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政治.社會 關係

김종빈 “검찰권 약화시도에 단호히 맞서라”[퇴임사 전문]

鶴山 徐 仁 2005. 10. 17. 19:51
[2005.10.17 15:42]  


[쿠키사회] ○…김종빈 검찰총장의 툉임사 전문

친애하는 검찰가족 여러분 !

오늘 저는 28년 동안 저의 젊음과 열정을 바쳐 일해왔던 정든 검찰을 떠나고자 합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마련된 총장의 임기를 반드시 채우겠다던 취임시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 몹시 아쉽고 또한 송구스럽습니다.

그러나 이 시점에 물러서는 것이 제가 평생토록 아끼고 사랑해온 검찰조직과 검찰가족 여러분을 위한 최선의 길이라 굳게 믿었기에 아무런 미련이나 망설임이 없었습니다.

지난 12일 법무부장관이 피의자의 구속여부에 대한 구체적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것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심히 충격적인 일이었습니다.

구체적인 사건처리는 정치적인 시대상황에도 불구하고 헌법과 법률에 따라야 합니다.

비록 남북관계가 급하게 변하고 있다 하더라도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우리 헌법의 기본이념인 자유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행동은 법률에 의해 엄정 하게 처벌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러한 검사의 소신을 보장하려는 저의 충정에도 불구하고 구체적 수사지휘권이 행사되는 순간 그동안 우리가 쌓아온 정치적 중립의 꿈은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부당한 수사지휘를 단호하게 거부하여 검찰의 정치적 중립 의지를 확고히 밝혀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가 빗발쳤습니다.

왜 국민들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원하는 것일까요 ?

검찰이 외부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고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사건을 처리하여야 한다는 이유에서 입니다.

그것은 검찰조직의 이기주의가 아니라 국민들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보장인 것입니다.

그러나 지휘권 행사가 부당하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할 경우 법집행기관인 검찰총장이 법을 어기게 될 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검찰은 통제되지 않는 권력기관이라는 또다른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저의 가슴을 강하게 짓눌렀습니다.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에 대한 정당성 평가는 국민들의 몫으로 남기고, 수사지휘를 수용한 후,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한 제 자신은 사퇴하는 것이 가장 원만한 해결방법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국민 여러분과 검찰가족 여러분들에게 혼란과 심려를 끼쳐드리게 된 데 대하여 이 자리를 빌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저의 결단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의 독립을 이루는 작은 주춧돌이 되고, 검찰가족 여러분들의 상처난 자부심과 명예를 회복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다시는 이러한 불행한 일이 반복되는 일이 없도록 우리 모두 하나가 되어 추호의 흔들림 없이 국민들이 우리에게 부여한 인권보장과 사회정의 실현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검찰가족 여러분 !

돌이켜보면 검찰과 함께 한 지난날들은 제 인생에 있어 가장 보람되고 행복한 날들이었습니다.

우리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조직과 제도를 혁신하여 국민에게 봉사하는 선진검찰을 구현하기 위해 애를 썼습니다.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검찰문화를 건강하고 깨끗한 새로운 검찰문화로 변화시키기 위해 우리의 의식을 바꾸자고 스스로 문화혁신을 다짐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법개혁과 수사권조정 문제도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는 자세로 바람직한 방안 모색을 위해 최선을 다한 결과 조금씩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조직혁신을 위하여 혁신기획단을 만들고, 검찰 미래를 설계하기 위한 미래기획단을 출범시켰습니다.

참으로 뜻깊은 출발이었고, 의미 있는 진전이었습니다.

저 자신 국가와 국민에게 봉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심정으로 최선을 다했고, 여러분의 헌신과 희생에 힘입어 나름대로 성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부족한 저를 믿고 따라주신 검찰가족 여러분들에게 참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친애하는 검찰공무원 여러분 !

그러나 아직도 우리가 가야할 길은 멀고도 험난합니다.

국민들은 인권을 존중하고 정의를 수호하며, 국민을 섬기고 봉사하는 겸손한 검찰을 소망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여 선진검찰의 꿈을 이루어 가야하는 여러분들의 가슴속에 꼭 남겨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그것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의 독립은 어떤 일이 있어도 훼손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번 사태에서 경험했듯이 정치가 검찰 수사에 개입하고, 권력과 강자의 외압에 힘없이 굴복하는 검찰을 국민들은 결코 바라지 않습니다.

죽은 고목에서 꽃이 필 수 없듯이,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된 검찰이 인권과 정의의 아름다운 열매를 맺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굳은 의지와 신념으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의 독립을 반드시 지켜내야 합니다.

둘째, 국민과 함께 기뻐하고 국민과 함께 슬퍼하는 따뜻한 검찰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먼저 피의자에게 손을 내밀고, 피해자의 한과 고통을 어루만져 주는 가까운 이웃이 되어야 합니다.

법과 정의의 이름으로 부패한 권력은 엄하게 단죄하되, 삶에 지친 국민들에게는 봉사와 사랑으로 희망과 감동을 주어야 합니다.

우리가 마음의 벽을 허물고 사건관계인에게 가까이 다가설 때 국민들은 우리에게 더 큰 신뢰와 사랑을 보내 준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십시다.

셋째, 검찰권을 약화시키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단호하게 맞서, 국민이 진정으로 바라는 선진 검찰시스템을 정착시켜 주시기 바랍니다.

범죄로부터 사회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국민의 인권보장에 충실할 수 있는 형사사법 구조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현재 진행되는 사법개혁과 수사권조정이 권력기관간의 단순한 권한배분이나 정치세력간의 타협의 산물로 전락되어서는 안됩니다.

검사와 일반직으로 이원화되어 있는 검찰구성의 특성상 내재되어 있는 갈등의 요소를 근원적으로 제거하여 단합된 모습을 보여야 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검찰가족 여러분 !

이제 모든 것을 여러분에게 맡기고 저는 자유로운 마음으로 여러분의 곁을 떠나겠습니다.

비록 몸은 떠나지만 저의 마음과 사랑은 늘 그리움이 되어 여러분의 곁에 머물러 있을 것입니다.

그 동안 저와 검찰을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다해주신 여러분 모두에게 충심으로 치하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신임 검찰총장의 지휘아래 굳게 뭉쳐 국민의 진정한 신뢰와 사랑을 받는 ‘인권을 존중하는 정의로운 선진검찰’의 꿈을 꼭 이루어 주실 것으로 확신합니다.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볼 수 있다’는 진리를 여러분의 가슴에 품기 바랍니다.

이제 저의 평생을 바쳐 아끼고 사랑한 검찰과 검찰가족 여러분의 건승과 행운을 기원하면서 석별의 인사를 드립니다.

여러분 정말로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