2004년 하반기부터 줄곧 거론해온 사안이다. 노 대통령은 2004년 11월 미국 방문 중 “한국 경제의 위기 요인은 성장의 함정에 있는 게 아니라 양극화에 있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 연설의 핵심은 ‘양극화’가 아니라 양극화 해소에 드는 돈을 마련하는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기한 점이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는 “국가지도자로서 응당 다뤄야 하는 사회 양극화 같은 대형 현안을 제기한 것은, 종전의 노 대통령에게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모습”이라고 했다. 이 문제에 대한 노 대통령의 인식이 직접 대국민 호소에 나설 만큼 절박하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이번 연설은 “정치적으로 기획된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않다. 노 대통령은 해법은 제시하지 않은 채 화두만 던졌다. 결국 논란은 세금 인상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벌어질 수밖에 없다. 노 대통령은 연설에서 한나라당의 세금인하 주장을 비판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대형 논쟁을 해보자고 했다. 고비고비마다 새로운 제안을 내놓으면서 논쟁을 이끌고 가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 논쟁이 이어지고 여기에 여· 야의 정치적 대결이 뒤섞이면 우리 사회는 다시 한번 ‘있는 자’와 ‘없는 자’가 대립하는 양상이 벌어질 수 있다. 이 대립은 2007년 대선 국면에서 중요한 전선(前線)을 형성하면서 국가의 방향을 놓고 논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 숫자로만 보면 ‘없는 자’ 쪽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

심지연 경남대 교수는 “3년이 지나도록 뭐 하다 이제 와서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나섰는지 의문이 든다”며 “양극화 문제는 결국 빈부격차를 강조하면서 저소득층을 결집시키려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그는 “현재 노 대통령이 겪고 있는 정치적 고립을 돌파하려는 카드로 보인다”고도 했다.

전병민 한국정책연구원 고문은 “양극화 문제제기를 통해 10%의 부유층을 고립시켜, 90%의 지지를 얻으려 하는 선거용 이슈제기”라며 “10년 내 사교육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식의 언급을 보면, 나는 저소득층을 위한 대통령이니 당신들을 위해 우리가 계속 집권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학자는 이번 연설을 “여당의 집단 반발을 무릅쓰면서까지 유시민 의원을 보건복지부 장관에 임명할 때부터 구상하고 있던 노 대통령의 정치 프로젝트로 보인다”고 했다. 또 다른 정치학자는 “미국 대공황 직후 루스벨트 대통령의 FDR 연합(소수인종, 실업자 등)이 중산층 이상 백인 남성을 포위한 것이 연상된다”고도 했다.

 

 


 

박두식기자 dspark@chosun.com
입력 : 2006.01.19 20:10 16' / 수정 : 2006.01.20 02:03 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