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政治.社會 關係

"DJ, 나와 유근일, 조갑제 딴데로 보내라고 했다"

鶴山 徐 仁 2005. 9. 3. 22:32
"DJ, 나와 유근일, 조갑제 딴데로 보내라고 했다"
월간중앙의 김대중 조선일보 이사 워싱턴 인터뷰
입력 : 2003.05.20 16:38 03' / 수정 : 2003.05.20 16:48 47'


▲ 김대중 조선일보 이사
김대중 조선일보 이사 기자는 월간중앙 6월호와의 인터뷰에서 “DJ(김대중 전 대통령)도 나를 쫓아내려고 했다”면서 “나와, 유근일(조선일보 주필), 조갑제(월간조선 편집장) 등 세명을 딴데로 보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방우영 (조선일보)회장이 그 때 정권 쪽에다가 ‘한번 내보낸 것도 수치로 생각한다. 다시는 안내보낸다’라고 얘기했다”면서 “그것 때문에 결국 조선일보는 세무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지난해 12월 19일자 ‘정몽준은 노무현을 버렸다’는 조선일보의 사설과 그 날자 신문을 조선일보가 더 찍어서 공짜로 길거리에 배포했다는 설에 대해 “당시 편집인이었는데, 그날 논설위원실에서 회식이 있었고 다들 취했는데 정몽준씨가 관둔다고 한게 알려졌다”면서 “그래서 제일 막내 논설위원이 들어가서 고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는 이어 “그날 신문을 더 찍었다고 하는데, 편집인인 내가 보고를 안받았다”면서 “그렇다면 사실이 아닌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인터뷰 요지.

▶신문은 ‘시대의 기생’일 수밖에 없다

金이사를 두고 주위 사람들이 ‘싸움닭’이라고 표현한 이유를 알듯했다. 그는 얘기를 시작하자마자 금방 자기 논리에 몰입하는 타입이었다.

“나는 언론에 대한 원론만 얘기하겠다. 내가 죽 얘기할테니 질문은 그 사이사이에 집어넣으세요. 사회는 다양해졌어요. 그래서 서로 다른 견해가 공존하는 사회로 가야한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보수를 선호하는 신문도 있고, 진보를 얘기하는 신문도 있고, 북한의 관점에서 상황을 보려는 견해도 있을 수 있어요. 아, 그렇다고 그걸 친북이라고 쓰지는 마세요. 그런 논조나 언론도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요즘의 언론 풍토는 ‘어떤 신문은 없어져야 한다’ 이겁니다. ‘조중동이 사라져야 한다’ 이건데. 아니, 견해가 맘에 안들면 안보면 되고, 그래서 독자가 없어지면 그 신문들은 자연히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건데.”

“그래서 나는 기자들과 토론할 때마다 그런 얘기 합니다. 조선일보는 한번도 어떤 신문이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한 적이 없어요. 그 신문의 논조에 공조하고, 그런 생각을 대변하는 사람들과 ‘코드’를 맞춰서 쓰면 되니까. 대한민국에는 한가지 이념과 노선만 존재해야 합니까?”

물론, (진보 쪽에서)너희들도 옛날에 그러지 않았느냐고 비판을 할 수는 있어요. 하지만 우리도 할 말이 있어요. 아, 발전이 뭡니까. 과거에 그랬으니 앞으로도 계속 그러자는 겁니까? 조·중·동이 잘못됐으면 시장원칙에 따라 고쳐 나가야지.

“조·중·동은 자신들의 생각을 강요한게 아니고 국민들의 생각을 대변해 왔어요. 대한민국은 전쟁을 치러 수백만명이 죽었고, 냉전이 이어졌고, 북한과 대치하는 특수한 상황이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경제가 발전해야 한다는 맹목적 가치 추구로 한쪽에 쏠려 있었던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신문은 철저히 시대의 반영입니다. 일부선 언론을 기생이라고 하는데 나는 신문이 철저히 ‘시대의 기생’일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가 과거 일제시대와 같은 지사(志士)신문이 아니라구. 그러니까 조·중·동이 반영했다는 건, 대한민국의 특수한 시대 상황이 한가지 노선에 경도하게 만들었고, 그걸 대변한 거지.”

