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政治.社會 關係

<New Trend>“직장 NO!” 30만명 육박

鶴山 徐 仁 2005. 10. 15. 00:42
2005년 10월 14일 (금) 16:38   문화일보

조직에 소속되길 거부하고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려가는 사람들, ‘프리터’(Freeter·Free+Arbeiter의 합성어). 전문가들은 성공보다는 여유, 안정보다는 자유를 선호하는 성향의 프리터들이 최소 10만명에서 최대 3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백수’와 ‘직장인’의 경계에 서 있는 프리터들은 무엇으로 사는가. 또 어떻게 사는가.

◈성공보다는‘행복’?=박일남(여·31)씨는 ‘프리터’다. 중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중국어 능통자인 박씨는 2001년 결혼하면서 다니던 무역회사를 미련없이 그만뒀다. 대신 중국어 과외를 비롯해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박씨는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 생기는 스트레스, 업무의 부담감, 초조함에서 해방됐다”고 말했다.

모 공기업 고객만족센터에서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박씨의 일과는 오전 9시에 시작해 ‘정확히’ 5시에 끝난다. 박씨의 ‘똑부러지’는 일솜씨에 “정규직 채용에 응시하라”는 권유도 받았지만 박씨는 정규직에 대한 미련이 없다. 박씨는 “정직원으로 일하게 되면 그만큼 업무의 경중이 달라지고 마음의 부담감도 커진다”며 “새로운 일을 다양하게 하면서 스포츠 관람, 리본 아트 등 취미 생활을 마음껏 하겠다”고 말했다.

박씨의 한달 수입은 현재 약 180만원. 박씨는 “프리터로 살아가는데 특별한 단점은 없다”며 “수입이 불안정해서 생기는 불편함은 대신 누리는 여유와 행복에 비하면 미미하다”고 말했다.

◈자유롭지만 불안?=C(여·30)씨는 박씨보다도 ‘느슨한’ 프리터다. C씨는 명문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에서 일했지만 입사 3년만에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프리터’로 변신했다. 하고 싶은 일의 걸림돌을 겪지 않게 되는 자유로움을 얻었다.

경제적인 어려움은 있지만 “돈이 없으면 안쓰면 된다”는 것이 천씨의 신조. 광고 업계에서 일하다 퇴직한 남편(37)도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꾸려나가는 프리터지만 천씨는 구직 전선에 뛰어들지 않는 남편을 그 누구보다도 잘 이해한다.

천씨는 “저축을 전혀 안해 불안하긴 하지만 직장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괴로움을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다”며 “부모님이 우리 부부를 걱정하실 때는 마음이 무겁고 힘들지만, 그렇다고 ‘직장인 모드’로 돌아갈 생각은 절대 없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프리터 증가 원인은?=전문 지식이 필요 없는 서비스 산업의 발달 등 프리터 증가 요인은 다양하다. 프리터의 등장이 ‘벌면 버는만큼 소비해야하는 사회 구조’에서 비롯됐다는 시각도 있다.

프리터야말로 기존의 사회구조에 반기를 든 ‘혁명세력’이라는 것. 15년 직장생활를 정리하고 프리터 생활을 하고 있는 A(39)씨는 “직장에서 받는 월급은 반드시 직장생활을 하면서 다 쓰게 돼 있다”며 “인생을 저당잡힌채 계속 돈을 벌어서 써대야 하는 구조에 대한 환멸이 젊은층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앙고용정보원 박천수 동향팀장은 “의사, 약사 등 전문직에도 프리터 형태의 근로자가 등장하는 등 프리터 증가 추세는 뚜렷하다”며 “조직 생활, 혹은 ‘일’ 그 자체를 두려워하는 젊은층이 늘고 있다는 것도 프리터 증가의 큰 요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전영선기자 azuli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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