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sun.com 생각]
"북한과 전쟁이라도?"…우리당, 그 입 다물라 김재은 기자 2ruth@chosun.com
“미국의 보수강경파와 한국의 일부 보수세력들은 어떤 의도를 가지고 북한인권문제를 다루고
있는가? …그들이 북한 인권을 위해 북한과 전쟁이라도 하겠다는 것인가?”(열린우리당 성명) 8일 서울에서
개막한 북한인권대회를 두고 열린우리당이 9일 성명을 냈다. 우리당은 이 글에서 “북한과 전쟁이라도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임채정 의원 등
6명의 여당 의원들은 이날 공동명의로 낸 이 성명에서 “서울 ‘북한인권국제대회’개최와 더불어 북한인권문제가 크게 부각되고 있다”면서 “북한인권을
국제사회에서 공론화해 북한 인권개선에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강래 의원은 또한 브리핑에서 “인권을
앞세워서 핵문제를 풀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한 6자회담을 저해시키기 위한 의도가 포함된 것이 아니냐는 강한 의심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의원들은 “정기국회 중이기 때문에 인권대회에 초청을 받고도 가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열린우리당이 이런
목소리를 내는 동안에도 북 인권 침해는 진행중이다. 8일 대회 행사장 앞에는 흰 마스크를 쓴 탈북 여성 한명이 “사촌 동생이 중국 공안에 잡혀
있다. 이대로 북송되면 수용소에 갇혀 평생 강제노동만하다 죽어야 한다”면서 울먹이며 서있었다. 탈북자
김태진씨는 자신이 수감됐던 함남 요덕 정치범수용소의 열악한 상황을 폭로하며 “수감 당시 체제를 비난하는 말을 했던 사람 7명은 처형됐고
심문과정에서 가해진 고문 후유증 때문에 26명이 사망했다. 수감자들은 대부분 탈북 후 강제 북송된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제이 레프코위츠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등은 “중국은 탈북자에 대한 난민조약을 준수해 이들에 대한
북한으로의 송환 작업을 중단하고 망명을 요구하는 탈북자들에게 접근권을 줘야한다”고 요구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북한인권대회에 모인 세계의 인권 전문가들은 “북한 인권 문제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 중 하나”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회에 참가한 수잔 숄티 미국 디펜스포럼재단 회장은 “미국에서는 이미 기독교,
유대교, 불교, 이슬람교 할 것 없이 북한 인권을 위한 연합에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정치와 종교적 차원에서 차이는 있지만 북한이
자유롭게 돼야 한다는 데는 모든 단체에 이견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데이비드 호크 전 엠네스티인터내셔널(AI) 미국 지부장도 “미국 내
북한인권에 대한 관심은 네오콘뿐만 아니라 개혁성을 띤 단체들에게도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엘리자베스 바사
국제기독연대 인권옹호 변호사는 “유럽의 비정부 기구(NGO)들이 북한 인권 문제를 유엔에 상정시키기 위해 자국의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많은
협의를 했다”며 “지난달 유엔총회의 북한인권 결의안에 찬성한 나라는 5대륙에 걸쳐 있다”고 말했다.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은 국경을 넘어 정치적 성향과 종교 마저도 초월하고 있다. 그런데 열린우리당만은 이번 대회의 ‘의도’를 운운하면서 눈과 귀를
닫고 있다. 오히려 “이번 대회가 6자회담의 걸림돌이 되지 않기를 희망한다”면서 “전쟁이라도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말하고 있다.
여당이 이 대회에 불참한 것까지는 봐줄 수 있다. 그러나 더 이상 북한 인권 개선에 훼방은 놓지 말기를
바란다. 열린우리당, 그 입부터 다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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