“하지만 민주화가 된다는게 뭡니까. 한겨레 신문도 생기고, 노조도 생기고, 그래서 개선해 나가는거 아닙니까.옛날에는 아이스크림도 먹고,뭣도 먹고 하면서 즐기는 상황이 아니었고 밥세끼 먹고 살기도 힘든 상황에서 언론이 특정 가치와 이념(보수)에 편향 됐었다는 걸 부인할 수는 없어요. 그러나 시대가 달라졌습니다. 다양하게 가야 합니다. 언론 상황을 ‘과거에는 너희가 그렇게 했으니까 이제는 우리가 이렇게 하겠다’는 식으로 ‘all or nothing’ 의 이분법으로 가겠다는 건 시대착오적입니다.”

“또 조·중·동에 대해서, 아니 중앙일보는 연조가 그렇게 안돼서 거기서는 제외되겠지만, 일제시대 얘길 합니다. 사람이든 조직이든 나이가 많고 역사가 길면 영욕이 있습니다. 연조가 짧아서 과거가 없으면 거론될 이유가 없어요. 그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10%의 전략과 제스처 때문에 전체를 살리려고 노력한 90%의 다른 것들이 상쇄되거나 묻히면 올바른 상황이 아닙니다. 물론 전체 기사중에서 한 두 대목을 따져보면 그런게 있었지. 일제 때나 권위주의 정권 때, 박정희(朴正熙)정권 때도 그렇고 전두환(全斗煥)정권 들어서서도. 한데 옛날에는 밉보이면 신문 용지도 안줬어요. 신문 용지가 수입품인데 문공부 추천이 없으면 용지를 못받아. 그때는 분기별로 펄프(신문용지)를 신청 받았는데 외환 사정을 이유로 문공부에서 도장 안 찍어주면 신문도 못 찍으니까. 그래서 생존을 위한 몇가지 전략적 제스처를 한 것을 놓고 전체를 압도하거나, 그게 전체인 것처럼 채택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역대 정권들의 압력

“군사정부 시절에는 압력의 강도는 강했지. 하지만 군부는 정권 쟁취 과정이 불법적인데 대해 항상 열등의식이 있었어요. 되도록 언론을 회유하려고 해서 결국 그게 언론을 부패하게 만든 작용을 한 것도 있었지. 회유하고 말 안들으면 남산(과거의 중앙정보부)에 끌고가 때리고, 감옥보내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자신들의 권력 장악을 찜찜해 하고, 눈엣 가시인 언론에 대해서도 불가근 불가원(不可近不可遠)하면서 언론에 대한 외경심도 갖고 있었어요. 한데 민주화 시대 사람들은 자기들이 거리에서 투쟁하고 감옥갔다 와서인지 자기 입지와 공을 너무 과장해요. ‘너희는 우리 고생할 때 뭐했어’하는 식이죠. YS(金泳三 전대통령)때부터 그랬는데 그래도 그땐 반반이었는데, DJ(金大中 전대통령)때 그게 크게 나타나더군. 노무현 정권의 386세대도 ‘우리가 6·10항쟁하고, 감방갈 때 언론은 뭘했어?’하는 일종의 보상 심리 같은게 있다고 봅니다”

“과거에는 (정권이)보이지 않게 부딪치려던 것을 이제는 드러내놓고 하는데...이 사람들이 머리는 좋아서 신문의 논조에 대해서 문제 삼는건 세계의 눈도 있으니 그러지 못하고, 세무조사니 뭐니 하면서 경영쪽을 건드리는 거지. 이번 정권에선 기자실 폐쇄니, 신문 공동판매니 하면서 ‘공정’(公正)을 가장해서 그런걸 하는데...”

