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29일(토) 방영된 <미디어포커스>를 통해, 강정구
파문은 이른바 ´보수´ 언론들이 10·26 재보선을 위해 판을 키운 것이라는 의혹을 우회적으로 제기하고 나섰다.
이 프로그램의
진행자 이재강 기자는 "(강 교수 사태가)그렇게 중요한 문제라면 끝까지 해결을 하고 넘어가야지, 지금은 또 왜 이렇게 조용한지, 의아스럽다"고
말했다.
나신하 기자는 "강 교수를 구속하지 않으면 나라가 결딴날 것 같은 분위기는 10.26 재선거 이후 급격히 냉각됐고, 강
교수와 관련된 내용도 언론에서 거의 사라졌다"고 전했으며, 고정 출연자인 최경진 교수 역시 "선거가 끝나자마자, 언론에서 강 정구 교수 논란이
급격하게 줄어든 것은, 이것은 언론이 강정구 교수 논란을 빌미로 해서 어떤 정치적 이념 논쟁에 과도하게 개입한 것은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한편 보수언론들이 특정이념에 치우친 보도를 했다고 비난하며, 반면 "방송보도의 경우엔 양측의 입장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는 흔적이
역력했다"고 자화자찬(?) 했다.
29일자 미디어포커스 <‘강 교수’ 발언 파문...이념의 틀에 갇힌 언론> 부분
녹취록
사회자(이재강 기자): 지난 몇 주간 중국산 김치 파동과 함께, 신문 방송의 헤드라인을 떠들썩하게 장식했던 게 또
강정구 교수의 발언과 관련한 파문이었죠. 우리 사회에서 지금 언론이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하는 사건이었는데요. 이 문제는
나신하 기자와 함께 알아 보겠습니다.
사회자: 나 기자
나기자: 예
사회자: 한 동안 온 나라가
떠들썩 했는데요.
나기자: 예
사회자: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도대체 뭐 땜에 그렇게 시끄러웠는지, 그렇게 중요한
문제라면은 끝까지 해결을 하고 넘어가야지, 지금은 또 왜 이렇게 조용한지, 의아스러운데요. 이번 파문의 전말부터 한 번 알아 볼까요?
나기자: 예. 말씀하셨던 것처럼 강정구 교수 발언에 대해 언론들은 마치 특종 경쟁이라도 하듯, 연일 온갖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먹고 살기 바쁜 일반 국민들로서는 특별한 관련도 없는 이념 논쟁, 그리고 정치권의 공방이 10월 한 달을 아주 떠들썩하게 만들었습니다. 한
대학교수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어떻게 시작돼서, 어떻게 증폭됐는지 정리해 봤습니다.
"애국시민 단결하여 반역자 강정구를
처단하자" (자료화면 : 2005. 10. 04 자유진영 집회)
"국민과 함께 구국 운동을 벌여 나갈 것입니다" (자료화면 :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기자회견 2005. 10. 18)
리포터(나기자): 이달들어 이른바 보수신문과 보수단체 , 정치권 일각에서
일제히 들고 있어난 강정구 교수 발언 파문은, 그 뿌리가 지난 7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한국 전쟁은 북한 지도부가 시도한 통일
전쟁이었다" (자료화면 : 데일리서프라이즈 2005. 07. 27 강정구 기고문)
리포터 : ´맥아더는 전쟁광이자 양민
학살범이다.´ 라는 파격적 주장은, 보수와 진보 세력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강정구 : "분단과 냉전 이데올로기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만들어진 우상이죠" (인터뷰 2005. 07. 28)
리포터 : 국민 정서와 상이한 강 교수의 이러한 주장은 지난달 말
, 한 대학의 토론회에서 더욱 과격한 형태로 표출 됐습니다. 강 교수의 주장을 반박하는 기사가 잇따르는 가운데, 이른바 보수 신문을 중심으로 강
교수를 제재해야 한다는 주장이 터져 나왔습니다.
"강정구를 때려잡자" "때려잡자 . 때려잡자." (자유진영 집회)
리포터 : 경찰청장이 구속수사 방침을 밝힌 이후 , 언론의 관심은 강 교수의 구속여부에 쏠렸습니다.
"천정배 법무부
장관은 오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강 정구 교수를 불구속 수사하도록 검찰총장에게 지시했습니다"(자료화면 : KBS 뉴스
9 (2005. 10. 12))
리포터 :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행사에 반발해 검찰총장이 사퇴한 가운데 , 논란은 이른바
국가정체성과 색깔론 공방으로 번졌습니다.
