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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대한 깊은 시선과
서정적 감성을 두루 갖춘
영시(英詩)의 세계로
장영희 서강대 교수가
독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지난 몇 년간 여름철이면
한시(漢詩)와 명구, 한국 현대시 등으로 독자와 만났던 이 자리에
올해는 주옥 같은 서양시들이
아름다운 울림을 남길 것입니다.
올여름은 해변가에 앉아
부서지는 파도의 한 자락을
바라보며 상큼한 시상(詩想)을 길어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편집자
눈을 감고 들으면 누군가가 내게 불쑥 내미는 화려한 꽃다발과 같은 시다.
진정한 생일은 육신이 이 지상에서 생명을 얻은 날이 아니라 사랑을 통해 다시 태어난 날이라고 노래하는 ‘생일’은 글을 쓸 수 있기 전에 이미 시를 썼다는 크리스티나 로제티가 스물일곱 살 때 쓴 시이다. 사랑에 빠진 시인의 마음은 환희와 자유의 상징인 새, 결실과 충만의 상징인 사과나무, 평화와 아름다움의 상징인 고요한 바다와 같이 너무나 행복해서, 스물일곱 나이가 까마득히 먼 꿈이 되어 버린 내 마음까지 덩달아 사랑의 기대로 설렌다. (그 가슴 벅찬 사랑이 내게로 와서 바로 여기에 있다는 현재성을 강조하기 위해 시인은 완료형 ‘has come’ 대신 “my love is come to me”라고 쓰고 있다.) 영어에서 live와 love는 철자 하나 차이이고, 우리말에서도 ‘사랑하다’와 ‘살다’의 어원을 좇아가면 결국 같은 말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사람’의 뾰족한 네모 받침을 부드러운 동그라미로 만들면 ‘사랑’이 된다. 결국 우리가 매일 쓰는 사람, 사랑, 삶이라는 말들은 모습도 소리도 다 비슷한데, 우리는 제각각 그저 삶 따로 사랑 따로 살아가고 있다.
내 육신의 생일은 9월이지만, 사랑이 없으면 생명이 없는 것이라는 ‘생일’을 읽으며, 나도 다시 한 번 태어나고픈 소망을 가져본다. 한 여름의 태양을 사랑하고, 바다를 사랑하고, 사람들을 한껏 사랑하고, 로제티처럼 ‘My love is come to me!’라고 온 세상에 고할 수 있는 7월의 ‘생일’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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