“언론도 잘못하면 고발하는게 당연해요. 언론이 특별한 지위에 있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물론 과거 군사 정권이 언론을 회유하려고 할 때 거기에 길들여진게 있지. 예를들어 조선일보가 점심때 구내 식당에서 기자들에게 그냥 점심을 준 것을 법인세 탈루라고 합디다. 과거 군사정권 때는 신문사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일종의 특혜를 준 것인데 이제 그걸 손대기 시작하는 겁니다. 한데 언론쪽에선 그런게 문제가 되는지도 잘 몰랐던 측면이 있어요. 그러니까 ‘아니, 그것도 문제가 되는거야?’하는 말이 나오는 거지.과거에 군사정권이 언론을 회유하는 과정에서 favor(특혜)를 준건데...거기 안주하는 건 고쳐야지. 맞아요. 하지만 언론도 다른 모든 사회조직과 똑같이 대우 받아야 합니다. 왜 언론만 눈독을 들이고, 감시하고, 주목의 대상으로 삼는겁니까. 불공평하지.”

▲ “영향력의 독점”

“또 제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盧정권이)조선일보를 ‘조지면서’ 영향력의 독점이란 표현을 사용하는데요, 내가 정말 놀란게 언론 게임의 본질이 뭡니까. 중앙일보와 조선일보가 경쟁을 하면 그건 영향력을 누가 더 갖느냐를 놓고 경쟁하는 것 아닙니까. 서로 좋은 기사를 써서 영향력을 더 확대하려고 하고, 그런 경쟁을 하는거지. 한데 ‘왜 너만 영향력이 더 크냐. 그러니까 나눠가져야 한다.’ 그게 공동판매의 발상인데... 기업 상품의 논리에서 본질은 경쟁이 아닙니까. 무슨 놈의 세상이 영향력 독점은 안된다니. 아, 그럼 다 하향 평준화하자는 겁니까. 이건 언론과 권력의 문제 이전에 대한민국의 기본 가치에 대한 의문이 들어요.”

“미국을 보세요.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등 도시별로 하나씩만 신문이 살아남아 있잖아요. 경쟁해서 그런 거지. 그런데 우리는 어떤 신문이 경쟁해서 위로 올라오면 잘라버려. 그리고 영향력, 영향력 하는데 사실은 그게 중요한 이슈도 아닙니다. 요새는 신문이나 매체를 읽고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현저히 줄어 들었어요. 신문을 보면서 영향을 받는다기보다는 나와 의견이 같은지 다른지를 확인하는 겁니다. 언론이 일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세상이 아닙니다. 과거에는 ‘아 그런 일이 있었구나’하는 식이지만 요즘은 ‘뭐 이 따위를 기사라고 썼어’하는 식이니까.”

“신문이 영향력이 있다면 그건 국민이 권력의 부패와 부조리에 불만이 있을 때입니다. 신문을 읽으면서 통쾌감을 느끼려는 겁니다. 권력이 깨끗하고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면, 그래서 국민이 불편하고 화날게 없으면 신문이 전부 똑같고 재미가 없어요. 한데 매일 대통령 아들이 잡혀가고 그러니 신나게 보는거지. 신문의 영향력은 권력이 제 기능을 못해서 올라가는 거지. 어찌보면 상대적인 거요. 신문사가 자전거를 돌린다고 야단하는데, 물론 그런 관행은 사라져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그 신문 보기 싫은데 팔 비틀려서 억지로 보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조·중·동 반대하고 보지 말라고 그렇게 해도 지금 신문 부수가 줄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어요. 오히려 방송 매체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더 신문을 보는 경향이 생겼지.”

