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레항에서 아테네로 돌아가면서 저녁을 먹고 야경구경에 나섰습니다.
가이드 안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아크로폴리스를 보기 위해
이 쁘니까(프닉스 언덕, 민주주의의 언덕) 아래 주차장에서 내려서
깜깜한 밤에 가로등이 거의 없는 언덕길을 숨가쁘게 올랐습니다.
오래전 달빛 아래 힘들게 야간등산하던 추억이 생각 날 정도로
결코 오르기 쉽지 않은 바위언덕을 성큼성큼 기어오르니
중간중간 아테네 시가지의 야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하지만 아크로폴리스가 잘 보이는 곳에 이를 때까지 쉬지 않고 걸었습니다.
아, 드디어 조명 속의 아크로폴리스가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파르테논 신전과 에렉시온 신전 그리고 공사중인 프로필리아...
언덕에서 거리가 조금 떨어져 있지만 주변이 어두워서인지
조명을 받은 고대 유적은 정말 아름다왔습니다.
조금 더 올라가서 필로빠포스 언덕에 바라보면 거의 파르테논 눈높이에서
지금 아테네의 니키 신전 뒤로 조금 가려져 있는
에렉시온까지 더욱 아름다운 자태를 볼 수 있겠지만
동행한 일행들이 벌써 많이 지친 듯 하네요.
아크로폴리스 야경을 잘 담아보고 싶었는데
내려가야할 시간이 되어서 설정할 틈도 없이 몇 컷을 누르고
캄캄한 바위언덕을 뛰어내려왔습니다.
남은 밤시간 그곳에서 멀지 않은 쁠라까나 모나스띠라끼에서
따베르나에 들러 한잔 하면서 부주끼 연주를 듣고 싶었는데
일행 중에 누군가 '쇼핑'을 외칩니다 @.@
종일 관광일정에 지쳤다고 다들 쉬고 싶다고...
늘 그렇듯 인솔자 입장이니 다수가 원하는 대로 할 수 밖에요. -.-
그래서 쁠라까의 한 면세점으로 갔습니다.
일행들이 올리브 비누와 영양크림, 악세사리 등을 고르는 사이
저는 소중한 책 한권을 발견했기에 나름대로 만족했습니다.
일행들이 구입한 올리브 비누 20장보다도 비싼 책이지만
아테네의 고대 유적에 대해 현재 사진을 복원도와 함께 비교설명한
Athens - The monuments now and then 이라는 설명서인데
아주 마음에 드는 편집, 제본을 했네요.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낮에는 학생시위로 보지 못한
중심가 주요 건물들을 둘러보기로 하고 신다그마 광장으로 향했습니다.
아테네의 중심광장이고 주변에 국회의사당 등 주요 건물이 있는
신다그마 광장은 아테네 관광명소 중 하나로 꼽히고
낮에 매 정시에 하는 근위병 교대식(폼폼 퍼레이드)이 유명하다는데
야간에 보니 마약을 하는 청소년들, 그리고 동성연애자들이 산책을 나와있어서
그리 유쾌한 분위기가 아니었고요, 가로등도 어둡고 많지 않아서
그리스 수도의 중심광장으로 내세우기에는 좀 부족한 것 같습니다.
대통령 궁 앞에도 가보려 했으나 중요한 행사가 있는지 주변 도로들이 모두 차단되었고요...
아쉽지만 아테네의 밤 구경은 그냥 마무리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호텔에 돌아오니 11시, 다음날 아침 파리로 떠날 준비를 하고 누워서
하루동안의 아테네 방문을 되새겨보았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꿈도...
언젠가 다시 오게된다면 그리스의 고대 유적들을 꼼꼼하게 보고
국립고고학박물관, 베나까 박물관, 고대그리스 미술관, 국립미술관 등을
꼭 방문해서 여유롭게 감상하고 공부해야지~
리까비또스 언덕과 아크로폴리스 벨베데레(전망대)에서 휴식을...
멀리 메떼오라의 바위산과 수도원들도 가보고
에게해에서 크루즈하며 점점이 흩어져있는 섬들을 방문하고...
아침에 아테네 동쪽 엘레프테리오스 베니젤로스 국제공항으로
향하는 길에 일출을 보았습니다.
베니젤로스 공항은 규모가 작지만 시설은 매우 현대식이고요
시스템과 부대시설이 잘 갖추어진 것 같습니다.
아테네 올림픽이 끝난지 반년이나 되었는데도
제가 개인적으로 수집하고 있는 올림픽 공식 포스터와 기념품(뺏지, 스티커, 엽서)을
구입할 수 있어서 참 기뻤습니다.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 그 부근에 살면서도 수집하지 못한 점이 아쉽지만
애틀란타 올림픽 공식 포스터부터 열심히 모아두고 있답니다.
그리고 올림픽 항공의 이 비행기를 타고 파리로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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