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敎育.學事 關係

[전교조 창립 16년] '초기멤버'들의 목소리 "이건 아니었는데…"

鶴山 徐 仁 2005. 11. 4. 14:14
"反美·정치투쟁서 학생에게 돌아와야"

처음의 참교육 열정 혹시 변질된건 아닌지…
국민을 자기편 만들지 못하는 이유 고민해야
양근만기자 study@chosun.com
안석배기자 sbahn@chosun.com
입력 : 2005.11.03 20:38 05' / 수정 : 2005.11.04 05:50 43'


▲ 이인규 서울 미술고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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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참교육
“과거에 명분 있는 걸 내세워 운동할 때는 전교조가 박수도 받고 힘도 얻었는데….”

서울미술고 이인규 교감(46). 전교조가 1989년 출범하기 전 초창기 주요 멤버 중 한 명이다. 당시 참교육실천위원회 산하 ‘사회교육을 위한 교사 모임’ 회장을 지냈다.

이 교감은 “요즘의 전교조를 평가해달라”고 하자 “괜한 오해받기 싫다”며 처음엔 입을 닫았으나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초창기 전교조운동은 촌지 거부, 교과서 개정, 교권 옹호 등 학부모와 교사들이 환영할 만한 현장의 요구를 반영했습니다. 현재의 전교조가 나름대로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것은 아니겠지만 지도 노선이 현장의 요구와는 거리가 있는 거대 담론 위주인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그는 “전교조 운동 방향이 일부 지도자들의 필요에 의해 상층부가 미리 정해 놓은 ‘신자유주의 반대’라는 특정 가치관과 이념에 매몰돼 결정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운동이란 것은 현장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대중들이 아파하는 것을 대변해야 합니다. 그런데 여러 현상을 특정 이념이란 잣대로만 판단한다면 해결책도 현장과는 따로 놀 수밖에 없지요.”

그는 전교조의 교원 평가 반대에 대해서도 “노조는 당연히 평가를 반대하는 것이고, 이는 세계 어느 나라 노조나 마찬가지다. 교원 단체에 끌려 다니는 교육부가 더 문제 아니냐”고 했다. 그는 “초창기 3만명이던 회원이 지금은 10만명까지 늘어났지만 조합원 지지도도 낮고 국민에 대한 영향력도 없어 보인다”며 “전교조가 국민들을 자신들 편으로 만들지 못하는 모습이 아쉽다”고 충고했다.


▲ 전교조 홈페이지에 있는 반미집회 동영상. 일군의 시위대가 성조기를 불태우고 있다.
전교조의 모태인 민주교육추진 전국교사협의회(전교협)가 1987년 출범할 당시 활동했던 윤모(49)씨는 “우리가 초창기 교육운동을 시작할 때는 그 중심에 학생이 있었지만 요즘 전교조 활동에는 학생이 보이질 않는다”고 했다. 1988년 해직돼 전교조 출범에는 참여하지 못했다는 그는 “전교조가 출범초기에는 ‘참교육’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했지만 지금은 그 정신이 많이 변질된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전교협 활동을 할 당시 5년차 ‘새내기 교사’였다는 그는 “우리는 그때 교직에 대한 열정과 아이들을 더 잘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으로 뭉쳤다”며 “교육운동을 하기 위해 도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주장했던 ‘참교육’은 아이들을 잘 가르칠 수 있는 실력과 아이들에게 존경받을 수 있는 인품, 그리고 동료 교사들에 대해 인간적으로 다가서는 겸손함을 갖추자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윤씨는 “처음 전교조를 구상했을 때와 지금의 모습이 달라 당황스럽다”며 “전교조가 정치세력화되고 이익단체로 변한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윤씨는 “교사는 개인적으로 급진적 생각을 하더라도 행동은 최대한 점진적이고 보수적이어야 한다”며 “최근 논란이 된 전교조 부산지부의 ‘APEC바로알기’ 수업안은 교육적 관점에서 볼 때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교조 1세대들은 교육운동의 의미를 순수한 민주화 운동으로 생각했다”며 “요즘처럼 이데올로기적으로 경직된 모습은 초창기 우리들의 모습이 아니다”라고 했다.


▲ 전교조의 제주도 4.3사건 계기교육 칠판 부착자료로 올려놓은 그림 중 하나
그는 전교조가 획일적 평등주의를 주장하는 것도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고교평준화 확대, 특수목적고 신설 반대 등을 전교조가 주장하고 있지만 이 때문에 오히려 사(私)교육이 팽창하고 계층이동이 원천 봉쇄되지 않았느냐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윤씨는 “지금이라도 전교조는 반미·정치투쟁에서 학생에게로 돌아와야 한다”고 했다. 전교조가 과연 학생들을 위한 조직인지 아니면 조직원들의 이기주의를 충족시키기 위한 조직인지, 전교조 집행부와 교사들은 이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