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반 중도 13%p 늘고 진보 9%p 줄어
'극단 피하고 현실 합리적으로 수용하는 흐름'
1987년 헌법 개정 전까지 우리의 국시는 반공이었다. '친미.반북' 이념 앞에 중도를 표방하기도 어려웠다. 그러나
요즘 20대는 '친미도 하고 친북도 해야 한다'고 거침없이 말한다. 자본주의에 대한 견해 역시 젊은 세대는 그 아버지 세대보다 더 실용적이다.
50대에게 자본주의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빈부격차'지만 젊은 세대는 '경쟁'이라고 답한다. '착취'를 연상하는 20대는 100명 중
한 명꼴에 불과하다.
2005년 대한민국 20대의 코드는 중도다. 성균관대 서베이리서치센터(소장 석현호 교수.사회학)가 본지와
함께 2005년 한국종합사회조사(KGSS)를 2003, 2004년치와 비교.분석한 결과다. 올해 자신의 이념성향을 묻는 질문에 20대의
36.4%가 '중도'라고 답했다. '진보'는 35.3%, '보수'는 28.3%였다. 2003, 2004년에는 20대 중 진보가 가장 많고 중도가
가장 적었지만 올해는 중도가 진보.보수 양쪽을 모두 추월한 것이다. 특히 20대 초반(20~24세)에선 중도가 3년 새 13%포인트 이상
늘어났고 진보와 보수가 9.1%포인트, 4%포인트 줄었다.
세대별 중도 비율도 20대가 모든 세대 가운데 가장 컸다. 60대
이상(36.3%), 50대(35.4%)순이었고 40대(27.8%)가 가장 낮았다. 보수 성향이 강한 60대 이상에서도 중도(2004년
32.4%)가 늘어난 것은 대한민국의 전반적 중도 경향을 보여준다.
세대를 통틀어 봤을 때는 아직 보수(35.9%)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도(33.6%)는 그 다음이고 진보(30.5%)가 가장 적었다. 2003년에는
보수(41.3%)>진보(31.2%)>중도(27.5%)였고, 2004년에는 보수(37%)>진보(34%)>중도(29%)였다.
3년 새 중도가 6%포인트 정도 늘어나며 진보를 추월한 것이다. 반면 보수는 3년 새 5.4%포인트, 진보는 0.7%포인트 하락했다. 진보는
국가보안법 개폐 논란, 강정구 동국대 교수 파동 등 이념 충돌이 잦았던 2004~2005년 하락폭(3.5%포인트)이 컸고, 보수는 대통령
탄핵.총선 등이 있었던 2003~2004년(4.3%포인트 감소) 이탈이 많았다.
성균관대 석현호 교수는 '20대를 중심으로 한
중도주의 확산은 양 극단을 피하고 합리적으로 현실을 수용하자는 흐름이 반영된 것'이라며 '이런 추세는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게 아니어서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이번 조사는=성균관대 서베이리서치센터가 2003년 1213명, 2004년 1202명, 2005년
1431명을 면접조사했다. 설문에 응답자가 직접 답변을 적는 방식을 택해 전화 여론조사에 비해 신뢰도가 높다.
