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國際.經濟 關係

러, 우크라이나에 가스 공급 중단

鶴山 徐 仁 2006. 1. 2. 15:29
가격 협상 결렬 … 가스관 연결 유럽도 비상
러시아가 1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했다.

러시아 국영 가스공사인 '가스프롬'은 이날 오전 10시(현지시간) 우크라이나와 연결된 가스관의 압력을 줄이는 작업에 들어갔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공급 중단 절차를 개시한 것이다. 이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가스프롬이 요구한 가스 가격 인상안을 최종적으로 거부한 데 따른 것이다.



이 조치로 우크라이나는 물론이고 러시아로부터 가스를 공급받는 유럽국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러시아가 유럽에 수출하는 가스의 80%가량이 우크라이나 가스관을 통해 공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경유하는 가스관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 벨로루시를 통과해 폴란드로 가는 다른 가스관을 이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더라도 가스관 변경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유럽 내 산업용 연료 공급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유럽연합(EU) 회원국 에너지 관리들은 4일 브뤼셀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가스 수급 대책을 논의키로 했다.

◆ 공급 중단, 왜?=지난해 12월 초 가스프롬은 우크라이나에 가스 공급 가격을 1000㎥당 50달러에서 230달러로 올려받겠다고 통보했다.

<본지 2005년 12월 16일자 15면>

그동안 적용해온 우호가격 대신 국제시세를 적용하겠다는 요구였다. 그러나 러시아는 최근 벨로루시와는 1000㎥당 47달러에 공급 계약을 했고, 아르메니아에도 110 달러 선을 제시했다. 우크라이나는 이를 근거로 러시아의 갑작스러운 인상 요구가 친서방 계열인 빅토르 유셴코 정권에 대한 '길들이기'라고 비난했다. 러시아에 우호적인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를 차별하는 조치라는 것이다. 유셴코 대통령은 "러시아의 요구는 터무니없는 것"이라며 가스프롬의 요구를 일축했다. 우크라이나는 80달러를 인상 상한선으로 내걸었다.

양측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지난해 12월 28일부터 나흘간 최종 협상이 모스크바에서 벌어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협상 기간 중 "우크라이나가 가스값 인상에 따른 충격을 견딜 수 있도록 36억 달러의 차관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또 협상 시한 마지막 날인 31일에는 "올 1분기에는 가격을 현행대로 유지하고 2분기에 가격을 인상하자"는 안도 제시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대답은 '노'였고, 결국 가스 공급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 우크라이나.EU의 피해는?=우크라이나는 천연가스 소비량의 30%인 250억㎥를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다. 자체 생산량과 비축분이 있기 때문에 난방 등 민간 소비에는 당장 큰 문제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투르크메니스탄.카자흐스탄 등 다른 수입원도 있다. 그러나 공급 중단이 장기화되면 에너지 집약형 중공업 위주로 편성돼 있는 우크라이나의 산업 기반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BBC 인터넷판은 분석했다. 최근 가스프롬이 투르크메니스탄으로부터 매년 300억㎥의 가스를 사들이기로 했기 때문에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오는 공급량이 예상보다 넉넉지 않을 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

EU 국가들의 가스 수급에도 상당한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EU가 소비하는 천연가스의 절반 정도가 러시아산이고, 대부분 우크라이나를 거쳐 공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2003년 러시아 가스에 대한 수입 의존도는 독일 39%, 오스트리아 65%, 헝가리 68%, 폴란드 65% 등이었다.

기선민 기자 <murphy@joongang.co.kr>  
  2006.01.02 05:47 입력 / 2006.01.02 05:50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