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뜨의 모스크바 역에서 출발한 일행은 15분 남짓 거리의 호텔에 도착할 때까지
조금은 긴장한 모습이었습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시가지 모습은 그저 조그만 소도시의 모습이었고요,
네바강을 건너면서도 이 도시의 방문지들에 대한 기대보다는
그저 찌푸린 날씨와 우중충한 건물 외관에 실망을 하고 있었습니다.
제게 쌍뜨뻬쩨르부르그라는 곳은 뾰트르 대제가 '유럽의 창'으로 건설했다는 것보다는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의 중심지로 로마노프 왕조가 최후를 맞이한 곳이고,
소비에트 시절의 '레닌그라드'라는 명칭이 더 먼저 떠오르는 곳이었어요.
실은 일행중 다수는 저와는 달리 이미 이 도시를 방문한 경험이 있었는데도
예전에는 이런저런 불편함이 있었다는 이야기로 저를 심란케 했고요,
네바강을 사이에 두고 스몰니 수도원을 마주보는 강변의 호텔에 도착해서도
다들 묵묵하게 짐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곧 분위기가 좀 달라졌어요...
왜냐하면 첫째, 모스크바에서 저희가 묵었던 라씨야 호텔(옛 공산당 간부용 호텔)보다
수속이 간편했고(전에는 두시간이나 경찰관을 기다렸다는-.-), 직원들도 훨씬 친절했고요,
무엇보다도 각층마다 우리를 지키는 감시인이 없었습니다.
이 부분은 나중에 모스크바 이야기에서 다시 자세하게 소개해드리겠지만
러시아는 거주이전의 자유가 없어서 이동할 때마다 거주지 등록이 필요하고요,
호텔에서도 층마다 그 구역을 담당하는 사람이 지키고 있어서 출입을 신고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곳 쌍뜨에서는 그 감시인이 없더라고요~~ ^^
아침식사를 하러 곧 식당에 갔는데, 이곳 역시 분위기가 훨씬 밝고 친절하고요...
쌍뜨가 러시아에서 가장 개방적이고, 유럽의 관광중심지로 변모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조금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계속 더욱 놀라게 됩니다만...
아침을 먹고 영어가이드와 같이 일정을 의논한 후 시내 관광을 나섰습니다.
우선 차창 밖 풍경을 보며 도시의 분위기를 살피기로 하고요,
크고 작은 다리들을 건너고 강변을 따라 토끼섬 맞은편의 로스뜨랄 등대까지 가면서
쌍뜨뻬쩨르부르그를 눈에 담기 시작했습니다.
호텔부근 시가지는 조용한 소도시의 모습이었어요.
아침 출근시간이 지난 듯 한데도 도로에 차량은 좀 많은 듯 했고요...
네바강에 걸쳐진 뾰트르 대제의 다리(1908년 건립이라고 써있죠?)를 건너면서
엉뚱하게도 파리의 에펠탑과 철골구조가 비슷하다는 생각을...
다리 건너편은 이 도시의 공단 구역인 것 같았습니다.
붉은 벽돌로 된 오래된 공장건물과 굴뚝이 강변을 따라 많이 보였거든요.
공장 건물을 배경으로 강변에서 낚시하는 사람들을 보고 참 여유롭게 느껴졌고요,
공장건물들 사이에도 멋진 사원도 볼 수 있었습니다...
강변을 따라 계속 달리니 차창 밖 풍경도 점차 밝아졌습니다.
멀리 예쁜 건물들도 보이고, 여러 공원과 다리들도 지나고...
'북방의 베니스'라고도 불리는 쌍뜨뻬쩨르부르그에는 중앙에 네바라는 큰 강이
휘감고 지나가지만 대부분의 구역은 핀란드 만의 개펄을 메워서 건설했기에
수없이 많은 수로와 작은 섬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8세기초 뾰트르 대제에 의해 건설된 이래 200년간 로마노프 왕조의 수도였다는데,
이렇게 넓은 도시가 해변의 늪지대 위에 건설되었다니...
중심가(18, 19세기 러시아의 영화를 볼 수 있는 곳)로 다가갈 수록
건물은 화사한 채색을 하고 있고, 외벽의 장식도 화려해졌습니다.
창 밖으로 에르미따쥐(겨울궁전)도 지나고, 러시아 미술관도 지나고...
강변의 풍경과 길 걷는 사람들을 보고 있는데,
@.@ 에구, 깜짝이야... 말을 타고 길을 오가는 사람들도 눈에 띄네요.
역시 중심지역은 분위기가 더욱 자유롭고 옷차림도 더욱 유럽적(?)인 느낌이 났습니다.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가는 사람, 강아지나 곰을 끌고 가는 사람...
우리 일행들도 창밖으로 지나는 사람들(특히 젊은 여자들)에게
시선이 모아지기 시작했습니다... ^^*
또 다리를 건너고, 강변을 달리고... 첫번째 관광지 로스뜨랄 등대까지
이렇게 차창 밖 풍경을 감상하며 첫인상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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