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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K-자동차’의 심장… I-85 자동차 벨트를 따라가다

鶴山 徐 仁 2023. 9. 30. 11:44

정치 정치 일반

북미 ‘K-자동차’의 심장… I-85 자동차 벨트를 따라가다

[주간조선] 한미동맹 70주년 연속 기획

이동훈 기자


입력 2023.09.30. 08:09업데이트 2023.09.30. 08:20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에 있는 현대차 공장 전경. photo 현대차그룹

지난 8월 29일 미국 하츠필드잭슨 애틀랜타 공항에서 2시간30분가량 차를 달려 찾아간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의 현대차 공장. 공장 초입에 들어서자 ‘현대대로(Hyundai Blvd.)’란 간판이 나오고 푸르른 목초지 위에 광활한 공장 건물이 펼쳐졌다. 이날 공장에서 만난 현대차 관계자는 “몽고메리공장은 현대차의 ‘어머니 공장’과 같은 곳”이라고 소개했다. 현대차의 전 세계 사업장 가운데 최신 기술과 공법을 가장 먼저 적용하는 대표 공장이란 의미였다.

이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현대차의 엠블럼이 찍힌 안전모와 안전화를 착용하고 생산라인 안으로 들어섰다. ‘어머니 공장’이란 말에 걸맞게 두루마리 강철코일을 펴서 자동차에 쓰이는 각종 형태의 강판을 찍어내는 프레스부터 용접, 도장, 조립에 이르는 전 공정에서는 거의 작업자를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생산라인 곳곳에 설치된 줄잡아 500대가 넘는 산업용 로봇은 쉴 새 없이 로봇팔을 움직이면서 돌아가고 있었다. 차체에 필요한 강판을 찍어내는 프레스공정의 자동화율은 무려 92.9%. 자동화율 65% 내외의 국내외 사업장에 비해 압도적인 수준이었다. 이를 통해 시간당 찍어내는 차량(UPH)은 73대. 현대차 관계자는 “전 세계 모든 완성차 공장 중 최고 수준”이라며 “인건비가 싼 곳은 사람을 투입하는 것이 맞지만, 미국처럼 인건비가 비싼 곳은 로봇이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현대차 몽고메리공장에서 생산하는 완성차는 연간 37만대가량. 생산 차종은 투싼(41%), 싼타페(33%), 제네시스 GV70 등 북미 시장에서 반응이 뜨거운 SUV와 픽업트럭 산타크루즈 등이다. 쏘나타와 엘란트라(한국명 아반떼) 등 세단도 한때 생산했으나 미국 시장에서 SUV의 반응이 워낙 좋아 지금은 SUV와 픽업트럭에 올인 중이다. 이곳에서 만들어낸 신차들은 몽고메리공장 동쪽에 자리한 현대글로비스 야적장으로 옮겨진 뒤 대형트럭과 장대열차에 실려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 북미 전역으로 실려 나간다. 몽고메리공장은 연간 60만대 엔진을 생산하는 엔진공장도 갖추고 있다. 생산된 엔진 중 절반은 현지에서 소비되고, 나머지는 차로 1시간 가량 떨어진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의 기아차 공장으로 옮겨져 기아차에 탑재된다.

85번 고속도로에 있는 ‘기아대로’ 나들목 표지판. photo 이동훈

연간 37만대 생산하는 ‘어머니 공장’

자연히 미국 동남부 최대도시인 애틀랜타에서 기아차 공장이 있는 웨스트포인트를 거쳐 현대차 공장이 있는 몽고메리에 이르는 85번 고속도로(I-85)에서는 현대와 기아, 제네시스 엠블럼을 단 최신 신차는 물론이고, 몽고메리와 웨스트포인트공장에서 갓 출고된 신차를 가득 적재한 대형트럭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심지어 기아차 공장이 있는 웨스트포인트를 지나는 85번 고속도로 선상에는 ‘기아대로(Kia Blvd.)’라는 큼직한 나들목 표시판까지 도로 한가운데 붙어 있었다. 이날 애틀랜타 공항 렌터카센터에서 차로 2시간30분 떨어진 몽고메리까지 타고 갈 차를 고르면서 현대차를 선택하길 잘했다는 자부심이 밀려오는 순간이었다.

실제로 미국 조지아주의 주도인 애틀랜타에서 앨라배마주의 주도인 몽고메리에 이르는 260㎞ 남짓의 85번 고속도로 연변은 북미 지역 ‘K-자동차’ 벨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005년 현대차 몽고메리공장을 시작으로 2010년 기아 웨스트포인트공장까지 들어서면서 현대모비스·현대트랜시스·현대글로비스를 비롯한 수많은 부품, 물류협력사들이 85번 고속도로 연변에 포도송이처럼 들어섰다.

이 중 몽고메리공장은 자동차 사업 진출 초창기 미국 포드(Ford)의 기술지원을 받아 자동차를 조립하던 별 볼일 없던 업체에서,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 기준으로 도요타(일본), 폭스바겐(독일)과 함께 글로벌 완성차 ‘빅3’ 기업으로 도약한 현대차 성공신화를 써내려간 곳이다. 몽고메리공장에서 만난 현대차 관계자에 따르면, 나지막한 구릉에 자리한 이곳은 원래 소와 말이 풀을 뜯던 목초지였다.