▲방송의 문제

“신문기자의 생명은 좋은 기사, 읽히는 기사를 쓰는 겁니다. 거기서 신뢰성이 생기는 거지. 뉴욕타임스가 엊그제 자기네 기자가 엉터리 기사 써왔다는 고백을 1면에 보도하는 걸 보세요. 정말 부럽던데. 우리 (신문)쟁이들은 날마다 자기 글로 승부하는 세계에서 살아요. 엉터리 기사를 쓰면 우린 죽는거요. 또 그런 엉터리 기자들이 많으면 신문사가 죽는거고... 인터넷은 남을 비판하고 깎아내리지만, 사회 발전을 위해 기여하고 헌신하는 걸 많이 본 적이 없어요. 비판을 해도 책임이 없어. 얼굴 없는 사람들이 뒤에 숨어서. 글의 생명은 얼굴과 이름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1979년에 내가 워싱턴 특파원 마치고 돌아가서 ‘이젠 우리도 선거에서 누굴 지지하는지 밝히자’라고 했어요. 그런 주장을 한 건 뉴욕 타임스의 영향도 받은게 사실인데 대신 지지하지 않는 후보의 기사를 뭉개면 안되지. 한데 회사에서 반대를 해요.‘만일 우리가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히면 반대 후보를 지지하는 쪽에서 무더기로 신문을 끊을 거다’라고 하는 거요. 거기에 대해선 할말 없더군. 그러니까 신문이 특정 후보를 지지해도 기사는 공정하다는 신뢰가 있어야 하고, 독자도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신문이 어떤 주장을 펴는지 살피는, 결국 기자와 독자가 요철의 관계인 건데... 그게 보장이 되면 앞으로는 언론이 지지후보를 밝히는 쪽으로 가야 합니다.”

“언론이 사설이나 의견을 통해서만 지지 후보를 밝히는 겁니다. 미국에선 그것도 정강 정책을 중심으로 합니다.‘A후보가 이번에 의료보험, 교육 문제, 총기, 낙태문제 등에서 이러저러한 강령을 제시했는데 우리의 사시(社是)와 더 가깝다. 그래서 지지한다’하는 식이지. 현재 신문은 그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한데 방송은 그렇지 않아. 그건 정부가 방송의 경영진을 임명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솔직히 말해 현 정권도 조·중·동을 자기 입맛대로 하고 싶으면 사장을 자기 사람을 임명하는 쪽으로 가면 됩니다. 인사권이 모든걸 좌지우지 하는 겁니다.”

“과거에는 방송 기자들도 (일방적으로 정권을 홍보하는)그런 기사 쓰면서 미안해했어요. 하지만 요즘은 그런 것도 없어. 방송에서는 일관성과 정체성을 찾기 어렵습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방송사 경영진을 자기 사람들로 임명하고, 그 사람들은 자기 전임자들의 정책과는 상관이 없는 거지. 그 시대의 성격만 있지 정체성은 없는 거요. 반면에 오너(owner)가 있는 회사에서는 사실 오너의 영향력이 없다고 부인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그건 시장(市場)에서 평가됩니다. 만일 오너가 일방적으로 신문을 한쪽으로 끌고가면 그 신문은 시장에서 죽어요. 이에 반해 임명제는 시장 논리와는 상관없습니다. 임명권자만 바라보면 되지. 아,자기를 임명해 준 사람을 비판할 수 있습니까? 물론 임명권자가 딴데 보는동안 슬쩍 한두꼭지의 비판을 집어넣는 건 가능할지 몰라도 일관성은 없는 겁니다.”

“여기 미국에서요,옛날부터 알고 지내던 교민들을 만나니까 MBC와 KBS가 ‘알 자지라’ 방송 같다고 합디다. 또 미 국방성에 있는 친구들 만나니까 ‘그게 동맹국가의 보도냐’라면서 항의를 합니다. 이라크전에서 폭격당해 죽은 이라크 어린아이들의 사진만 보도하고, 그게 공정한 겁니까? 미국에서 CNN 등이 공정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한국보다는 미국이 더 나을 정도입니다. 내 얘기가 아니라 교민들이 그러더라고 써주세요.”

▶언론인에 대한 인신공격은 테러 수준

―이메일 공격을 많이 받았을텐데 고통스럽지 않았는지요.

“나는 이메일 주소도 없어요. 인터넷 조선일보에 네티즌들이 제 기사를 보고 써올리는 백자평(百字評)도 안봅니다. 제가 유근일씨와 함께 개탄해 마지 않은게 우리가 쓴 글에 문제가 있으면 논리적으로 비판을 해 달라는 겁니다. 사실에 기초해서, 이래서 맞지 않는다고. 우리 글의 논지가 공박되고, 통렬히 비판받고 절절매는 상황에 부닥쳤으면 차라리 좋겠는데 그걸 한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어요. ‘미국놈 앞잡이’‘누군 돈 먹었어’이런 식이죠. 이건 인신공격도 아니고, 테럽니다. 저는요 제 글의 잘못을 논리적으로 지적하면 꼭 답장을 써서 보냅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조선일보 공격

