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노림수 : Last President
[조선일보 김영철 기자 블로그]
노무현 대통령은 KBS '참여정부 2년6개월,대통령에게 듣는다' 국민과의
대화 프로그램에서 또 연정론을 들고 나왔다.
한나라당을 비롯한 야당이 반응을 보이지 않으니 이제 국민들을 직접 설득하는 방식을
취한 것이다.
이번엔 아예 "권력을 통째로 내놓겠다"고 했다.
자 대통령의 국민 설득은 과연 성공할 수있을까?
아마도 대통령은 자신의 '말발'로 국민들을 충분히 설득할수 있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이미 자신의 '말'을 통해 국민들 설득에
성공, 대통령에 당선된 경험이 있으니 당연히 가질만한 자신감일 것이다.
대통령의 국민설득과 관련, 청와대 조기숙 홍보수석의 발언이
재미있다.
그는 라디오에 출연해 "대통령은 21세기에 가 있는 데 국민은 아직 독재문화에 빠져 있어 대화가 안된다"고 했다.
국민 알기를 '홍어X'으로 아는 발언이다.
그러니 적당히 설탕섞고 색깔도 내고 하면 '국민은 충분히 설득가능한
대상'이라고 판단할 수 있었을 것이다.
국민을 우습게 보기는 대통령도 마찬가지인것 같다. 그는 KBS프로에서 "국민이 틀렸을 때는
틀렸다고 말할줄 알아야 한다"며 '과감한 거역'을 하고 있다고 했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고
규정하고, 제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모든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했다. 이는 소수국민은 틀릴수 있어도 다수 국민은 절대
틀릴수 없음을 규정한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의 '틀린 국민'을 바로잡으려는 발상은 헌법을 위반해서라도 뜻을 관철하겠다는 뜻이다.
국민과의 대화와 관련, 비서실장으로 전임 홍보수석을 앉힌것도 앞으로의 대통령 행보와 관련, 예사롭지 않다.
'21세기 2005년에 아직도 20세기에 사는 '덜 떨어진'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내 뜻을 관철시키겠다"는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이제 국민들은 과연 설득당할까?
확신컨데 설득당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대통령의
말이 갖는 진정성이 이젠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2002년 대선전에서 흘렸던 노무현 후보의 눈물, 약자 피해자 가난한자 편에선
발언과 행동, 영부인 권양숙여사 부친의 좌익전력이 문제가 됐을 때 '그럼 내가 야박하게 마누라를 내쳐야 하냐'는 말에서 전해졌던 인간다움 등등의
진정성은 2년반의 집권기간을 거치면서, 대통령이 간직하고 있던 속물성을 완전히 노출시켜왔기 때문이다.
대통령 말대로 간이 작아
과거 전두환이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보다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게 였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그런일을 똑같이 했다. 집권후 그동안 보여준
대통령의 독선과 아집, 제왕적 행동등은 이제 노출될대로 다 노출돼 새로울 게 없다. 스스로는 '진정성'으로 무장했다고 보고, 이번에 다시
국민과의 대화에 나섰는지 모르지만, 아무도 진정으로 보지 않고 있으니 문제다.
집권초엔 차떼기 같은 큰 부패와 그 10분의
1이라는 작은 부패가 비교됨으로써 경쟁력을 가질수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더이상 그런 비교경쟁력을 가질수가 없게 됐다. 물론 그점은 대통령의
장점이다. 그러나 그 장점은 대통령이 됨으로써 그 소멸시효를 다했다. 그런데 대통령은 '21세기 국민들에게 20세기말에 유효했을 법한 방식'을
이제 다시 들고 나온 것이다.
그럼 대통령이, 야당은 아무 관심도 없고, 국민의 70%이상이 효과를 의심하고 있고, 심지어 여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일어나는 연정론에 목을 메는 진정은 무엇일까?
퇴임후 때문이지 다른 딴 이유는 아무것도 없다고 본다.
과거 12-12쿠데타와 광주진압을 통해 권력을 잡은 전두환도 집권후에, 퇴임후에도 권력을 행사할 수있는 방법을 찾은 적이 있다.
그래서 일해재단을 만들어 민정당 의원들을 수하에 두고 간접지배하는 방식을 연구했다.
31년생이니 전두환은 퇴임후엔 환갑도 안 지난
젊은 나이였다. 그러니 당연히 욕심이 생길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2008년 2월 퇴임하면,61세에 불과 하다.
평균수명이 칠십몇살인데 그러면 이삼십년 이상을 귀향마을에 가서 산다고? 그말을 액면 그대로 믿을 사람 하나도 없을 것이다. 대통령이 원칙과
일관된 논리에 따라 말을 해 왔다면 또 믿어줄지도 모른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지난 2년반동안 대통령 모습은 자신의 편의에 따라
말하고 해석하고 행동하는 전형적인 '내맘대로'형 독선과 아집을 보여줬고, 국민들은 이에 머리를 흔들고 있는 중이다.