‘(정)몽구메리’가 된 몽고메리

하지만 정몽구 회장(현 명예회장) 재임 중인 2002년, 현대차가 이 목초지를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한 전진기지로 낙점하고 2005년부터 ‘NF쏘나타’를 생산하면서 완전히 탈바꿈했다. 몽고메리공장으로 출장 나온 현대차 임직원들과 협력업체 직원들이 연중 끊이지 않는 까닭에, 인근 호텔에서는 아침식사로 밥과 김치까지 제공할 정도다. 덕분에 인구 20만명의 앨라배마 주도 몽고메리는 ‘(정)몽구메리’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2005년부터 시작해 20년 가까이 가동한 터라 몽고메리공장은 현지화 수준도 상당하다. 공장에서 일하는 임직원 3800여명 가운데 한국에서 파견된 주재원은 40명이 채 안 된다. 나머지는 모두 현지에서 채용된 인력들이다. 다른 완성차 공장 조립라인과 달리 여성근로자들이 많이 보이는 것이 특히 눈에 띄었다. 건장한 체격의 흑인여성 근로자들은 노래를 흥얼거리며 남성 동료들 못지않은 힘과 손놀림으로 차량에 들어가는 각종 부품들을 능숙하게 끼워 넣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여성들도 남성들과 동일한 강도의 노동을 한다”며 “성별에 따라 업무강도를 달리하는 것이 여기서는 오히려 더 이상하다”고 말했다.

현대차 몽고메리공장의 홍보담당자가 각 완성차 업체들의 입지를 설명하고 있다. photo 이동훈

임직원 중 흑인 비율이 70%

이 관계자에 따르면, 몽고메리공장에서 일하는 현대차 임직원 중 흑인의 비율은 70%가량. 이 중 30%는 흑인여성들이다. 2005년 몽고메리에 완성차 공장이 생기면서 레스토랑 종업원, 호텔 룸메이드 등으로 일했던 현지 여성들이 대거 자동차 공장으로 몰려왔다.

몽고메리는 과거 흑인 노예노동에 의존했던 목화산업이 주력이었던 곳으로, 미국 남북전쟁 때 노예제도 폐지에 반대하는 남부연합의 최초 수도였던 곳이다. 버스 탑승 시 피부색으로 좌석을 구분하는 데 항의하는 ‘로자 파크스 사건’(1955)이 일어났던 곳으로 흑인 공민권 운동의 성지(聖地)와 같은 곳이다. 이런 역사적 사정을 감안하면 한국에서 온 완성차 기업이 몽고메리 흑인여성들의 소득과 인권 향상에도 적지 않은 기여를 하는 셈이었다.

현대차 공장이 지난 20년 가까이 지역사회에 기여한 바를 알기에 최첨단 자동화 설비 도입에도 한국과 같은 노조의 조직적 저항은 찾아볼 수 없다. 현대차 국내 사업장의 경우 자동화 설비를 도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면, 노조 등 일각에서 “인력을 줄이려 도입하는 것 아니냐”고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이 현실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앨라배마공장 직원들은 사측에서 자동화 설비를 추가 도입하는 계획을 발표하면 직원들의 근골격계 질환을 덜어주기 위해 자동화 설비를 도입한다며 오히려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몽고메리공장의 생산라인 곳곳에서는 로봇들이 사람이 해야 할 일을 능숙하게 대신하고 있었다. 대표적인 것은 제네시스 GV70 생산라인에서 본 자동차를 옮기는 로봇. 몽고메리공장에서는 지난 2월부터 제네시스 GV70일렉트리파이드(전기차)를 생산 중이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해 8월 자국 내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과시킨 직후, 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몽고메리공장에서 생산한 첫 전기차다. 하지만 아직은 별도의 전기차 전용라인을 구축하지 못한 탓에, 조립공간 한편에 배터리를 장착하기 위한 별도의 작업공간을 두고 있다.

배터리를 장착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는 자동차를 일일이 옮겨야 한다. 이날 도색작업이 마무리된 GV70이 배터리를 장착하기 위해 작업장 근처로 오자, 네 개의 바퀴가 달린 납작한 이동로봇이 차량위치를 감지해 스스로 자동차 바닥 아래로 기어 들어갔다. 이후 차량의 정확한 위치를 잡기 위해 자세를 가다듬더니 이내 무거운 차량을 끌어서 지정된 주차장소의 바로 옆에 대기하고 있는 다른 GV70들과 오와 열을 정확히 맞춰 주차를 시켰다. 수십 년간 숙련된 발레파킹 기사도 이 정도로 ‘칼각’을 맞춰서 주차하기는 무리일 듯 보였다.