“盧대통령의 전략 개념이 기성 보수 언론 하나를 집중 타격해서 자신의 입지와 성향을 부각하자는 거죠. 조·중·동을 다 걸면 backfire(맞불·역풍)도 우려되니까, 그 중 하나를 찍으면 당연히 조선일보가 되겠죠. 그래서 예각 공격의 선봉에 조선일보를 세웠죠. 그러면서 ‘조선일보가 아닌 것’을 다 자기쪽으로 데려갔어요. 盧후보가 조선일보를 공격하면서 내세운 요트건도 그래요.(조선일보는 90년대 초 盧대통령이 민주당 대변인일 당시 프로필을 내보내면서 호화 요트를 타는 재력가라고 보도했고, 그것은 그후 정치인 노무현과 조선일보의 10년이 넘는 갈등의 시발점이 됐다.) 그 사람이 요트를 탄 것은 사실이죠. 하지만 요트를 소유한 건 아닌데 그걸 그렇게 잘못 보도한건데, 아주 테크니컬한 문제였죠. 그게 지금의 방상훈 사장이 부사장 때인가의 일인데, 우리쪽과 盧측이 서로 만나서 합의하고 그만두기로 했던 겁니다. 그래서 방사장은 그뒤에도 ‘그렇게 끝내기로 했으면 한거지 그걸 가지고 계속 문제를 삼고, 그럴수가 있느냐’면서 서운해 하는 겁니다. 결과적으로 盧대통령이 전략적으로는 성공했다고 할 수 있겠죠”

“내가 사설 같은 것 쓰면서 특정인을 공격하면 방우영 명예회장이 ‘사람을 직접 걸지는 마. 그럼 원수 사’라고 얘기하더군요. 하지만 金특파원도 알겠지만 저널리즘 입장에서야 공자님 말씀만 쓰면 누가 읽습니까. 사람들은 ‘너 김대중이, 유근일이, 제대로 기사 써라. 그래야 읽는다’는 건데.... 그런 시대를 살면서 남들한테 많은 상처를 준게 사실이죠. 저널리즘의 업보랄까. 조선일보 때문에 피해를 본 사람들이 많을 수 있죠. 거기엔 내 잘못도 있을수 있고... 아, 그래서 신문기자 사위는 안본다는 얘기도 있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언론에 의해 피해의식을 갖고 ‘언론이면 다야’하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아요. 盧후보는 그 전략을 세운 겁니다. 그리고 대통령이 되고 난 뒤에도 똑같은 수법을 씁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아니, 대통령이 방송의 프라임 타임에 나와서, 그 아까운 시간에 그렇게 얘기합니까. 그 ‘백분 토론’말입니다. 거기서 할말도 많을텐데. 자기가 (선거에서)이겼으면 이겼지...”

▲2002년 여름부터 노무현 후보 당선 예견

“지금 말이지만 그 사설 말입니다. 당시 내가 편집인이었는데 그날 논설위원실에서 회식이 있었어요. 이영덕이 폭탄주를 내립다 먹여서 다들 취했답니다. 이 사람들이 술에 뻗을때 쯤 됐는데 정몽준씨가 관둔다고 했다는게 알려진 겁니다. 그게 몇시야. 아마 한 10시쯤 됐을텐데. 내가 핸드폰으로 찾으니까 다들 혀가 꼬부라져 있더라구요. 그래서 제일 막내 논설위원이 들어가서 고친 겁니다. 논설실장인 유근일씨가 나중에 전화로 보고를 받으면서 데스크를 봤다는데 자기도 술이 취해 있어 대충 들었던거지...”

“또 그날 신문을 더 찍었다고 하는데, 그건 편집인에게 보고돼야 하는 사항입니다. 한데 내가 보고를 안 받았어요. 그렇다면 사실이 아닌거죠. 설혹 그런 주장이 맞다고 해도 그게 무슨 문제입니까. 뉴스가 생기면 호외를 내는게 신문인데 아, 유력후보의 coalition(연합)이 깨졌는데 그걸 알리려고 더 찍어냈다고 해서 그게 문제가 됩니까. 대체 이 사람들이 저널리즘의 생리를 알고는 있는건지. 대통령이 방송에 나와서 나를 조질려고 그런 얘기를 하고...”

