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文學산책 마당

친구에게/이해인

鶴山 徐 仁 2005. 12. 20. 09:15

        친구에게

        이해인


        나무가 내게
        걸어오지 않고서도
        많은 말을 건네 주듯이
        보고 싶은 친구야
        그토록 먼 곳에 있으면서도
        다정한 목소리로
        나를 부르는 너

        겨울을 잘 견디었기에
        새 봄을 맞는 나무처럼
        슬기로운 눈빛으로
        나를 지켜 주는 너에게
        오늘은 나도
        편지를 써야겠구나

        네가 잎이 무성한 나무일 때
        나는 그 가슴에 둥지를 트는
        한 마리 새가 되는 이야기를

        네가 하늘만큼
        나를 보고 싶어할 때
        나는 바다만큼
        너를 향해 출렁이는 그리움임을
        한 편의 시로 엮어 보내면

        너는 너를 보듯이
        나를 생각하고
        나는 나를 보듯이
        너를 생각하겠지?
        보고 싶은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