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미꽃
어려서도 할미꽃
젊어서도 할미꽃
늙어서도 할미꽃
할미꽃은 언제 보아도 할미꽃이다.
이른 봄 양지바른 언덕이나 무덤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할미꽃을 이제는 보기가 참 어렵다.
일설에는 환경의 변화나 오염이 이꽃의 도태를 부추켰다고 한다.
어린시절
따뜻한 봄날 친구들과 동산에 올라 제비꽃이며 진달래,개나리를
꺾어들고 집으로 향하면서 무심히 지나쳐버린 할미꽃.
어떤 때에는 심심풀이로 꺾어 내어 버렸던 서러운 꽃.
화려한 봄날의 조연으로만 내던져진 꽃이... 지금은 귀한 관상가치로
가정의 화단에서 그 수줍은 꿈을 꾸고 있으리라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할미꽃은 무덤의 가장자리나 주위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꽃이다.
물빠짐이 좋고 양지쪽, 바람의 순환이 잘 되는 석회질이 많은 곳에서 잘 자란다.
꽃은 꽃자루 끝에서 아래를 향하여 6개의꽃잎이 달리며, 외부에는 흰 잔털이 무수히 나
있으나 내부에는 없고, 붉은 색을 띤 자주빛이다.
▲ 할미꽃의 암술머리
왜 할미꽃이란 이름이 붙었을까?
할미꽃은 수줍은 듯 아래를 향하고있다. 꽃자루를 들고 있는 꽃대가 제 힘에 겨워
아래로 향한 모습이 허리가 휜 할머니의 걸음걸이를 연상케 한다.
또,꽃 지고 난 후 꽃자루위에 달걀 모양의 열매가 열리는데
암술머리가 자란 털이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 머리를 떠올리게 한다.
우리 어린 시절 자주 보던 둥굽은 할머니...영락없는 그 모습이다.
▲고개숙인 할미꽃(화니님)
할미꽃에는 슬픈 전설이 있다
옛날 시골 마을에 한 늙은 할머니가 두 손녀를 키우고 살고 있었다.
큰 손녀는 얼굴이나 자태는 에뻤지만 마음씨가 아주 고약했으며, 둘째 손녀는
비록 얼굴은 못생겼지만 마음씨는 비단처럼 고왔다.
어느덧 두 손녀는 결혼 할 때가 되었다. 그래서 얼굴이 에쁜 큰 손녀는 가까운 이웃
부잣집으로 시집을 갔고, 얼굴이 못생긴 둘 째 손녀는 고개 너머 마을의 아주
가난한 집으로 시집을 가게 됐다. 둘째 손녀는 먼 곳으로 시집을 가게 되자 홀로 남은
할머니를 자기가 모시고 가겠다고 했으나, 큰 손녀는 남의 눈도 있으니 가까이에 사는
자기가 할머니를 돌보겠노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집간 지 얼마 되지 않아 큰 손녀는
할머니를 돌보는데 소홀하게 되었다. 마침내 할머니는 끼니조차 이을 수 없는 형편이
되었다. 그래도 가까이에 살고 있는 큰 손녀는 모른 채 하며 지냈다.
할머니는 마음씨 고운 둘째 손녀가 그리웠다. 그래서 할머니는 둘째 손녀를 찾아 산 너머
마을을 향해 길을 떠났다. 그러나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할머니가 어떻게 그 큰 고개를
넘어 갈 수가 있었으랴. 가파른 산 길을 오르던 할머니는 기진맥진하여 둘째 손녀가
살고있는 마을이 가물가물 내려다 보이는 고개에서 쓰러져 버렸다.
그리고는 말 한마디 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뒤늦게야 이 사실을 알게 된
둘째 손녀는 허겁지겁 달려와 할머니를 안고 통곡을 했지만 돌아가신 할머니는 아무 말이
없었다. 둘째 손녀는 시집의 뒷동산 양지바른 곳에 할머니를 묻고 늘 바라보며 슬퍼했다.
이듬해 봄이 되자 할머니 무덤가에 풀 한 포기가 피어났다. 그 풀은 할머니의 허리같이 땅으로
굽은 꽃을 피웠다. 둘째 손녀는 이 때부터 할머니가 죽어 꽃이 되었다고 믿고 이 꽃을 할미꽃
이라고 불렀다.
▲ 동강할미꽃(산귀래님)
제 철을 지나서도 한참 지난 초겨울
어느 인적없는 산속 무덤가에
작은 꽃대를 밀어올려
살짝 고개들고
어렵게 어렵게
제 홀로 피어난 할미꽃.
그 누가 보아주지 않아도 제 아름다움을 간직한
수줍은 새악시같은 얼굴을 뒤로하며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숙연해지는 이유는
무엇때문일까!
♣ 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
할미꽃
이 해인시
손자 손녀
너무많이사랑하다
허리가많이 굽은
우리 할머니
할머니 무덤가에
봄마다 한 송이
할미꽃 피어
온종일 연도(煉禱)를
바치고 있네.
하늘 한 번 보지 않고
자주빛 옷고름으로
눈물 닦으며
지울 수 없는 슬픔을
땅 깊이 묻으며
생전의 우리 할머니처럼
오래 오래
혼자서 기도하고 싶어
혼자서 피었다
혼자서 사라지네.
너무 많이 사랑해서
너무 많이 외로운
한숨 같은 할미꽃
2005.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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