―혹시 지난 대선때 盧후보가 부당하다고 느낄만한 칼럼을 쓰지는 않았는지.

“없어요. 우리로선 盧후보가 조심스러웠던게 사실이고, 또 후보로 있던 기간도 짧았지 않습니까. 나는 성격상 누굴 칭찬하지 못합니다. 내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비판하니까 그걸보고 ‘코치’하는 거라고 한 사람들은 좀 있더구만. 하지만 나는 작년 여름에 하와이에서 세미나가 열렸을 때 盧후보가 이길거라고 예견했어요. 세번인가 네번이나 강조하면서 盧씨가 앞선다고 했어요. 내가 36번의 여론조사 결과를 봤는데 한번도 이회창씨가 앞서지 못하더라구. 그런 것은 역사에 없어요. 이겼다 졌다 하는거지. 그러면 이회창씨가 진 겁니다. 나는 盧후보와 아무런 연관이 없고, 공격할 이유도 없어요. 아마 대북 정책에서 조선일보는 중앙일보보다 보수적이니 그런 측면에서 盧후보를 비판했을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盧후보와 개인적 감정은 전혀 없습니다.”

―盧대통령이 앞으로 조선일보를 비롯해 일부 언론에 대해 어떻게 할 것으로 봅니까.

“내가 65년부터 기자생활을 했는데요, 대통령만 그동안 몇 사람입니까. 그걸 통해 내가 느낀건 ‘참 권력은 덧없구나’하는 겁니다. YS가 대통령때 기고만장 하던것 봤고, DJ 권세가 하늘을 찌를듯 하는것도 봤어요. 하지만 그 분들 지금 뒷골방에서 뭣들 합니까. 그래도 난 아직 글이라도 쓰고 있어요. 그동안 많은 정치적 유혹을 받았어도 정·관계에 가지 않은 것도 그런 생각 때문입니다. 노무현이는, 아니 참 盧대통령은 정책을 크게 잘못하고 있어요. 이 김대중이든 누구든 어찌어찌하면 당분간 고개를 숙일지 모르죠. 하지만 한국 언론 전체를, 주류사회(main stream)의 콧대를 꺾으려고 해서 누구도 이긴 적이 없어요. 그건 대한민국의 역사뿐에서만이 아닙니다. 물론 특정매체가 대통령을 비겁하고 악날하게 공격하고 비방하는 상황이면 그건 얘기가 다릅니다. 그렇게 하면 그 매체는 시장에서 퇴출될 겁니다. 난 지금도 대통령 선거가 끝난 다음에 당선자들이, 그리고 대통령에 취임한 다음에 그 사람들이 나한데 한 오만에 가까운 얘기들을 생생히 기억합니다. 권력이란 어찌보면 ‘총량 불변의 법칙’에 해당하는 것 같아요. 권력의 총량은 똑같습니다. 그걸 합리적으로 안배하면 넓고 길게 쓸수도 있고 확 쓰고나면 없어지는 거고...”

▲조선일보의 대응

―미국에 오기전 조선일보를 짓밟는 사람들과 싸운다고 하셨는데 무슨 의미입니까.

“아 그거야 술자리에서 정제되지 않은 표현이지. 뭐, 어떻게 하자는 게 아니라, 견뎌내고 극복하고 부당한 것에 저항하는 것도 싸우는 거지. 권력의 정책에 대한 언론의 비판은 어떤 경우에도 계속돼야 합니다. 권력 잡은 사람들은 ‘왜 언론이 칭찬을 안하냐’고 하는데 언론의 본질은 칭찬하지 않는 겁니다. 그게 우리 직업이예요. 아무리 잘해도 특히 권력에 대해선 칭찬하면 안됩니다. 권력이 잘하는 건 본전이예요. 그러라고 뽑았으니까.”

