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동북공정 프로젝트를 통해 고구려를 중국사에 편입시키려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대학에서 사용하는 일부 역사 교재도 고구려를 중국에 복속된 지방 정권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중국의 중학교 역사 교과서는 아직 고구려를 고대 한국의 국가로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8월 1일 베이징대학이 출판한 대학교재인 ‘중국 고대 간사(簡史)’ 내용을 확인한 결과, 수(隋) 왕조의 멸망을 기술한 부분에서 ‘고구려는 오랫동안 조선반도 북부와 요동 지역을 차지하고 있었다. 비록 중원 왕조에 복속돼 있었으나 소란를 피웠다’고 표현, 고구려를 중국의 복속 정권으로 규정했다.
▲ 베이징대 교양역사과목 교재로 쓰이는 '중국고대간사'의 고구려 관련 내용. '고구려가 중원 왕조에 복속돼 있었다' 는 내용이 밑줄 친 부분에 나온다.
이 책은 장판(張帆) 베이징대 역사학과 교수가 2001년에 쓴 것으로, 현재 베이징대학이 공통 교양 선택과목으로 개설하고 있는 ‘중국통사’(고대부분)의 교재로 쓰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상하이 푸단(復旦)대학이 교양 역사과목 교재로 쓰는 ‘국사개요’는 고구려와 수나라와 관계를 실질적인 군신(君臣) 관계로 묘사하고 있다. 판수즈(樊樹志) 푸단대학 역사학과 교수가 지난 2000년 개정, 저술한 이 책은 ‘수와 고구려의 관계는 실질적인 군신관계로 넘어갔다’면서 ‘이런 국제관계 변화 속에서 수의 고구려 원정이 이루어졌다’고 기술했다.
한편 중국 주간지 ‘삼련생활’은 최신호에서 “명·청(明· )나라 때 중국과 한국은 종주국과 속국 관계였다”고 주장해 파장이 예상된다.
정부는 고구려 유적지가 있는 중국 지안(集安)에서 고구려가 중국의 일부인 것처럼 33개항에 걸쳐 왜곡해 게재한 ‘중국고구려사’가 공공연히 판매되는 등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과 관련, ‘조용한 외교’ 대신 강력히 대처해 나가겠다는 뜻을 1일 밝혔다.
외교통상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지안을 포함해 곳곳에서 중국 당국의 고구려사 왜곡이 도를 더해가고 있다”며 “학술적 차원뿐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도 중국 정부에 시정을 요구하는 등 최대한 강력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2004.8월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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