조지아주 서배너에 전기차 전용공장

85번 고속도로를 낀 몽고메리와 웨스트포인트에서 ‘K-자동차’ 성공신화를 쓴 현대차는 조지아주 동남부 서배너에도 연산 30만대 규모의 전기차 전용공장 ‘메타플랜트’를 짓고 있다. 서배너는 애틀랜타에서 차로 4시간,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와는 차로 5시간가량 떨어진 미국 동남부 최대 항구도시다. 뉴욕·뉴저지항(港)에 이은 미국 동부권 2위 항만이다. 당초 현대차 측은 기존 공장이 있는 몽고메리를 비롯해 서너 군데를 공장후보지로 검토하다, 서배너를 전기차 공장 후보지로 최종 낙점했다.

현대차가 기존 몽고메리공장 증설이 아닌 서배너에 신규 공장 건설로 방향을 튼 것은 현지 인력수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때문이다. 광활한 땅을 가진 미국은 신규공장 건설 시 부지보다 인력수급이 최대 고민거리 중 하나다. 기존 공장이 있는 곳에 공장을 증설하면 기존 사업장과 연계효과나 집적효과 면에서는 좋을지 몰라도 추가로 인력을 충원하기 어려운 문제에 종종 맞닥뜨린다고 했다.

앨라배마주만 해도 면적은 남한(10만266㎢)보다 너른 13만5767㎢에 달하지만, 인구는 503만명가량에 불과하다. 앨라배마에는 현대차(몽고메리)를 비롯해 마쓰다·도요타(헌츠빌), 혼다(버밍햄), 메르세데스벤츠(터스칼루사) 등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이 이미 수많은 인력을 고용하고 있다. ‘(정)몽구메리’로 불리는 몽고메리의 인구도 20만명가량에 불과해 추가로 인력을 확보할 여력이 사실상 없는 상태다.

이 같은 이유로 현대차는 마쓰다와 도요타가 2021년 합작 생산라인을 꾸린 앨라배마주 북부의 헌츠빌을 한때 신규 전기차 공장 후보지로 검토하다가 최종적으로는 접었다. 이들 일본 기업들 역시 강력한 경쟁자인 현대차가 옆에 오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의사를 현지 지방정부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도 “경쟁업체가 바로 옆에 들어오면 인건비가 동시에 올라가는 부작용이 있고, 파업 시에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우리 옆으로 도요타가 온다고 해도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기아 웨스트포인트공장으로 ‘완성차 공장’ 경제효과를 체감한 조지아주는 적극적으로 현대차의 전기차 공장까지 유치하고 싶다는 의사를 타진했다고 한다. 조지아주 인구는 1070만명가량으로 앨라배마주(503만명)의 2배다. 조지아주 애틀랜타에는 미국 델타항공의 모항으로 한국과 직항노선을 갖춘 연간 이용객수(9370만명) 기준 세계 최대 공항이 있고, 서배너는 대형 항만을 끼고 있어 자동차 부품수급과 수출입 역시 훨씬 편리한 이점이 있다. 몽고메리공장의 경우 가장 가까운 앨라배마 모빌항(港)을 통해 각종 부품을 들여오고 있는데, 몽고메리에서 모빌까지는 65번 고속도로(I-65)를 이용해 2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항구와의 거리를 따져도 서배너가 더 유리한 셈이다.

오는 2025년 서배너 전기차 공장이 완공되면 현대차그룹은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의 현대차 공장,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의 기아차 공장, 조지아주 서배너의 현대차 전기차 전용공장까지 미국 동남부 삼각 생산체제를 갖추게 된다.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도 지난해 10월 메타플랜트 기공식에서 “현대차그룹과의 파트너십과 혁신적인 공장의 기공식은 조지아주에서 전례 없는 경제 성과”라고 상당한 기대를 나타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이 자리에서 “조지아와 현대차그룹은 신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를 전 세계가 선망하는 최고 수준의 전기차 생산 시설로 만들 것”이라고 화답했다. 한·미동맹 70주년을 맞는 올해 북미 지역에서 ‘K-자동차’의 질주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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鶴山;

위의 기사를 읽다가 보니, 자신에게 각인되어 있든 지난 날의 추억이 생생하게 감동적으로 가슴을 뜨겁게 합니다.

1969년도에 Lackland Air Force Base, Texas의 DLI에서 조지아의 애틀랜타 공항을 경유하여, 미육군항공학교 입교를 위해 앨라배마주 Dothan 공항에 착륙한 후, 공항 정문을 나서자마자 삼거리 교차로 정면에 거대하게 서 있든 일본의 Sony 공장을 보고, 얼마나 놀라고 부러워 했든가를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약 64,000에이커의 항공학교 인근의 소도시들은 일본인과 중국인은 알고 있어도 한국인, KOREAN이라고 하면, 아예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거의 대다수였는데, 이제는 대한민국, KOREA의 자동차 기업이 거창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니, 참으로, 가슴이 뿌듯하고 감개무량합니다.

아마, 현재 한국 사회의 철부지 젊은 이들은 제대로 이해조차 못할 것입니다만, 지난 1970년대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은 빈국의 티를 벗지 못하고 있든 국가였다는 것을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 세대의 사람들은, 제가 왜 이런 글을 남기는지를 이해하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