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착 어려운 ‘초경량 암흑물질’… 한빛 원자로서 세계 최초 탐색
- 동아일보 업데이트 2025-02-07 03:002025년 2월 7일 03시 00분 입력 2025-02-07 03:00
기초과학연구원 ‘네온 실험’ 도전
상용 원자로 활용한 첫 사례… 특수 미세 신호 검출기 개발
자연 속 방사선 영향 최소화… 암흑물질 연구 새 지평 열어
전남 영광군에 있는 한빛 원자력본부 제3발전소에서 암흑물질 신호를 탐색하는 검출기. 기초과학연구원(IBS) 지하실험 연구단이 이끄는 국내 공동연구진은 세계 최초로 상용 원자로를 사용해 가벼운 암흑물질을 탐색하는 도전을 시작했다. IBS 제공
표준 우주론 모델에 따르면 우주의 26.8%는 암흑물질이 차지하지만 암흑물질의 정체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암흑물질의 성질이나 상호작용을 직접적으로 관찰한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상용 원자로를 사용해 가벼운 암흑물질을 탐색하는 도전을 시작했다. 암흑물질 탐색 연구의 새로운 기준점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IBS 지하실험 연구단이 이끄는 국내 공동연구진이 전남 영광군에 있는 한빛 원자력본부 제3발전소에서 초경량 암흑물질을 직접 탐색하는 ‘네온(NEON)’ 실험을 구현했다고 5일 밝혔다. NEON은 IBS를 비롯해 서울대, 중앙대, 한국원자력연구원, 국가연구소대학교(UST)가 공동으로 2019년부터 기획한 실험이다.
기존 암흑물질 탐색 연구는 가속기를 이용해 ‘약한 상호작용을 하는 무거운 입자’라는 뜻의 ‘윔프(WIMP)’ 등 무거운 암흑물질 탐색 위주로 이뤄졌다. 그러나 무거운 암흑물질에 대한 증거가 실험적으로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으면서 학계에서는 가벼운 암흑물질에 주목해 암흑물질 연구를 이어가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가벼운 암흑물질은 다른 물질과의 상호작용이 활발하지 않아 자연에서 나오는 배경 방사선에 신호가 묻히기 쉽다는 점이다. 가벼운 암흑물질을 탐색하기 위해서 배경 방사선을 최소화하고 정밀한 실험 설계가 필요한 이유다.
연구팀은 한빛 원자력본부 제3발전소의 2.8GW(기가와트) 열출력 원자로에서 약 23.7m 떨어진 지점에 특수한 미세 신호 검출기를 설치했다. 저에너지 방사선 탐지에 특화된 이 검출기는 배경 방사선의 영향을 덜 받도록 액체 섬광체, 납, 폴리에틸렌으로 구성된 다층 차폐 구조를 갖췄다.
연구팀은 또 암흑물질 신호와 배경 잡음을 구별하는 독창적 알고리즘을 데이터 분석에 도입해 신호 해석 능력을 크게 향상시켰다. 알고리즘 덕분에 1-1000keV(킬로전자볼트)/c2의 가벼운 암흑물질 탐색이 가능해졌다. 기존 원자로 기반 실험 대비 약 1000배 더 높은 탐색 감도로 암흑물질 신호를 탐색할 수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감도다.
이렇게 구현한 실험을 통해 연구팀은 1년 4개월의 기간 동안 암흑물질 신호 데이터를 수집했다. 학계에는 핵분열 과정에서 방출된 고에너지의 광자가 전자와 상호작용해 암흑광자가 생성되며 이 암흑광자가 다시 가벼운 암흑물질을 만든다는 이론적 제안이 있다.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실제로 암흑물질이 전자와 상호작용해 발생할 수 있는 미세 신호를 검출기를 통해 포착했다. 이론적 제안을 실험적으로 구현해 가벼운 암흑물질을 직접 탐색할 가능성을 높인 것이다.
이번 실험은 상용 원자로를 사용해 가벼운 암흑물질을 탐색하는 도전을 세계 최초로 시작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상용 원자로의 안정적이고 강력한 에너지 출력을 활용해 암흑물질을 탐색할 수 있어 암흑물질 연구의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한 것이다.
실험을 이끈 이현수 IBS 지하실험연구단 부연구단장은 “원자로를 암흑물질의 생성 원천으로 활용한 혁신적인 방법으로 매우 가벼운 암흑물질을 탐색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면서 “기존 암흑물질 연구의 한계를 극복하고 우주 형성의 비밀을 풀어가는 데 있어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향후 실험에서 신호 데이터 수집량을 2배 이상으로 늘리고 보다 정밀한 기술을 적용해 분석할 예정이다. 연구 결과는 지난달 14일 세계적 권위의 물리학 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게재됐다.
이채린 동아사이언스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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