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교수 사단의 핵심은 역시 서울대 수의대 연구진. 황 교수를 수년 전부터 모셔 온 「직할부대」인 셈이다. 대학원생 때부터 황 교수와 인연을 맺었다는 이병천 교수는 황 교수의 오른팔로 알려져 있다. 1989년 정식으로 황 교수팀에 합류한 이 교수는 16년간 황 교수와 동고동락해 온 인물이다. 이 교수는 국내 최초의 시험관 송아지 탄생(1993년), 할구 복제를 이용한 복제 송아지 생산(1997년) 등에 잇따라 성공했고, 1999년에는 국내 최초의 체세포 복제 송아지 「영롱이」를 탄생시켜 해외기술 격차를 2∼3년 좁혔다. 이 교수는 현재 서울대 수의대팀의 모든 살림을 맡고 있다.
이병천 교수와 함께 주요 멤버인 강성근(36) 교수는 연구팀에 유전기법을 도입한 주인공이다. 강 교수는 DNA에 있는 특정 유전자를 제거하는 「낙 아웃 기법」의 권위자로 유전학을 아는 새로운 멤버를 찾던 황 교수에게 픽업됐다. 강 교수가 2002년 연구팀에 합류한 뒤 불과 1년 만인 2003년 세계 최초로 광우병 내성 복제소와 장기이식용 무균 돼지를 잇따라 생산해 냈다. 강 교수는 지난 5월 런던에서 열린 사이언스 기자회견과 6월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줄기세포 정상회의 등에 황 교수와 함께 참석하며 그림자 보필을 하고 있다.
서울대 수의대의 황 교수 연구팀은 이들 2명의 교수 아래 박사후 연구원 4명, 박사과정 26명, 석사과정 14명, 연구원 13명 등 모두 60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황 교수와 함께 서울대 85동 수의학과 수의생물공학연구실에서 하루 24시간, 1년 365일 연구에 몰두하며 동고동락하고 있다. 이들은 매일 새벽 몇 명씩 조를 나눠 서울 송파구 가락동과 경기도 안양, 이천 등 세 곳의 도축장에서 하루 두 차례씩 소나 돼지의 난소를 채집하는 일에서부터 난자 분리, 체세포 핵 이식, 배아 복제 등의 고난도 작업을 톱니바퀴 굴러가듯 한 치의 어긋남 없이 해내고 있다.
임상교수·세포생리학 전문가 등 외인부대도 막강
줄기세포 공동 연구진. 왼쪽부터 강성근(서울대 수의대) 교수, 이창규(서울대 농생명공학부) 교수, 이병천(서울대 수의대) 교수, 윤현수(한양대 의대) 교수, 황정혜(한양대 의대) 교수, 김계성(한양대 의대) 교수, 구정진·장상식(한나산부인과) 원장 내외, 박예수(한양대 의대) 교수. |
황 교수팀에는 이들 직할부대 외에도 임상교수 및 세포생리학 전문가들이 외인부대를 형성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인물은 서울대 의대 안규리 교수(신장내과). 면역학 전문가인 안 교수는 3년 전부터 황 교수팀에 합류해 장기이식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황 교수는 지난 5월 사이언스 논문 발표 이후 안 교수에게 향후 연구의 상당 부분을 이관했고 연구팀 내 대변인 역할도 맡겼다.
또 서울대 의대 문신용 교수(산부인과)와 미즈메디병원 노성일 이사장은 복제 배아 줄기세포 연구팀의 숨은 공로자. 황 교수팀이 지난해 2월 세계 최초로 인간 배아 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했을 때 전면에서 주목을 받았던 주역들이며 이제는 무대 뒤에서 팀을 조정,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 외 미즈메디병원의 김선종 박사, 한양대 병원의 황정혜 교수, 서울 서초동 한나산부인과 장상식·구정진 원장팀도 불임치료를 하면서 얻은 줄기세포 추출에 관한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해외 사단」의 중심은 제럴드 새턴 교수
한편 황 교수팀의 「해외 사단」도 만만치 않다. 지난 5월 사이언스에 황 교수와 공동저자로 논문을 발표한 미국 피츠버그대 제럴드 새턴 교수는 한때 황 교수와 경쟁관계에 있었으나 적극적인 협력자가 된, 재미있는 이력을 가진 인물이다. 그는 원래 원숭이 복제 전문가로 『영장류에서는 체세포 복제 배아를 만들 수 없다』고 주장했으나 황 교수는 새턴의 가설을 뒤엎고 연구에 성공할 수 있었다. 현재 황 교수는 새턴 박사 연구실에 2명의 연구진을 파견, 원숭이 복제 및 영장류 체세포 복제 배아와 관련된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 복제양 돌리의 아버지인 영국의 윌머트 박사도 황 교수의 국제연구 파트너가 됐다. 황 교수는 5월 중순에 스코틀랜드를 방문, 윌머트 연구팀의 시설을 둘러보고 공동 연구를 받아들였다. 이들은 올 10월 공동연구협정을 맺고 대표적인 난치병인 루게릭병에 도전한다. 이들 2명의 복제박사뿐 아니라 미국 하버드 줄기세포 연구소, MIT의 줄기세포 지원팀들이 한국-하버드-MIT를 연결하는 공동연구팀을 만들자는 제안을 했다고 한다.
황 교수는 『이러한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전 세계의 줄기세포를 관리하는 「세계 줄기세포 은행」을 올해 안에 서울에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중요해질 연구 멤버들은 줄기세포를 실제 환자 치료에 연결시키는 임상 분야의 전문의들이다. 이들 팀은 1주일에 한 번씩 미팅을 갖고 각 분야의 줄기세포 분화 연구를 나눠 맡고 있다.
예를 들어 한양대병원 윤현수·김계성 교수(해부세포 생물학교실), 고려대 김종훈 교수(생명유전공학부)는 줄기세포 배양과 분화 연구를 맡은 사람들이다. 또 가톨릭의대 전신수 교수(신경외과), 한양대병원 박예수 교수(정형외과), 서울대병원 왕규창 원장·백선하 교수(신경외과), 윤병우 교수(신경외과), 김영태·이정렬 교수(흉부외과)는 각기 자신이 맡은 질병의 임상 분야에서 줄기세포가 제대로 작동할지 알아내는 역할을 한다. 이들은 황 교수와 함께 세계 각지의 연구 정보를 수집하고 실험 아이디어를 낸다. 각자 자신의 전공 분야에서 줄기세포 연구와 관련 있는 최신 연구기술을 갖고 오는 싱크 탱크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