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Free Opinion

[스크랩] [정재학 칼럼] 백성을 믿지 마라!

鶴山 徐 仁 2024. 5. 21. 20:33

[정재학 칼럼] 백성을 믿지 마라!

 

by정중규  May 19. 2024


 

[정재학 칼럼] 백성을 믿지 마라!

 

 

필자가 역사 속 인물 중에서 가장 가슴 아프게 바라보는 인물이 바로 녹두장군 전봉준이다. 우리의 역사 속에 무수한 의인(義人)들과 위인(偉人)들이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했으나, 전봉준의 죽음은 완도 청해진의 장보고 혹은 임경업 장군이나 이순신 장군의 죽음과는 전혀 다른 아픔이었다.


전봉준의 이상(理想)은 오직 사람이었다. 전봉준은 인내천(人乃天)을 필생의 신념으로 삼고 살았던 인물이다.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신념이었다. 그러나 전봉준은 하늘과 백성으로부터 버림을 받은 사람이었다. 하늘, 곧 백성을 사랑하고 백성을 위해 창의의 깃발을 들었으나, 전봉준은 섬기고 사랑하던 하늘과 백성으로부터 버림을 받은 사람이었다.


공주 우금치에서 일본군에 패한 것은 무지몽매한 봉건이 과학에 패한 것일 뿐, 하늘이 버린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전봉준이 1894년 말 순창군 피노리에서 옛 부하 김경천의 고발로 일본군에 의해 피체(被逮)된 것은 하늘과 백성이 동시에 버린 사건이었다. 당시 지리산 근처 백성들은 일본군과 관군을 피해 얼마든지 지리산 깊은 산속에 전봉준을 보호하여 숨겨줄 수도 있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몽둥이질로 두들겨 패서 일본군에 넘겼다. 오직 백성들의 삶을 돌보기 위해 일어났던 전봉준이었다. 그러했던 전봉준은 백성들로부터 몽둥이 매질을 당하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조선 말 탐관오리의 대명사 고부군수 조병갑과 묘비석

 

반면 고부군수 조병갑은 동학혁명을 야기한 대표적인 탐관오리였고 친일파였다. 아비 조규순의 공덕비를 세우기 위해 1000냥을 갈취했고, 부유한 농민들을 잡아다가 온갖 죄목을 씌워 때리고 협박하여 2만냥을 빼앗는 한편, 만석보 수세(水稅)로 700여섬을 착취한 희대의 탐관오리였다.


조병갑은 1894년 전봉준이 혁명을 일으키자 전주로 도망쳤으나 체포된다. 그리고 고금도로 귀양을 간다. 그러나 6개월 후 일본에 의해 풀려나 복권되었고, 복권 이후 조병갑은 친일세력이 된다. 그리고 법부 민사국장을 거쳐 황실비서원 주임관, 1898년 한성고등재판소 판사가 된다. 판사가 된 조병갑은 동학 제2대 교주 최시형의 재판을 맡아 사형선고를 내린다. 기가막히는 운명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필자는 이 조병갑을 보면서, 하늘을 믿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후일 조병갑은 거부(巨富)가 되어 안락하게 살았다. 그렇게 권력과 부를 누리다가 1912년에 죽는다. 그의 무덤이 지금도 공주시 신풍면 평소리에 있다.
전봉준과 조병갑을 보면서, 하늘을 믿고 백성을 믿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를 깨닫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정몽주처럼 살 것이 아니라 이방원처럼 살아야 하고, 성삼문이 아니라 신숙주처럼 살아야할지 모른다. 안중근처럼 살아야할 것이 아니라 이완용이나 노덕술처럼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전봉준이 효수되어 잘린 목이 전시되고 무덤조차 없을 때, 조병갑은 지금도 그의 무덤을 후손들이 돌보고 있다. 친(親) 노무현 계열의 인사이면서 이화여대 교수였던 한때 잘나가던 후손도 있다. 이 모습을 보면서, 나라에 충성하라는 말이 어찌 나올 것인가.

 

평민출신 의병장 신돌석 장군의 신출귀몰한 유격전

 

전라도 민중들만이 아니다. 경북 영덕의 평민 출신 의병장 신돌석도 전봉준과 같은 길을 걷는다. 일본군의 추격을 피해 부하 김상열의 집에 숨어 있다가 일본군이 내건 현상금에 넘어간 김상열 형제에 의해 살해된다. 살해할 때 신돌석의 신력(神力)을 아는 김상열 형제는 도망가지 못하게 도끼로 신돌석의 허벅지부터 내리친 것으로 알려진다. 참으로 우매한 백성이 한 짓이었다.


일본군은 신돌석의 시신을 보면서 현상금을 주지 않았다. 산 채로 잡아오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따라서 의병장 신돌석의 시신은 어디에 묻혔는지 모른다. 김상열 형제가 돈도 되지 않는 그의 시신을 곱게 묻었을 까닭이 없다.

