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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26㎢ 면적의 이곳은 전체 주민수가 지난 10월 1일 현재 1763가구, 4656명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박사는 10월 25일 현재 94명이나 배출됐다. 18~19가구당 1명꼴로 박사가 탄생한 셈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그 이름을 알고 있을 정도로 관운이 끊이지 않는 한승수(韓昇洙·68)씨도 바로 이 마을 출신이다. 13·15·16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대통령 비서실장, 경제부총리, 외교통상부 장관, 상공부 장관, 주미대사를 거친 국제경제통으로 2001년부터 1년간 유엔총회의장을 맡은 뒤 요즘에는 2014년 동계올림픽 개최를 목표로 창립된 ‘2014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이 마을의 3호 박사다.
이곳에선 1963년 송병덕씨가 미국 로마린다 대학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처음으로 취득한 이후 한 해 평균 2명도 넘게 박사가 배출되고 있다. 형제인 박흥수(朴興壽·69) 전 EBS 사장, 박용수(朴龍壽·60) 전 강원대 총장과 송병기(宋炳基·70) 경희대 한의학과 교수도 이곳 출신이다.
4부자녀 박사 집안도 있고 3부자 박사, 3남매 박사도 있다. 최신참 박사는 홍준성씨. 그는 지난 9월 20일 일본 규슈대학에서 농학박사 학위를 땄다.
이 마을에 박사가 양산되는 현상이 한때는 풍수지리설로 설명되기도 했으나, 이는 외지인이 만들어낸 근거없는 이야기라는 게 이 마을 어르신네들의 지적이다. 이들은 그 이야기를 꺼내면 화부터 낸다.
그렇다면 이 마을의 저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건가? 주민 송병기(71·농업)씨는 “예전에는 주민들이 광주리를 이고 휘청대는 나룻배로 춘천시내에 나가 농산물을 팔았지. 그걸 본 자식들이 부모처럼 고생하지 않으려고 공부를 열심히 한 덕이야”라고 설명했다.
박상근 서면면장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그는 “이곳 사람들이 자동차로 춘천시내를 자유롭게 출퇴근하기 시작한 게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라면서 “그(1968년) 이전에는 배를 타고 다니느라 시내에 있는 학교로 통학하려면 꼬박 3시간을 보내야 했는데, 이처럼 어렵사리 통학하는 동안 성실함과 향학열로 무장돼 학업에 열중한 결과물”이라고 했다.
최중훈(50·공무원)씨는 ‘서향(西向) 덕분’이라고 했다. 그는 “춘천의 해는 동내면의 명봉과 대룡산에서 떠오르지만 가장 먼저 밝아지는 곳은 서면”이라면서 “이처럼 볕이 일찍 들다 보니 주민 대부분 아침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몸에 배어있다”며 “남보다 빨리 하루를 여는 부지런함이 이룬 성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바로 옆집에서 박사가 나왔다고 하니,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확산된 덕분이기도 하다”라고 분석했다.
정상진(39·회사원)씨는 “아버지한테 들은 이야기”라며 “저녁 나절에 서면에서 동쪽을 보면 온통 전깃불로 둘러싸인 춘천시내가 동경의 대상으로 다가오죠. 그걸 바라보면서 이 어두운 곳에서 저 밝은 곳으로 가려면 공부를 잘 해야 한다고 다짐들을 했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마을 한복판에는 ‘박사마을 선양탑’이 우뚝 솟아있다. 1999년 강원도와 춘천시의 지원금에 주민들이 십시일반 거둔 돈을 모아 8000만원을 들여 지은 것이다. 여기에는 10월 25일 현재 90명의 박사 명단이 새겨져 있다. 이 탑은 4m 높이로 상단에 박사모를 조각, 배움의 길에 있는 학생들로 하여금 큰 뜻을 품도록 자극하고 있다.
사법고시 합격자도 7명에 이르는, ‘공부 잘하는 이 마을’의 명성은 멀리 미국에까지 전해지고 있다. 지난 6월에는 한 재미동포 부부가 “박사아이를 갖고 싶어 이곳에 왔다”며 3일간 머물고 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런 현상을 기대했음인지 최근 들어선 이곳에 숙박업소들이 급증하고 있다. 모텔 9개, 펜션 5개, 민박집도 12개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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