DJ가
대통령에 당선된 나이는 72세였다. 그렇다면 61세라는 나이는 너무 청년이다. 할일이 많다. 그래서 다른 욕심이 나고, 그것은 집권기간중에
처리해야 할 '최대과업' 이다.
YS의 퇴임후 모습을 보면, 퇴임후 문제를 지금 챙겨두지 않을수 없을 것이다. 그나마 DJ는
정권을 자기세력에게 물려주었기에 병원에 입원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면, 우루르 특사다 뭐다 달려가고 또 웃는 모습으로 퇴원을 할 수 있다.
그런데 YS를 보라. 가장 무능한 인간으로 치부되고 있다. 그나마 DJ시절 초기엔 한나라당의 곁불을 쬐끔 쬐며 영향력을 보이는 듯도 했지만,
지금 형편을 보라. 우리나라는 아직 권력의 역사가 짧기 때문에, 퇴임후를 챙기지 않을수 없는게 현실이다.
그러니 연정론도 나오고,
야박하게 97년 대선자금을 자꾸 파내지 말자는 말도 나오는 것이다.
조선왕조가 패망한 분열의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기위해서는
지역구도를 타파해야 한다. 명분이야 100% 옳다. 대통령은 그 명분에 국민들이 '현혹'되어 주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대통령은 이같은 구상을
90년대부터 주욱 해 왔다고 한다. 그런데 이제 그 구상을 밝히고 국민들에게 호소한다고 했다.
그러나 한꺼풀만 까보면, 뭐 어렵게
한나라당한테 '권력을 줄테니 제발 받아달라'거나 혹은 '아니면 지역구도를 타파하기 위한 협상 테이블에라도 나와달라'고 애걸할 필요가 없었다.
지난해 탄핵 후폭풍으로 열린우리당은 과반의석을 점유한 적이 있었다. 10여년 넘게 머릿속에 구상한 것을 기회가 왔을때 처리하지
못하고 굳이 다시 여소야대로 정치구도가 변한뒤에 끄집어 내는 이유가 뭘까?
그러니 어느 국민이 그러한 제안의 진정성을 믿겠는가.
아마 대통령은 국민이 '명분'에 또다시 '현혹'될 것이라고 믿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대통령은 국민들이 '명분이 밥먹여
주냐'는 것을 지난 2년반동안 뼈저리게 체득해 가고 있다는 점을 깜박 한 모양이다.
그런데, 내 생각에는 노무현 대통령은 이점도
계산을 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이는 전임 김우식 비서실장이 누구보다도 뛰어난 정치적 판단력을 소유한 분이라고 격찬했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현재 연정론에 대해 한나라당에서 일단 펄쩍 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것도 겉보기에 그런 것이지
한꺼풀 까보면 꼭 그런것만도 아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아다시피 한나라당은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을 텃밭으로 하고 있다. 이들 지역
국회의원들 가운데는 국가의 장래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지역의 맹주자리나 지키면서 두고두고 국회의원이나 하면 된다는 인물들이 있다. 그들은 '그냥
나눠준다는 권력 받아쓰면서 좋게 좋게 지내자'는 의원님들이다. 권력의 단맛을 누리다가 벌써 8년 가까이 그 꿀맛을 보지 못하고 있어 '뽕'맞는
심정으로 권력에 동참하고 싶은 의원님들이 분명있다.
이들과의 이해가 맞아 떨어질 경우,한나라당을 쪼개고 현재의 열린우리당도 쪼개는
빅뱅을 통해 내각제로의 개헌을 이루는 것이다. 그렇게 어려운 셈법이 아니다. 이 셈법을 놓고 지금 고건도 뛰고 심대평도 뛴다. 한나라 안에서도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고, 열린우리당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물론 겉으로야 다 제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국민들 입장에서도 대통령제 지긋지긋하다는 분들도 있고 해서---. 그러면 노 대통령의 연정제안은 성공하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입장에선 연정론에 어떤 식으로든 불을 지피고 살려야 퇴임후가 아니 그의 미래가 열린다. 그냥 지금대로 29%대통령의 지지율에 10%대의
열린우리당 지지율로는 차기 정권창출은 물건너 갔다. 당연히 '말도 안되는 제안'이라고 언론이 아무리 떠들어 대도, '이제는 경제를 살릴 때'라고
목청을 아무리 높여도 대통령은 귀를 기울이기가 어렵다. 차기정권을 창출하거나 아니면 내각제 개헌이라도 해놓아야 퇴임후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거기다 노무현 대통령이 역사 교과서를 의식한다면 대통령은 내각제 개헌을 관철시키려 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 역사
교과서엔 노무현 대통령을 역사상 '마지막 대톻령(Last President)'라고 기록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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