“지금 盧대통령이 국민 전체의 다양한 견해를 포용하는 쪽으로 가는게 아니라 대립하는 쪽으로 가면 크게 잘못하는 겁니다. 언론 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박수치고 환영하는 것 같지만 어떤 사람들은 ‘5년뒤에 보자’면서 이를 가는 극한 대립으로 가면 어떤 정권도 성공 못합니다. 불행해 집니다. 盧정권은 이념 뿐 아니라 세대까지 대립시키면서 각을 여러개를 세웠습니다. 위 아래로, 대각선으로, 사방으로 각을 연출하고 있어요. 한데 개인적으로 판단하기에는 盧대통령이 전체 상황을 잘 통제(mastermind)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나이도 젊고, 정치능력도 부족하고....”

―우리 사회의 보수와 진보 문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오래동안 보수 일색의, 진보는 발을 못 내딛던 상황에서 갑자기 보수는 구석으로 몰리고, 진보가 주류가 되는 듯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 말입니다.

“과거에는 시대 상황이 한쪽 이데올로기가 압도적으로 지배하게 해서, 다시 말해 전쟁과 냉전, 대북 갈등 같은 것 때문에 한쪽 외곬수로 가게 했죠. 한 방향으로 간 경향이 있어요. 그게 바뀌고 있는 겁니다. 난 DJ는 ‘보수’라고 생각합니다. 그 분이 쓴 ‘대중경제론’ 같은걸 보면 유럽식 사회주의를 신봉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 사람의 제왕적 태도와 권위적이고 가부장적 태도를 보면 결코 리버럴(자유주의자)은 아닙니다. DJ를 기본적으로 멍들게 한 것은 자신이 남북 관계에 있어 획을 긋고 역사에 남겠다는 욕심을 부리는 바람에 과도한 의욕이 그를 한쪽으로만 몰고 간 겁니다. 남북관계 때문에 복지문제, 교육문제 같은건 제대로 다루지도 못했어요.”

―노 대통령의 성향은 어떻게 보는지.

“盧대통령측은 자신들을 진보라고 부르면 좋아하고, 좌파라고 하면 신경질을 내는데... 그만둡시다. 괜히 또 조선일보가 신경질적 반응을 한다고 할테니까. 하지만 盧대통령은 일관성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취임한지 두달밖에 안됐는데 원래는 70∼80% 지지의 허니문 단꿈을 꿔야 하는데 이 정부가 그 대접을 국민들에게 받고 있느냐 이겁니다. 이 정부는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盧정부는 헷갈리는 정책을 폅니다. 언뜻보면 상당히 기민하고 탄력적으로 보이지만 그렇게 하면 궁극적으로는 신뢰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유연성 문제가 아니라 때로는 기만적으로 보입니다.”

―지난 1986년 당시 전두환 정권한테도 밉보여서 영국으로 갔었는데 어떻게 된 겁니까.

“全대통령이 ‘나는 김대중이란 이름만 봐도 싫은데, 이 사람 기사도 싫다’고 주변 사람들한테 얘기했다는 겁니다.(기자 김대중이 정치인 김대중과 동명이인이어서 더 싫다는 의미도 담겨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정치인과 기자 김대중은 서로를 무척 싫어했으니 아이러니이다.) 그래서 당시 문공부 장관이던 이원홍씨가 나를 다른데 보내달라고 조선일보에 요구했다는 거죠. 조선일보에서 현대사연구소라걸 갑자기 만들어서 나를 거기로 발령냈어요. 그래서 차라리 그럴바에는 외국에 나가 있겠다고 해서 영국에 간 겁니다. 87년 6월에 全정권이 거의 힘이 빠졌을때 다시 돌아왔습니다.”