 

공산주의자들은 백성이 무엇인지 그 속성을 잘 아는 자들이었다. 백성들은 등따습고 배부르면 말을 안 듣는다는 것을 알았기에 죽지 않을 만큼만 배급을 주는 자들이었다. 백성이란 돈 몇 푼에 얼마든지 나라도 형제도 동포도 배신할 수 있는 천박한 무리라는 점에 주목한 자들이 공산주의자들이었다. 민중은 무지하여 몇 마디 말로도 선동이 가능한 무리들이기에, 공산주의자들은 인민들이 권력 근처에 접근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공산주의자들이 주장하는 민주집중제가 있다. 백성들은 무지하기에 그 권력을 제한하고 당에 귀속시킨다는 것이다. 당이 인민을 지도한다는 것이고, 인민은 당에 예속되어야 한다는 것이 민주집중제이다. '너희는 표만 찍어라. 권력은 우리가 갖는다는 것'. 그러므로 백성들이 노예를 자처하고 살아야 하는 것이 공산당 세상이고, 지금의 북한이면서 중국공산당이다. 현재 온갖 거짓말로 국회권력을 잡은 이재명의 민주당도 같은 무리들이라 생각하면 된다.대한민국이 우민정치(愚民政治)에 휩싸인 것은 백성을 하늘로 안 까닭이다. 전봉준과 조병갑을 비교해 볼 때, 백성은 하늘이 아니고 하늘이 백성일 수도 없다. 하늘이 진실과 정의를 돕는다는 생각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착한 자가 복 받는 세상은 없다.


신(神) 이전에 물리학법칙이 존재하였고, 신(神)은 인간이 만들어낸 상상이 가능한 존재일 뿐이다. 그러므로 지나치게 천국을 믿고 의지할 것까지는 없다. 백성도 하늘이 아니므로, 이 또한 통치의 대상일 뿐 지나치게 미화(美化)시킬 필요도 없다.
백성은 민초이면서 잡초일 수밖에 없다. 먹고 입고 잠자고 번식하는 1차원적인 이익에만 집착하는 존재일 뿐이니, 그 속성 이상의 가치로 이해할 필요는 없다. 따라서 모든 권력은 백성으로부터 나오지만, 백성은 때론 호되게 다루어야 하고, 때론 거짓말로 속여야 하며, 때론 어루만져 줘야 하는 권력의 근원이자 배경일 뿐이다.


플라톤은 아테네의 멸망에 중우정치(衆愚政治)를 그 원인으로 보았다. 어리석은 대중이 이끄는 정치를 말함이다. 아테네의 미래를 멀리 보지 못하고, 눈앞의 이익만 바라는 대중의 어리석음을 따르는 정치로 인해 아테네는 몰락한다.


대한민국도 마찬가지다. 주한미군 철수와 핵무장이 거론되는 지금 민중이 관심을 갖는 것은 목사 최재형이 주고 몰카를 찍었다는 김건희 여사의 300만원 명품백이다. 나랏빚이 1조달러에 이른다 해도 25만원 공돈에만 관심을 갖는다. 이런 국민을 믿고 그들의 요구에 따르면, 나라는 망조의 길을 걷는다.


그러므로 지금 대한민국은 백성을 지배하는 강력한 지도력을 지닌 영웅이 필요하다. 북한의 통치술이 바로 김성주(가짜 김일성)를 영웅으로 만든 조작술에서 근거하는 것이다. 백성은 영웅의 그늘에서 영웅을 바라보며 따라갈 수밖에 없다.

 

백성은 하늘일 수 없다. 질긴 생명력일지라도 때론 베고 다스려야할 잡초일 뿐이다. 독일에 가서 우리 광부와 간호사들의 손을 잡고 우시던 박정희 대통령께선 온갖 신고(辛苦)와 간난(艱難)을 이기고 산업화를 완성하셨다. 그 덕으로 쌀밥에 고깃국 먹는 백성들이 박정희 대통령을 독재자로 비난하고 있다. 배은망덕이다. 심지어 돈 몇 푼에 반도체 기술을 중국에 넘긴 반역자도 있고, 최근 구리가 돈이 된다고 해서 다리 명판을 50여개나 떼가는 것이 이 땅의 백성들이다


하늘은 착한 정의를 돕지 않는다. 오직 힘의 정의를 옹호할 뿐이다. 그러므로 전봉준이나 신돌석의 길을 걸을 것이 아니라, 욕을 먹더라도 철면피 낯짝으로 조병갑의 길을 걸어야 할지 모른다. 하늘이 정의롤 돌보지 않는데, 조병갑이 죽어서 지옥으로 갔다는 말을 누가 믿을것인가.


필자는 전봉준이 봉기할 때, 그 뜻을 만천하에 알린 고창군 공음기포지에 살고 있다. 전봉준이 밟았던 전라도땅 황토흙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밭 갈고 논 갈고 사는 백성들도 변한 것은 없다. 그들은 모두 전봉준의 이름을 잊은 채 살아가는 다수의 무지(無知)들이겠으나, 슬프게도 필자 또한 그 백성들과 더불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잡초 중 한 사람일 것이다.


2024. 5. 15.전라도에서 시인 정재학

 

출처: [정재학 칼럼] 백성을 믿지 마라! (brunc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