"이 정권은 무엇을 위해서 체재를 부정하는 사람들을 부정하는지, 대한민국을 어디로 이끌고
가려고 하는지, 분명하게 밝혀 주십시오" (자료화면 :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진정한 사회통합을 가로막고 헌정질서와 인권을
앞장서서 파괴하려는 무책임한 행위임을 엄중히 경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
리포터 : 강 교수를 구속하지
않으면 나라가 결딴날 것 같은 분위기는 10.26 재선거 이후 급격히 냉각됐고, 강 교수와 관련된 내용도 언론에서 거의 사라졌습니다.
사회자: 네. 강 교수의 발언을 엄청난 국가적 사건으로 그렇게 만든 주역중에서 언론, 그 중에서도 소위 보수 신문을 빼놓을 수
없을 텐데요, 이번 사태에 대한 언론의 보도, 어떻게 됐습니까..
나기자: 이념문제를 다루는 언론의 태도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가 있습니다. 안보논리를 강조하는 이른바 보수신문 , 그리고 화해와 포용을 내세우는 진보언론, 그리고 중립을 유지하려는 방송사와 기타 언론
등입니다. 이번 언론 보도도 그런 보도 양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이른바 보수언론은 이번 사안을 국가정체성의 혼란이라는
시각에서 접근했습니다. 연일 강 교수의 발언을 비판하며 강 교수의 사법처리에 힘을 실어줬습니다.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행사에 대해서도 매우
비판적이었습니다.
이른바 진보적 언론들은 강 정구 교수의 발언을 사법적 잣대로 재단하는 것은 색깔론일 뿐이라고 맞섰습니다.
오히려, 강 교수 처벌의 근거가 되는 국가보안법이 문제라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차별화된 목소리도 없지 않았습니다. 일부 언론은
이번 논쟁 자체가 지나치게 가열됐다고 비판했습니다. 방송보도의 경우엔 양측의 입장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는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이달 초, 강
교수에 대한 수사를 앞장서서 촉구했던 중앙일보는 지난 24일, 소모적 논쟁의 중단을 촉구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사회자: 네 .
논쟁중엔 소모적인 논쟁도 있고, 생산적인 것도 있을텐데, 이번 사태를 돌이켜보면 우리 사회가 , 그런 분란을 겪으면서 지금 뭘 얻었는지, 참
궁금한데요. 일부 언론이 지나치게 특정 성향의 목소리만을 대변하는 데서, 이런 소모적 논쟁이 일어났다, 이런 지적도 있지 않습니까?
나기자: 그런 측면을 무시할 수가 없습니다. 물론 언론, 신문사들이 나름대로 입장을 갖는 것을 나무랄 일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최소한의 균형이겠죠. 그리고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열린 자세가 아닐까 합니다. 이번 파문을 다루는 언론의 의제설정이 과연 적절했는지 ,
학자 그리고 전문가들의 시각을 통해 진단해 봤습니다.
지난 20일 , 조선 동아 중앙등 이른바 보수신문 앞에서 , 그리고 KBS를
비롯한 방송사 앞에서도 강 교수 관련보도 태도를 비판하는 언론단체의 1인시위가 열렸습니다.
최민희/민언련 사무총장 : "스스로
개혁적이거나 진보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 , 그야말로 한 지식인의 입장일 수 있는 사안이 , 전 사회의 이념논쟁을
불러 일으키는 것을 보면, 무엇인가 우리가 이념과 사상과 학문의 자유에 대해서 사회적 합의를 확실히 하고 넘어가는게 좋지 않을까 .. 이런
생각을 하구요. 학문적으로 과연 6.25가 내전이었는지 , 이게 순수한 의미의 통일 전쟁이었는지의 여부를 따져보도록 하는 것이 제대로 된 의제의
설정이겠죠. 근데 애초부터 이게 이념몰이를 일으켰다는 것부터가 의제 설정이 잘못됐구요."
리포터(나기자) : 보수단체의 대규모
집회가 열린던 날 아침, 보수언론으로 꼽히는 중앙일보는 매우 의미있는 여론조사 결과를 내놨습니다. 국민의 46%가 강 교수의 사태에 관심이
없으며, 강 교수의 발언이 위협적이라는 의견은 36%에 그쳤습니다. 이번 사안이 지나치게 부풀려 졌다는 얘깁니다.
한홍구/성공회대
교양학부 교수 : "그렇게 영향력이 크고, 위험한 인물인지는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전혀 그렇지 않을 사건을 키운거죠. 국가가 위기 상황에
있는 것처럼 , 위기다 위기다 , 아우성 치면서 몰고 갔는데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그렇게 간단한 나라가 아니구요, 국가정체성을 누가 정하는
겁니까? 국민들이 정하는 것 아닙니까?"
리포터: 논란이 커질대로 커진 지난 18일 , 보수적인 논조를 이어 온 조선일보의
보도에도 작은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강 교수의 부당한 주장도 사상의 시장에서 걸러져야 한다는 학계의 의견을 비중있게 소개한 것입니다.