탐사기획팀
◆ 한국종합사회조사 참여 학자
성균관대 석현호.김상욱 교수, 아주대 윤정구 교수, 국민대 이명진 교수,
삼성경제연구소 최숙희 연구원, 성균관대 서베이리서치센터 고지영.김왕식.구혜란.박병진.엄한진.박영실 연구교수
◆ 중앙일보 탐사기획팀
정선구.강민석.김성탁.정효식.민동기.임미진 기자
"다른 사람 신뢰" 3년 사이 40% → 60%
"나는 중하층이다" 계층인식 18개국 중 바닥권
성균관대 서베이리서치센터와 본지가 2003~2005년 3년치 한국종합사회조사를 분석한 결과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3년 분야별 신뢰도 조사에서 16곳 중 5위였던 군은 올해 '신뢰한다'는 응답 비율이 6%포인트 떨어지며 11위로 추락했다. 반면 금융기관은 8.6%포인트 올라 7위에서 4위로 뛰었다. 주가가 최고치를 갱신하고 펀드 시장이 고수익률을 기록하는 등 호재가 이어지면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 시민단체 신뢰도 떨어지고 법원은 올라가=2003, 2004년 연속 1위를 차지한 시민단체의 신뢰도가 4단계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종교계는 두 단계 낮아진 성적표를 받았다. 이와 달리 대법원은 6위에서 3위로 신뢰도를 끌어올렸다. 대기업도 9%포인트가량 점수를 따며 두 단계 상승했다. 신뢰도가 가장 낮은 분야는 예년과 다름없이 국회로, 국회의원과 각 정당에 대한 불신이 심각함을 드러냈다. 정부 부처와 청와대, 지방정부와 노동조합 등의 신뢰도 역시 상대적으로 낮았다. 의료계와 학계는 꾸준히 높은 신뢰를 받는 것으로 나왔다. 다만 이번 설문조사가 황우석 줄기세포 진위 논란이 불거지기 전인 6~8월에 된 것이어서 앞으로 학계에 대한 신뢰도에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타인(他人)에 대한 신뢰도는 2년 새 크게 높아졌다. "다른 사람을 대체로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비율이 2003년 40%에서 올해 60.4%로 늘었다. 서베이리서치센터 박병진 연구교수는 "신뢰는 경제 발전이나 민주주의의 공고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타인에 대한 신뢰도가 전 연령층에 걸쳐 오른 것은 사회가 선진화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 한국인, "나는 중하층"=중소가전업체 부장인 이모(46)씨는 세금 등을 빼고 매월 급여로 380만원을 받는다. 2년 전 서울 강북에 30평형대 아파트를 장만했고 중형차도 갖고 있다. "어느 계층에 속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씨는 "집도 있고 자동차도 있으니 남들은 중산층이라고 할지 모르나 그에 못 미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저축할 수 있는 돈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씨는 중.고교에 다니는 두 아들의 과외비와 학원비 등에 소득의 3분의 1가량을 쓴다. 4인 가족 생활비와 아파트 대출금 상환액 등을 빼면 현재 생활 수준을 유지하기도 빠듯하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엔 회사 매출이 신통치 않아 직장에서의 지위마저 불안해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사회 계층을 최상층에서 최하층으로 구분할 때 우리 국민은 자신이 중간보다 약간 낮은 계층에 속한다고 여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하층을 10점, 최상층을 100점, 중간을 55점으로 할 때 평균 45.4점이 나와 주관적 계층 귀속감이 '중하층'에 속했다. 계층 귀속감 수치가 높을 경우 국민이 체감하는 삶의 질이나 만족감도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 "소득이 평균보다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낮다'고 답한 비율이 49.3%로 가장 많았다. '평균'이라는 반응은 36.2%, '높다'는 답은 14.5%에 그쳤다. 계층 귀속감이 중하층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외환위기 이후 발생한 중산층 붕괴 현상이 아직 개선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국제적으로 비교해 보면 한국은 조사 대상 18개국 중 계층 귀속감 수준이 네 번째로 낮았다. 한국인이 포르투갈.체코.우루과이 국민 다음으로 자신의 계층 수준을 낮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66.3점으로 1위를 차지한 미국을 비롯해 노르웨이(2위).스위스(3위) 등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많은 국가들이 상위권을 휩쓸었다. 다만 일본은 고소득 국가이면서도 계층 귀속감은 한국보다 약간 높은 수준(48.9점.11위)을 보였다. 경제적 불만족이 커졌다는 결과도 나왔다. "경제 상태에 대해 어느 정도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불만족스럽다'는 답변이 44%였다. '만족'은 27.9%에 불과했다. 10년 전인 95년 조사와 비교해 만족률은 10%포인트가량 줄고 불만족률은 15%포인트 늘었다. ◆ 종합사회조사 참여 학자 성균관대 석현호.김상욱 교수 아주대 윤정구 교수, 국민대 이명진 교수 삼성경제연구소 최숙희 연구원 성균관대 서베이리서치센터 고지영.김왕식.구혜란.박병진.엄한진.박영실 연구교수 ◆ 중앙일보 탐사기획팀 정선구.강민석.김성탁.정효식.민동기.임미진 기자<deep@joongang.co.kr> |
2005.12.21 05:38 입력 / 2005.12.21 07:26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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