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정보통신부 주최로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관에서 열린 `대(對) 중국 IT산업 전략회의`에서는 맹렬히 한국을 추격해오고 있는 중국 IT(정보통신) 산업에 대한 위기론이 화두로 떠올랐다.
진대제 정보통신 장관은 중국 IT산업을 `코끼리`에 국내 산업을 `토끼`에 비유해 "코끼리를 잽싸게 요리조리 비키지 않으면 토끼는 밟힌다"며 스피드 경영과 소프트한 정책 대응을 강조했다.
이어 "중국 뿐만 아니라 미국, 러시아, 일본도 코끼리"라며 "4마리의 코끼리 틈바구니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예쁜 발레리나가 돼 아름다운 춤을 춰야 할 것"이라고 말해 주목을 끌었다.
◇위기론 대두
이날 전략회의에 참석한 패널들은 중국 IT산업의 급속한 성장에 대한 위기의식을 공감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적절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입을 모았다.
진 장관은 "과거 메이드인차이나(made in China)는 싸구려를 의미했으나 이제 중국 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 업체가 자사 브랜드로 국내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며 말문을 열였다.
삼성전자의 중국 진출을 이끌었던 배승한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상무는 "중국 IT산업은 든든한 정부 지원과 가격우위를 강점으로 내수시장을 내주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초기 알카텔이 진출해 개척했던 초고속인터넷(ADSL) 시장의 경우 2년이 채 되지 못해 중국업체들이 독점해 해외업체가 하나도 없을 정도"라고 전했다.
실제 중국에 진출하는 국내업체들은 경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승모 IT벤처기업연합회장은 "올해 6월까지 1만4000여개 국내 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해 전체 해외 투자분의 50%에 달하는 120억달러를 투자했으나 살아남은 기업은 3300개에 그쳤으며 6월기준으로 120억달러의 6분의1에 해당하는 20억달러 규모가 청산과정을 밟고 있어 진출이 다는 아니라는 교훈을 남겼다"고 전했다.
서 회장은 이어 "중국 시장에서는 현재 국내기업끼리 경쟁을 붙여 출혈경쟁을 유도하고 기술을 유출해가는 일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며 "철저한 전략없이는 살아남기 힘든 시장"이라고 덧붙였다.
◇위기 극복 `어떻게`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기술이나 서비스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자본과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진 장관은 "중국의 IT산업을 탐방하며 국내 기업이 기술개발에 치중해 자본시장에서의 가치 확대 및 재생산에 미흡하다는 걸 느꼈다"며 "이 부문에 있어 많은 지원이 있어야 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진하 린더만아시아 대표이사도 "중국은 인수합병(M&A)과 우수인력 영입을 통한 기업가치 확대·재생산과 글로벌 자본시장 활용에 있어 탁월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은 이런 분야에서 전략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샨다가 국내 게임 컨텐츠를 이용해 나스닥에 상장함으로써 몇십억에 머물렀던 기업가치를 2조3000억으로 키운 사례와 TCL이 국내 L그룹의 해외 마케팅 부회장을 전격 영입해 10년 이상이 소요될 해외거점 확보기간을 1~2년으로 압축시킨 사례를 소개했다.
김 대표는 "액토즈가 게임 판권을 중국에 넘기지 않고 당시 5억~10억원 수준의 중국 포털을 인수하는 전략적 판단을 했다면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의 판권이 우리에게 올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글로벌 기업 등과의 합작투자 등으로 진출하는 방안도 중요한 중국 진출 전략으로 제안됐다.
고연진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은 "중국 진출시 현지화도 중요하지만 글로벌기업과 파트너쉽을 맺는 것도 중요하다"며 "포스데이타, 삼성SDS, LG CNS 등 성공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홍유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석좌 연구위원도 "100% 자회사보다는 합작투자 등의 형태로 진출하는 전략을 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블루오션 시장 공략도 중요한 진출 전략으로 주목받았다.
진 장관은 "매머드 옆에서 살아남으려면 선택과 집중을 통해 `블루오션`을 창출해야 한다"며 "국내 IT산업은 와이브로, DMB(디지털멀티미디어 방송) 등의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 회장은 "중국은 아직 기회의 땅"이라며 "IT 분야의 통합기술은 우리가 앞서고 있으며 현재 중국 정부가 꿈꾸지도 못하는 와이브로(휴대인터넷)나 텔레메틱스 등은 10년후 벌써 노하우가 쌓인 우리가 제공할 수도 있다"며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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