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큰 싸움’ 언급 의협, 엄포만으론 민의와 멀어질 뿐
중앙일보 입력 2024.06.03 00:43 업데이트 2024.06.03 01:27
대한의사협회가 2일 오후 시·도의사회장 긴급 회의를 열었다. 이날 한 참석자가 회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동네 의원 집단휴진 시사, 득보다 실 클 것
과격한 발언 자제하고 환자 곁에 돌아오길
대한의사협회가 정부를 상대로 ‘큰 싸움’을 예고하면서 정부와 의사들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지난달 30일 의협이 주최한 촛불 집회에서 “6월부터 본격적으로 큰 싸움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의협은 큰 싸움의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진 않았지만, 동네 병의원의 집단휴진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이 있다. 의협은 어제 시도의사회장단 회의를 열고 향후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다.
지난 2월 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 확대를 발표하자 환영하는 여론도 있었지만 정부가 지나쳤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필수·지역의료 붕괴를 막으려면 의사 증원이 필요하다는 견해에 많은 사람이 공감했지만 2000명이란 숫자에만 집착하는 정부 태도는 납득하기 어려웠다. 지난 4월 총선 이후 정부는 2000명을 고수하지 않고 의료계와 대화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런데도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원점 재검토’만 되풀이하는 의사들의 목소리는 점점 호소력을 잃어가고 있다.
만에 하나 의협이 실제로 집단휴진에 들어간다면 득보다 실이 클 것이란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4년 전에도 의협은 의대 증원에 반대하며 집단휴진을 선언했지만, 동네 병의원의 휴진 참여율은 한 자릿수에 그쳤다. 현실적으로 정부에 대한 압박 효과는 별로 없으면서 의료계에 대한 국민의 불신만 자초하는 결과를 낳았다. 휴진이 병원 수익과 직결되는 개원가의 속성상 이번 집단휴진 참여율이 얼마나 될지도 미지수다. ‘큰 싸움’ 운운하면서 엄포성 발언으로 겁박만 하는 모습은 민심과 멀어져만 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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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회장은 일상이 된 과격 발언을 자제하길 바란다. 의사단체 대표로서 의대 증원 등 정부 정책에 불만을 표시할 수는 있어도 할 말과 못 할 말이 있는 법이다. 그는 이번 집회에서 “정부가 법무부와 상의해서 의사들을 가둘 교도소 공간도 점검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근거 없는 선동이다. 임 회장은 내년도 의료수가 협상이 결렬되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1.6%, 1.9% 이게 윤석열 대통령이 생각하는 사람 목숨값”이라는 글을 올렸다. 1.6%와 1.9%는 건강보험공단이 각각 대한병원협회와 의협에 제시한 수가 인상률이다. 의협이 의료 수가를 더 올리자고 요구하려면 합리적 근거를 제시해야지 ‘목숨값’이란 자극적이고 과도한 표현을 쓰는 건 납득할 수 없다.
의사들이 진정 나라의 의료체계를 걱정한다면 다소 아쉽더라도 서둘러 환자 곁으로 복귀하고 협상 테이블에 나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정부도 전공의 수련에 대한 지원을 대폭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히지 않았나. 그런데도 의협이 거리에서 과격한 발언만 내놓는다면 환자 피해는 커지고 의료 시스템은 더 망가질 뿐이다. 현 사태에 대한 의사들의 진지한 성찰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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