▲ “DJ도 나를 쫓아내려 했다”

“DJ도 나를 쫓아내려고 했어요. 나하고 유근일, 조갑제 등 세명을 딴데로 보내달라고 했습니다. 2000년 6·15 정상 회담 직후인데 DJ는 김정일 답방에 모든걸 걸고 있었어요. 한데 내가 사설을 쓰면서 ‘북한한테 6·25에 대한 책임을 언급하라’고 했죠. 또 김정일은 자기 나라 사람들 먹여살리지 못한 지도자라고 했는데, 그래서 내가 폭파 위협도 받았고, 경찰이 우리집 두달간 보호했죠. DJ가 나를 쫓아보내려고 했다는 건 방우영회장이 어디 기념식에선가 직접 말한 겁니다. 방회장이 그때 정권 쪽에다가 ‘한번 내보낸 것도 수치로 생각한다. 다시는 안내보낸다’라고 얘기했답니다. 그것 때문에 결국 조선일보는 세무조사를 받은 겁니다.”

“나중에 들었지만 DJ는 언론사 사주를 구속까지 할 생각은 없었다나봐요. DJ는 세무조사를 한다고 나오면 언론사의 굴복을 받을 수 있고, 또 거기에다 김정일이 답방까지 하면 통치 상황이 확 바뀔 것으로 생각했다는 거죠. 한데 그게 어디 맘대로 됩니까. 나중에는 언론을 상대로 칼은 뽑아들었는데 아무 것도 안베면 자기가 바보가 되니까 물러설 수 없고, 그래서 그냥 간거라고 합디다. 그쪽에 있는 핵심 인사한테 들은 거지만.”

―방회장은 한번 내보낸 것도 수치라고 했다지만 결국 워싱턴으로 발령을 냈으니 다시 내보낸 것 아닙니까

“최소한 저쪽에서 요구를 해서 그런 것은 아니니까….”

―하지만 오히려 알아서 긴 거라는 말이 나오는데요.

“…. 내 자신 우리 신문(조선일보)에 대해 실망한 게 많아요. 한국 언론에 대해서도 그렇고.”

―글을 쓰면서 뭘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십니까. 무슨 징크스 같은 게 있나요.

“제일 중요한 것은 독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인데... 저는 기사를 쓰다가 화장실 다녀오고, 전화오면 전화받고, 또 중간에 밥먹고, 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흐름이 끊어집니다. 글쓰는 사람의 호흡이 끊어지면 그걸 읽는 독자도 똑같이 기사를 읽다가 딴 걸 합니다. 그래서 저는 되도록 일체 전화도 안받고 한꺼번에 씁니다. 물론 그렇게 하려면 어떻게 쓸까를 미리 많이 생각해야 하고. 저는 200자 원고지 10장을 한시간내에 못쓰면 훌륭한 기자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빨리 쓰는게 중요합니다. 우린 문장가가 아니라 정보전달이, 시간이 생명이니까. 제 얘기는 단숨에 쓰라는 겁니다. 한 호흡으로.”

―특별히 생각나는 글이 있습니까.

“유근일씨가 나에 대해 ‘직필’이라면서 소개한 글이 있지. 어찌보면 나를 세상에서 제일 잘 아는게 유근일씨죠. 서로 깊은 얘기를 많이 했어요. 6년간 감옥에 있던 사람이라 어디가 달라도 달라. 성격은 개판(웃음)이지만 본받을게 많아요.”

▲ “싸움닭은 될지언정 사냥개는 안하겠다”

“세월이 지나보니 날을 세우면서 글을 쓴게 과연 옳았느냐는 생각 듭니다. 신문기자는 남을 칼로 후비듯이 글을 쓰는 겁니다. 나쁜 직업이야. 하지만 독자들이 원하니... 그래서 내가 신문은 기생이라고 했잖아(허허)”

―그동안 모질었던 것을 후회하십니까.

“나는 권력자에게만 못되게 굴었어요. 후회한다기 보다 인간이 살면서 독기어린 짓으로만 간다는 것이 어떠냐는, 일종의 자괴감이 있다는 거죠.”

―더이상 싸움닭은 하지 않겠다는 뜻입니까.

“유근일씨가 나한테 싸움닭이라는 표현을 붙인 건 공격적으로 글을 쓴다는 의미였는데... 내가 좋아하는 표현은 아니지. 하지만 나는 싸움닭은 될지언정 ‘물어 쉿’하는 개는 되지 않을 거요. 좌익이든 뭐든 상관없어요. 하지만 대한민국의 역사와 정통성, 이것만큼은 지켜가야 합니다. 그것만 되면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