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군내 사건·사고가 빈발하자 국방부는 民·軍 전문가들로 구성된 '병영문화개선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사고예방에 골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1947년 조선경비대 시절부터 36년 동안 이등병부터 장군까지 군생활을 한 한 예비역 장군이
자신의 경험담을 책으로 출간하고 "군내 사고예방의 첩경은 군인을 강하게 훈련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해 화제가
되고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최갑석 예비역 육군소장. 책 제목은 '장군이 된 이등병'(화남, 384쪽.
1만원).
최갑석(77, 사진) 씨가 구술을 하고 피처 스토리 작가 이계홍 씨가 정리했다. 국방일보에 145회에
걸쳐 장기 연재돼 수십만 국군장병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책의 제목대로 최씨는 밑바닥부터 시작해 하늘의 별을 따고 전역한
파란만장한 인생의 주인공이다.
책은 그가 1983년 1월31일 육군소장으로 예편할 때까지 36년 10개월
동안 군인으로서의 삶을 그리고 있다.
그의 일생은 살아있는 국군의 역사라 할 만하다. 1929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나 군모집 광고를 보고 1947년 국방경비대에 이등병으로 입대한 이후 제주 4.3사건, 여순사건, 38선 충돌,
6·25전쟁,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는 등 국군 60년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그는 또한 최장기 근속 보유자, 최다 계급
진출자, 보병ㆍ포병ㆍ경리ㆍ감찰ㆍ항공 등 최다 병과 근무자, 28개 부대를 전속 복무한 최다 부대 전속자 등 한국
국군사의 산증인이다.
최씨는 "군에 들어가면 죽거나 다치든지, 아니면 처벌받고 나오는데, 다행히 군인정신을 간직한 채
명예롭게 살아서 두 발로 걸어 나왔다는데 감사하고 있다"는 말했다.
최씨는 최근 빈발하는 군대내 사고에 대해 앞으로도
사고가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20여년 전의 산아제한 정책으로 외아들로 태어나 부모의 과잉보호 속에 자란 20대
젊은이가 현재 전체 군인의 50%가량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군사고는 불가피하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그는 "조금의
참을성도 없는 20대 군인들에게 총과 칼을 쥐어주었으니 사고가 터지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일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경험과 판단능력이 부족한 지휘관의 잘못도 사고 발생에 한 몫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전에는 지휘관이 부대에서
가장 일찍 일어나고 가장 늦게 자는 등 솔선수범했는데, 요즘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군사고를
줄이기 위해 최근 군내 민주화니 장병 복무 환경 개선이니 하며 다양한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지만 이보다는 오히려 군인들을 더욱
강하게 훈련시켜 강한 군인으로 키우는 게 군사고를 막는데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군대는 강하면 강할수록
피를 적게 흘리고 그 만큼 부상자도 적게 나온다고 강조했다.
▲최갑석
장군은…
6·25전쟁 당시 그의 나이 21세. 노랫말대로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으며 북한
공산군에게 빼앗긴 우리 땅을 되찾기 위해 싸웠던 주인공이다. 휴전을 맞을 때까지 죽을 고비도 숱하게 넘겼다. 전선을 형성하며 한판 붙고난 후에는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그는 팔 다리가 잘려 선혈이 낭자해도, 눈앞에 닥친 죽음을 결코 두려워하지 않았던 전우들과 함께 전선을 지키고 나라를
구한 전사의 산 증인이다.
남침한 북한군을 상대로 한 어느 전투에서도 지지 않았다. 두툼한 그의 배짱은 부하들의 전의를
고취하는 데 한몫 했을 정도였다.
그는 광복 그 이듬해인 1947년 2월 조선경비대 2연대 4중대로 자원입대 했다. 군번
1200599. 충남 부여 출생. 1950년 6월 국군의 총 반격이 감행될 무렵인 9월4일, 의성전투에서 공을 세우며 육군 소위로 현지임관했다.
군번 200768.
그는 전투 경험이 풍부하다. 파월 당시에는 주월 한국군 사령부 인사참모직을 맡아 임무를 완벽히
수행했다. 이등병으로 입대 후 군의 전 계급을 거쳐 27년 만인 1974년 그는 별을 달았다. 이후 육군본부 인사근무처장,
원호관리단장을 거쳐 1978년 10월 부터 15개월간 육군 소장으로 8사단장을 지내기도 했다. 1982년 육본 감찰감직을 마쳤고 1983년
10월 말 육군 2군사령부 부사령관직을 끝으로 그는 36년간의 군생활을 마쳤다.
제대 후 재향군인회 이사, 전국 고속운수사업조합 이사장도 역임했다. 최 장군은 현재 성우회
안보평론 위원, 한국전쟁문학회장을 맡고 있다. (kon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