박효종/서울대 국민윤리교육과 교수 : "강 정구 교수가 제기한 문제제기는 가능했다면 학문의 틀에서 , 또 사상의 자유라고 하는
커다란 틀에서 보는 것이 좋았겠다라는 생각을 저는 정말 개인적으로 합니다. 저는 사실 보수에 속하는 사람인데, 그 의견에 대해서 저는 정말
반대하지만, 그와 같은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라고 하는 이 사실 자체를 인정하는 것, 이와 같은 것들이 따지고 보면은 자유주의가 지향해야 될
가치다..."
리포터: 이번 논쟁의 의제가 국가 정체성 , 또는 색깔론 여부 등에 집중된 사이, 언론의 자유라는 또다른 중요한
의제는 소홀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민환/고려대 언론학부 교수 : "언론이 보수냐 진보냐를 따지지 않고 , 사상의자유
,학문의 자유, 표현의 자유 , 언론의 자유 이걸 옹호하고 키우는 쪽으로 힘을 모아야 됩니다. 그런데 우리 언론은 , 자기 언론의 자체 기반을
강화하는 사안이냐, 아니냐 이걸 따지기 보다도 , 이데올로기를 앞세워 가지고 그걸로 재단을 하는 경향이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해요. "
리포터: 강 교수에 대한 불구속 수사의 의미가 지나치게 부풀려진 측면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김래영/변호사: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하여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것은 검찰청법 제 8조에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법적인 하자는 없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러나, 야당의 반발이나 보수세력의 공격이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과연 장관이 논란거리인 강 정구 교수의 구속여부에 대해서 수사권지휘를 반드시
해야만 했는가? 이런 적절성의 문제는 비판받아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 이러한 비판이 있다고 하여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적절성 여부를
넘어서, 국가정체성의 문제로까지 간다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고 문제의 핵심을 놓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리포터: 강 교수의
가족사를 들어 비난 기사를 실은 데 대해서도 논란이 있었습니다.
한홍구/성공회대 교양학부 교수 : "지적인 빈곤에서 나온게 가족을
공격하는 연좌제에 쓰인 거죠. 근데 저는 이 연좌제 문제는 우리 사회가 정말로 건드려서는 안 되는 문제였고, 자식이 맘대로 되는 집안이 어디
있습니까? 입만 뻥끗하면 국가가 어떻고 안보가 어떻고 하는 사람중에 자식 군대 보낸 사람이 얼마나 됩니까? "
리포터: 또 이른바
보수언론들은 법무부 장관의 말 바꾸기에 대한 기사를 싣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일보는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과 검찰도 과거 ´수사지휘권
유지´를 지지했다고 꼬집었습니다. 또한 보수언론 역시 지난 2001년 불구속 수사에 대한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김민환/고려대 언론학부 교수 : "한국에 필요한 것은 KBS, MBC 또 조중동 이러한 것들 , 메이저 언론은 좌,우 날개가 될
권리가 없다. 메이저 언론들은 엄격하게 객관주의, 여기에 입각해서 중립주의 , 이런걸 택해줘야 되고 그래야 이제 국민통합이 된다. 그리고 나머지
이제 틈새시장에 오른쪽 언론도 있고 , 왼쪽 언론도 있고 이렇지 않겠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사회자: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언론도 소모적 논쟁의 공범이다. 이런 지적이 있지 않습니까? 이런 논쟁적 사안에서 언론이 보도할 때 특별히 유념해야 할 점이 있다면 정리해
주시죠.
최경진 교수/대구가톨릭대 언론광고학부: 네. 언론은 사상이나 이념적 가치 판단에서 객관적이고 균형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이번 강정구 교수 논란은 10.26 재선거라는 중요한 정치적 사안을 앞두고, 주로 언론에 의해서 격화된 사안인 만큼 ,
언론은 더욱 더 이념적으로 균형있는 그런 보도를 했어야 됐다고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 언론에서 강
정구 교수 논란이 급격하게 줄어든 것은 , 이것은 언론이 강정구 교수 논란을 빌미로 해서 어떤 정치적 이념 논쟁에 과도하게 개입한 것은 아닌가?
하는 그런 반증이라는 생각이 들구요, 이제 우리 사회가 많이 성숙해 졌다면은, 언론도 과거 여론몰이식 관행에서 탈피를 해서 이념과 사상의 논란
앞에서 보다 성숙하고 자유로운 , 그런 언론이 돼야 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사회자: 네. 아시아에서 언론자유
1등이라는 대한민국에서 이념몰이 같은 낡은 보도관행 , 이젠 좀 사라졌으면 합니다.
independent@independen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