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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더블린 '실시간 창' 열자...부끄럽고 희한한 일 벌어졌다

鶴山 徐 仁 2024. 5. 30.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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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더블린 '실시간 창' 열자...부끄럽고 희한한 일 벌어졌다

[윤주헌의 What's up

뉴욕=윤주헌 특파원


2024.05.30. 00:40업데이트 2024.05.30. 08:49

26일 미국 뉴욕 맨해튼 플랫 아이언 빌딩 앞 광장에 설치된 조형물 ‘포털’ 앞에서 한 남성이 화면에 비친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 사람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욕과 더블린 중심가에 각각 설치된 이 조형물은 스크린으로 양쪽 상황을 생중계함으로써, 두 도시가 통로로 연결된 듯한 느낌을 준다. /윤주헌 특파원

지난 26일 오전 미국 뉴욕 맨해튼의 플랫아이언 빌딩 앞 광장. 카메라를 든 남성이 폭 2.44m, 무게 3.5t의 둥근 구조물을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구조물을 둘러싼 철제 울타리 곁에서 모자를 눌러쓴 안전 요원이 몰려드는 사람들을 주시했다. 구조물에 달린 화면 속에서도 여러 사람들이 손뼉을 치거나 손으로 하트를 그렸다.

이달 8일 처음 공개된 이 구조물의 이름은 ‘포털(Portal)’. 똑같은 구조물이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 중심가에도 있다. 맨해튼 포털의 화면에 비친 사람들은 더블린 포털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이다. 포털이 뉴욕과 더블린의 풍경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것이다. 비영리 기구인 플랫아이언 노매드 파트너십과 더블린 시의회 등이 리투아니아 예술가 베네딕타스 질리스에게 의뢰해 두 도시에 함께 설치했다. 뉴욕시는 “3000마일 떨어진 두 글로벌 도시를 실시간으로 잇는 작품을 통해 지리적 경계를 넘어 연결된 세계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겠다”고 밝혔다. 작가는 “국경을 뛰어넘는 만남을 통해 인간을 다시 연결할 수 있다”고 했다. 포털 앞에 서 보니,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마치 다른 세계로 이어지는 신비로운 통로처럼 보였다.

5월 14일 뉴욕 맨해튼에서 어린이들이 '포털(Portal)' 화면에 라이브 스트리밍 된 아일랜드 더블린의 시민들을 향해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며 지나가고 있다./AP 연합뉴스

포털은 공개되자마자 뉴요커와 관광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수만 명이 몰렸고, 포털을 통해 뉴욕과 더블린 사람들이 함께 가위바위보를 하거나 서로의 언어로 ‘안녕하세요’라고 적은 팻말을 들어 보이며 인사를 나눴다. 그러나 곧 문제가 발생했다. 한 남성이 바지를 내리며 엉덩이를 보였고, 셔츠를 들어 올려 가슴을 드러내는 여성도 있었다. 더블린에서는 9·11 테러 때 세계무역센터가 불타는 장면을 포털 카메라에 비춰서 지켜보던 뉴요커들을 기겁하게 했다. 결국 일주일도 못 가서 포털은 전원이 꺼졌다.

5월 15일 미국 뉴욕에서 아일랜드 더블린과 맨해튼 플랫아이언 지역을 직접 연결하는 공공 기술 조형물 '더 포털'이 일부 시민들의 부적절한 행동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가동이 중지 됐다가 19일 재개 됐다. /로이터 뉴스1

뉴욕과 더블린은 안전장치를 마련해 19일 운영을 재개했다. 24시간이었던 이용 시간을 뉴욕 기준 오전 6시부터 오후 4시까지로 줄였다. 누군가 너무 가까이 다가오면 화면이 흐려지는 기능도 도입했다. 아직 사고가 재발하지는 않았지만 언제든 비슷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현지에서는 “포털이 인간 본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창(窓)이 됐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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