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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에는 땅속 자원이
없다. 땅 위의 사람이나 야생동물들에게 그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이었는지 모른다. 덕분에 케냐는 이웃 아프리카 국가들이 겪는 유혈 내전과 그로
인한 기아를 피할 수 있었다. 대신 아름다운 자연과 평화를 얻었다. 케냐 수도 나이로비가 동아프리카의 관문이 된 이유다. 사파리를 목적으로 한
대부분의 아프리카 여행은 나이로비에서 시작된다. ◆ 차가운 샘=조모 케냐타 국제공항에 내리자마자 '아프리카는 덥다'는 고정관념이 산산이 부서진다. 나이로비는 적도에서 160㎞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영상 18도 정도의 쾌적한 기온이 연중 계속된다. 해발 1800m가 넘는 고지이기 때문이다. 아침 저녁으로 선선하고 낮에도 그리 뜨겁지 않다. 나이로비란 이름도 '차가운 샘'이라는 마사이 방언 '엥카레 나이로비'에서 유래했다. 가축들에게 먹일 신선한 물이 있는 마사이 족의 광활한 목축지였던 곳이리라. 동아프리카를 식민지화한 영국이 케냐 동해안 몸바사에서 우간다 캄팔라를 잇는 철로를 놓다 중간 기착지로 건설한 도시다. 전설에 따르면 마사이족은 신의 자손이다. 아버지인 응가이 신한테 허락을 받고 세상 구경을 하러 하늘에서 밧줄을 타고 내려왔다. 그런데 신의 경고를 잊고 사슴 한 마리를 잡아먹었단다. 격분한 신은 밧줄을 잘라 버렸다. 마사이족은 용서를 빌었고 신은 함께 내려보낸 소와 양의 숫자가 만족할 만큼 늘어난다면 밧줄을 다시 내려주겠다고 약속했다. 마사이족이 목축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소 기르기 말고는 욕심이 별로 없다. 매사 태평이고 바쁠 게 없다. 마사이 속담에 '하라카 하라카 하이나 바라카'라는 게 있다. '빨리 빨리 하면 복이 없다'라는 뜻이다. 대신 '뽈레 뽈레'란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천천히 천천히'라는 의미다. 그래도 인구 200만의 나이로비는 도시답다. 도심 교차로 주변은 언제나 극심한 교통 체증에 시달린다. 차량은 늘었는데 도로는 식민지 시절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 라이언킹의 사바나=뭐니뭐니해도 아프리카 여행의 백미는 사파리다. 그중에서도 마사이마라 국립보호구역은 탄자니아의 세렝게티 대평원과 함께 아프리카에서 가장 유명한 사파리 투어 장소다. 지평선과 맞닿은 초원과 고즈넉하게 서있는 로코니(우산 아카시아), 눈부시게 푸른 하늘과 뭉게구름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아무렇게나 셔터를 눌러도 그림엽서가 된다. 사실 세렝게티 평원의 북쪽 끝이 마사이마라다. 식민 열강들이 지도 위에 금을 그어 국경을 만든 탓이다. 여권 없는 야생동물들은 자유롭게 국경을 넘지만 사람에게만 길이 막혀 있다. 시멘트로 만든 푯말만 있을 뿐 경계도 따로 없는데 선을 넘으면 용케 알고 국경 순찰차가 달려온다. 수백만 마리의 누.얼룩말 등 초식동물떼가 더 많은 풀과 물을 찾아 계절별 대이동을 한다. 사자나 표범.하이에나 등 포식자들도 따라 움직인다. 대이동 중 누 떼가 악어가 매복해 있는 마라강을 건널 때는 야생 다큐멘터리의 단골 소재가 되는 장관을 연출한다. 마라강을 따라 12~3월에는 세렝게티, 8~10월에는 마사이마라에서 더 많은 동물을 볼 수 있다. 사파리의 운전기사는 귀신같이 사자나 표범이 있는 곳으로 관광객들을 안내한다. 이밖에 가장 아름다운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을 볼 수 있는 암보셀리 국립보호구역과 세계 최대의 홍학 서식지인 나쿠루 호수 국립보호구역 등이 유명하다. ◆ 아랍의 전설=사파리를 하면서 뒤집어 쓴 먼지를 씻기 위해서 몸바사로 간다. 케냐 제2의 도시인 몸바사는 아름다운 섬이다. 탄자니아의 잔지바르와 함께 동아프리카 인도양 연안에서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아프리카와 아랍 문명이 만나 빛나는 문화의 꽃을 피웠다. 그만큼 상처도 많다. 몸바사의 옛 이름 '음비타'는 '전쟁의 섬'이라는 뜻이다. 아프리카 원주민의 왕국이 세워졌다가 8세기 초에 페르시아인들이 상업 도시를 건설했다. 16세기에는 포르투갈, 19세기에는 영국으로 소유권이 넘어갔다. 몸바사의 상징인 '포트 지저스' 요새는 1593년 포르투갈인들이 세운 것인데 이후 300년 동안 아홉 번이나 주인이 바뀌었다. 그런 와중에 많은 원주민이 노예로 팔려가는 슬픈 역사도 안고 있다. 하지만 밤에도 따뜻한 바닷물과 밀가루처럼 고운 백사장은 그야말로 파라다이스다. 그래선지 바다 위에 떠있는 많은 아랍식 범선들은 '천국의 문'이라는 뜻을 가진 '나왈리커 다우'라 불린다. 밤하늘에는 쏟아질 것만 같은 별들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흔하게 보던 것이 아닌 남반구의 별자리들이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마시는 케냐 맥주 터스커도 맛있다. <나이로비.몸바사> 글.사진=이훈범 기자 *** 여행정보 아프리카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는 기존 패키지 대신 대표적 사파리 투어 장소인 케냐만 돌아보는 실속형 '리얼 아프리카' 여행상품이 개발됐다. 일정도 10박11일로 줄고 목요일 밤에 출발해 일요일에 돌아오기 때문에 시간 내기 어려운 직장인들도 금요일 하루만 휴가를 내면 훌쩍 떠날 수 있다. 야생동물 사파리는 물론 인도양에 몸을 담글 수도 있어 허니문 여행으로도 좋을 듯. 문의: 카타르 항공 02-3708-8532, 유로투어 02-732-1337, 하나투어 02-2127-1318, 현대드림투어 02-3014-2335, SK투어비스 02-2196-4050, 포커스 투어 02-397-3341, 범한여행 02-2001-4607 2005.12.08 15:27 입력 / 2005.12.08 16:06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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