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政治.社會 關係

[사설] "그래 국민이 잘못했습니다"

鶴山 徐 仁 2005. 9. 3. 19:28
[사설] "그래 국민이 잘못했습니다"
입력 : 2005.09.02 18:44 09' / 수정 : 2005.09.02 21:22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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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잘못' 발언, 조기숙
조기숙 청와대 홍보수석은 1일 TV 토론 프로그램에서 ‘선거구제를 바꾸면 지역 구도가 해소된다’는 대통령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그 문제에 대해선 전문가들에 의해 (선거구제를 바꾸면 지역 구도가 해소된다는)정답이 나와 있다”고 했다. 그러니 국민 일반은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 전문가란 조 수석과 생각을 같이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조 수석은 “경제 指標지표를 보면 국민들이 걱정하는 단기적인 경제 위기는 이미 끝났다”고 했다. 청와대가 즐겨 챙겨보는 경제지표가 따로 있는 모양이다. 조 수석이 TV에 나와 이야기한 바로 다음 날 한국은행이 실질국민총소득(GNI) 증가율이 제로(0) 수준으로 급락해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교역조건 악화에 따른 실질 무역 손실액도 사상 최고라고 한다.

조 수석은 한술 더 떠 “신문에는 대통령 지지율이 낮을 때만 조사결과가 보도된다. 그래서 국민들은 대통령 지지율이 낮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아무래도 조 수석은 대통령을 위해 몸을 던지기로 作心작심한 듯하다. 얼마 전에는 라디오에 나와 “대통령은 21세기에 가 계시고 국민들은 아직도 독재시대의 문화에 빠져 있다”고 국민들 뺨을 갈기기도 했으니 말이다. 물론 조 수석의 이런 언행 뒤에는 교과서가 있다는 걸 모르지 않는다. 그렇지 않고 본인이 실제로 그렇게 믿고 있어서 그런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면 그건 개인적으로 정말 걱정스러운 사태다. “민심을 그대로 수용만 하고 追從추종만 하는 것이 대통령이 할 일이 아니다. 국민은 제왕이고 대통령은 신하인데, 제왕이 옳지 않을 때는 신하가 拒逆거역을 하고 직언을 해야 한다”던 국민과의 대화에서 대통령이 새로 표명한 國民觀국민관이 바로 조 수석의 교과서인 듯하다.

국민 대다수의 생각이라고 해서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며, 대통령이 항상 민심만 좇아서는 안 된다는 것도 맞는 말이다. 여론조사로 대통령 후보를 정한 일을 민주주의의 진전인 양 감격스러워 하고, “헌법도 국민의 뜻보다 위에 있을 수 없다”는 말을 대수롭지 않게 해왔던 게 이 정부 사람들이다. 그러더니 이제 民心민심이 청와대와 엇박자가 나는 듯싶자 ‘독재시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민심을 타박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이 자기들을 지지할 때는 民心민심이 天心천심이고, 국민들의 생각이 자기들과 어긋나면 국민은 시대의 낙오자라는 건 아무래도 정상인의 심보라고 볼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