쇳물 뽑듯 실적·상품 쏟아내 매출 급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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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물질은 포항공대 생명과학과 김경태 교수팀이 지난해 상반기 4년여의 연구 끝에 추출해내는 데 성공했다. 상품화에 나선 것은 김 교수팀의
연구원들이 차린 바이오 벤처기업 ‘뉴로넥스’. 포항 테크노파크와 이 지역 복분자 주산지인 장기면 주민들은 각각 5000만원과 3000만원을
투자해 힘을 보탰다. 김경태 교수는 “산·학·연 유기적인 협조 체제가 없었다면 논문 발표 수준에서 끝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철강도시로만 알려졌던 포항이 지난 99년부터 변신을 준비해오고 있다. ‘철강 이후’ 도시의 성장 동력을 첨단산업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미국 피츠버그를 비롯한 대표적인 철강도시들은 모두 철강산업 퇴조와 함께 도시 자체도 급속히 쇠퇴하는 경험을 했다. 포항 역시 중국
철강산업의 급부상으로 언제 이런 위기를 맞을지 모르는 위기에 처해 있다.
지난해 12월 28일 오후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연구원은 연말을 잊고 연구에 몰두하고 있었다. 김형준 책임연구원과 금속가공 전문
벤처기업 ㈜태광테크의 김주호 사장은 제3실험동에서 알루미늄 밥솥을 앞에 두고 골똘히 고민에 빠져 있었다. “가열이 제대로 안 되네요.”
“알루미늄에 ‘스테인리스 400계열’을 더 두껍게 코팅해 볼까요?”
김 연구원은 2003년 7월 금속이나 유리, 세라믹 등 재료의 표면에 다른 금속을 코팅하면 원래 재료의 특성을 달라지게 할 수 있는 ‘콜드
스프레이(Cold Spray)’ 기술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다. 김 사장과 태광테크 직원들은 이 연구결과를 상품화하기 위해 2년 6개월째 김
연구원과 공동 연구를 벌이고 있다.
이들의 첫 프로젝트는 기존 제품과 비슷한 열효율을 내면서도 원가는 20% 이상 절감할 수 있는 알루미늄 밥솥 개발. 김 사장은 “포항지역
대학과 기업, 연구기관과 기업 간에 이뤄지는 공동연구는 200건 이상 된다”며 “대학·연구기관의 기초기술과 기업의 상품화 능력이 결합하면 시너지
효과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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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대학·연구소의 협동 체제로 번성하고 있는 핀란드의 울루, 스웨덴의 시스타와 같은 첨단기술 테크노밸리로 만드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이 자리에서 포항시와 포스코가 각각 200억원, 중소기업들이 41억원을 테크노파크 설립 자금으로 내놓는 방안에 합의했다.
포항시 지곡동, 효자동 일대 180만평에는 이미 포항공대와 RIST, 세계에서 5번째로 설치된 포항가속기 연구소, 포스코가 설립한
생명공학연구센터 등이 자리를 잡고 있다. 여기에 연구단지의 ‘센터’로서 벤처기업 지원 등을 담당하게 될 테크노파크를 세워, 이 일대를
‘테크노밸리’로 육성한다는 전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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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성공신화를 쓰고 있는 기업들도 쏟아지고 있다. 포항공대 출신들이 창업한 생명공학 벤처기업 제노마인은 지난해 아토피성 피부염을 앓는
아이들의 피부개선용 화장품 ‘아토웰빙’을 개발하면서 스타 벤처기업으로 떠올랐다.
환경벤처기업 그린케미칼이 설탕과 올리브유를 이용해 만든 환경세제 ‘슈가버블’은 삼양사를 통해 전국에서 팔리고 있고, 테크노파크 입주업체
KST는 용광로·전기로에 있는 쇳물의 발열 효과를 높여주는 화학첨가제를 개발해 한 해 1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테크노파크에 입주해 있는 47개 벤처기업의 매출액은 2002년 208억원에서 2004년 982억원, 2005년 1550억원(추정)으로 매년
급성장하고 있다.
테크노밸리가 이처럼 빠른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연구시설과 대학, 기업체가 모두 자동차로 5분 거리 내에 있어 의사소통이 활발하기
때문이다. 관심 분야별로 각종 소모임, 학회 등이 구성돼 있어 정보 교환, 연구 난제에 대한 공동 해결 등의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또 한 대에
수억~수백억원 하는 연구기자재를 공동 활용할 수 있는 것도 테크노밸리의 장점이다.
포항테크노밸리의 연구 인력은 현재 3045명. 1만7000명 수준의 대전 대덕밸리에 비해서는 아직 적은 숫자다. 포항시는 이에 따라 테크노파크 인근에 88만평 규모의 테크노파크 2단지를 추가로 건설하고, 영일만 신항 배후에는 180만평의 첨단소재산업 집적단지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나노기술집적센터, 제4세대 방사광 가속기, 지능로봇개발연구센터 등을 설립하는 방안도 확정된 상태다.
포항공대 서판길 산학협력단장은 “R&D(연구개발) 집적단지로서 ‘규모의 경제’를 이루려면 지금보다 인력과 규모가 더 커져야 한다”며 “외국 유명 기업과 연구소도 유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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