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립 쌍뜨뻬쩨르부르그 대학은 바씰리 섬의 동쪽,
로스트랄 등대 앞 해군박물관 바로 뒤에 강변에서부터 자리하고 있습니다.
에스뻬게우(예전에는 레닌드라드 대학, 엘게우라고 불렸던)의
대학 캠퍼스가 위치한 곳은 아주 전망이 좋은 구역이어서
강 건너편에는 쌍뜨뻬쩨르부르그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뾰트르 대제의 청동기마상과 이삭성당, 그리고 에르미타쥐가 보이고
같은 강변에는 캠퍼스 바로 왼쪽으로 인류학 박물관과 과학 아카데미가,
오른쪽으로는 러시아 예술 아카데미 박물관과 멘쉬코프 궁전이 이어지고 있었어요.
러시아 방문 목적의 하나인 이 대학 관계자와의 만남을 위해 갔다가
잠시 학교 캠퍼스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에르미따쥐에서 '궁전 다리'를 건너면 과학아카데미 바로 옆으로 이어지는
학교 캠퍼스는 바씰리 섬의 한 구역일 뿐 울타리 같은 것은 없었고요,
대체로 분위기가 조용하고 고풍스러운 옛건물들로만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쌍뜨의 다른 건물들처럼 각각 연한 노랑, 초록, 분홍색의 외벽을 가지고 있고요...
캠퍼스의 곳곳에는 이 학교 출신의 유명한 학자들의 동상이 세워져 있는데
그 중에 체비소프, 멘델레예프, 렌츠, 메치니코프, 파블로프, 랴푸노프...
이름을 아는 사람도 모르는 사람도 있지만 우리같은 방문객이 보기에도
얼마나 자랑스럽게 생각하는지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겠더라고요.
화학자 멘델레예프의 주기율표(?)가 수소, 헬륨, 리트륨, 베륨... 이렇게
원소를 나열한 것이던가요? ^^*
생물학자 메치니코프나 파블로프도 들어본 것 같죠?
이 대학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비롯해서 수없이 많은 유명 과학자를 배출했다니
참으로 부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재 푸틴 대통령도 이 대학 법학부 출신이고 한때 교수로도 재직했었다는데
아무래도 사회과학 분야보다는 정치성이 없는 자연과학 분야가 발달한 듯 했습니다.
자동차로 인류학 박물관 앞까지 캠퍼스를 한바퀴 돌고나서
강변도로변에 있는 녹색 건물 '인문학부' 쪽으로 향했습니다.
우리나라 학생들도 많이 공부하고 있다는 이 대학 인문학부 출입구 중의 하나예요.
러시아어나 러시아 문학 전공하는 사람들에게 친숙한 곳이겠지만
우리 일행은 출장 목적인 공식적인 일정을 마치고 '한국어와 한국문화 센터'에만
잠시 들렀기 때문에 우리 학생들을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고보니 10일간의 러시아 방문기간중 한국사람은 한사람도 못 만났습니다... -.-
건물 외관은 질서정연하고 아름답지만 대학 내부는 이렇게 좀 낡은 느낌이 들었고요,
복도와 천정은 규모가 꽤 커서 우리나라의 대학 건물보다 장중한 분위기입니다.
이곳에 '한국어와 한국문화 (한국학) 센터'가 있다고 해서 찾아가 보았습니다.
한국에 대한 각종 연구서적이 가득한 책장들로 빙 둘러있는 센터 내부 모습입니다.
한쪽 벽에는 한국 달력, 탈, 사진등도 걸려있었는데
일행을 맞이하는 연구원 아가씨의 수줍은 미소가 참 인상적이었어요...
또다른 연구원도 예쁘죠? 다들 한국말을 참 잘하더라고요...
특히 가운데 서 있는 사람, 이 센터의 센터장을 맡고 있는 꾸르바노프 교수는
모습을 보지 않고 음성만 들을 경우 한국사람인줄 착각할만큼
너무나 유창한 한국말에 남북한의 역사, 경제, 사회, 문화에 박식한
한국통이었습니다. 살짝 물어보니 부인이 한국 무용가라네요,
러시아에 공연하러 온 한국 무용단을 통역하다가 부인을 사귀게 되었다고 ㅎㅎ
여하간 제3자의 입장에서 남북한 비교연구를 하고 있는 러시아 학자로서
연구에 대한 열정과 성과가 돋보이는 성실한 사람이어서 아주 반가왔습니다.
꾸르바노프 교수의 안내로 쌍뜨뻬쩨르부르그 대학 구내서점에 가서 둘러보고
한국어와 한국학 관련 서적들도 구경하고 구입했습니다.
아직 러시아어를 잘 하진 못하지만 꾸르바노프 교수가 쓴 한국역사서도 구입하고
모스크바에서부터 같이 온 아브라모프 박사에게 책 선물도 했고요...
그 외에도 연해주에 거주하던 한국인 3세가 집필한 한국어-러시아어 속담 비교 사전이랑
눈에 띄는대로 이것저것 집었는데 총 5권에 6백 루블(약 만팔천원)을 지불했습니다.
내용이 알차고 소중한데다 인쇄, 제본이 잘 된 것에 비해 책 값이 싼 편이네요~
쌍뜨 대학의 인문학부 건물을 나와서 저녁먹으러 가기 전에
이 도시의 가장 번화가라고 할 수 있는 넵스키 대로에 가보기로 하고
네바강에 걸쳐진 '슈미트 소위' 다리를 건너 강변을 달렸습니다.
슈미트 소위 다리를 건너며 바라본 대학가 반대편 네바강변 모습이예요.
왠지 제가 살았던 프랑스 리용의 손강변과 분위기가 많이 닮은 듯...
강 건너편에서 본 대학 캠퍼스와 캠퍼스 옆 멘쉬코프 저택의 모습입니다.
멘쉬코프는 뾰트르 대제의 절친한 친구로서 18세기초 초대 상뜨뻬쩨르부르그 시장을
지낸 인물인데 대공의 저택이 규모가 크고 사치스러운 장식으로 가득했지만
황제가 허락(뾰트르 자신은 매우 검소하게 살았는데도 불구하고)했었고
이 저택에서 주요 만찬과 외교 리셉션을 개최했었다고 하네요.
친구인 황제와는 전쟁터에서는 전우, 국사를 보는데는 보좌관이었고
뾰트르가 너무나 신임하는 사람이어서 당대에 그의 영향력과 권세가 대단했던 듯...
멘쉬코프는 육군 원수이자 대공, 상뜨뻬쩨르부르그의 총독을 지냈다고 하는데
다음에 쌍뜨뻬쩨르부르그를 방문하게 되면 이 저택의 내부도 꼭 구경해보고 싶습니다.
일행은 강변도로를 타고 넵스키 대로로 향했습니다.
'유럽 아프리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러시아 쌍뜨뻬쩨르부르그 - 첫인상 (0) | 2005.09.03 |
---|---|
[스크랩] 러시아 쌍뜨뻬쩨르부르그 - 네바강과 로스트랄 등대 (0) | 2005.09.03 |
[스크랩] 러시아 쌍뜨뻬쩨르부르그 - 피의 사원과 피의 광장 (0) | 2005.09.03 |
[스크랩] 러시아 쌍뜨뻬쩨르부르그 - 보드카 박물관 (0) | 2005.09.03 |
[스크랩] 러시아 쌍뜨뻬쩨르부르그 - 민속 공연 (0) | 2005.09.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