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 50년 만의 가뭄에 타들어 가는 남부 지방
입력 2023-03-03 00:00업데이트 2023-03-03 08:47
흙바닥 드러낸 주암댐 상류… 2년 전엔 도로 앞까지 물 가득 지난달 28일 동아일보가 드론(무인항공기)으로 촬영한 전남 순천시 승주읍의 주암댐 상류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극심한 가뭄으로 하천이 바닥까지 드러났다. 이 댐에서 공업용수를 공급받아 온 세계 최대 석유화학단지 여수국가산업단지와 포스코 광양제철소가 있는 광양국가산업단지는 가동에 비상이 걸렸다. 2020년 10월 노란 점 지점에서 촬영된 사진에서는 댐에 물이 가득 차 있다. 불과 2년 4개월이 지난 최근 주암댐 저수율은 20%대까지 떨어졌다. 순천=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네이버 거리뷰 캡처
호남 최대 규모의 다목적댐인 전남 순천 주암댐은 광주와 전남을 먹여 살리는 젖줄이다. 광주와 고흥 나주 목포 등 전남 11개 시군의 식수원이자, 국내 최대 석유화학단지인 여수국가산단, 철강업체들이 모인 광양국가산단의 공업용수 공급원이다. 수려한 경관과 송광사 덕에 관광 명소이기도 한 주암댐이 50년 만의 최악의 가뭄으로 말라가고 있다.
푸른 물줄기가 시원했던 주암댐 상류에는 요즘 쩍쩍 갈라진 흙바닥만 보인다. 주암댐 유역 수면 표면적이 2년 사이 축구장 678개 넓이만큼 줄었다. 주암댐과 인근의 장흥댐 섬진강댐까지 저수율이 예년의 절반도 안 된다. 코로나를 버텨낸 지역민들은 저수율을 알리는 ‘재난문자’에 속이 타들어 간다. 아파트 수압을 떨어뜨려 물이 졸졸 나오게 하고, 주민자치회마다 마련한 벽돌을 나눠 받아 양변기 수조에 넣어 물을 아낀다. 포스코 현대제철 LG화학 GS칼텍스 등 여수·광양 산단에 들어선 대규모 공장들은 가동을 잠시 멈추거나 아예 중단하는 방식으로 물 사용량을 줄이고 있다. 6월 장마철까지 ‘단수’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서다.
지난해 광주·전남 지역의 가뭄 일수는 281.3일로 1973년 기상 관측 이래 최장이었다. 해가 바뀌어도 비 소식이 없어 해갈은 요원하다. 가뭄은 부산·대구 등 영남 지역으로 확대돼 합천댐 안동댐 영천댐엔 가뭄 단계가 ‘주의’로 격상됐다. 댐 수위가 정상적인 용수 공급의 한계선인 저수위에 근접한 상태다. 저수위 아래는 ‘죽은 물’이어서 막대한 비용을 들여 정화하지 않는 한 당장 먹을 물마저 부족한 물 대란이 예상된다. 여수·광양 산단은 물이 없으면 하루 수천억 원의 피해가 불가피하다. 물 사용량을 최소화하고 저수량이 많은 다른 댐에서 물을 끌어와 저수위 도달 시기를 최대한 늦춰야 한다.
예전에는 5∼7년마다 전국에 가뭄이 찾아왔지만 10년 전부터는 국지적 가뭄이 해마다 발생하고 있다. 기후변화 영향으로 한반도뿐만 아니라 중국 프랑스 등 세계 도처에서 역대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다. 기후변화가 아니어도 도시화와 산업화로 물 부족 문제는 심각한 상태에 접어들었다. 절수지원금제와 같은 수요 절감 대책을 시행하고, 하·폐수 재이용과 해수 담수화 등 대체 수자원 발굴도 속도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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