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7NEWS입니다. 지역 대신 운항거리에 따라 마일리지 공제율을 변경하려던 대한항공이 원희룡 국토부장관의 비판과 강한 반대여론 등으로 개편안을 원점 재검토하기로 했습니다.
개편안에 따르면 장거리 노선 항공권과 좌석 승급에 필요한 마일리지가 종전에 비해 크게 늘어나는 구조였습니다. 반대로 단거리 노선은 마일리지 공제율을 낮췄습니다. 대한항공이 4월부로 이 같은 개편안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하자 온라인에서는 ‘개악(改惡)’이라는 비판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인천국제공항 모습. /뉴시스
비행기 마일리지는 소비자가 쉽게 모을 수 없는 재화입니다. 항공권을 구매하거나 결제할 때마다 마일리지가 같이 쌓이는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등 한정된 방법으로만 마일리지를 적립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1마일리지 가치가 가장 높은 곳에 사용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항공사 입장에서 마일리지란 탑승객이 자사 항공권을 재구매하도록 유도하는 주요한 마케팅 수단이자 회계장부 상 부채입니다.
인기 노선인 인천~뉴욕 항공권은 편도 기준으로 6만2500마일(프레스티지석)이 차감됩니다. 그런데 개편안은 9만마일을 요구합니다. 같은 구간 일등석을 타려면 기존에는 8만마일이 필요했다면, 13만5000마일이 필요합니다. 종전보다 50% 이상 마일리지를 더 써야 동일한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여론이 들끓자 대한항공은 개편안이 단거리 고객에게 더 유리한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대한항공 마일리지를 사용해 항공권을 구매하는 고객은 국내선과 국제선 중·단거리를 포함하면 76%입니다. 그리고 장거리 항공권 구매가 가능한 7만마일 이상 보유한 회원은 전체의 4%에 그칩니다. 대한항공은 단거리 노선에 대한 마일리지 공제율은 낮춘만큼 대다수의 회원이 혜택을 볼 것이라고 했습니다.
사진=한진그룹
대다수가 이 주장에 수긍했으면 대한항공이 20일 개편안을 전격 보류한다는 발표를 하지 않았을 겁니다. 지난 19일 원희룡 장관은 “국민 불만을 사는 방안을 내놓았다”고 몰아붙였습니다.
소비자가 대한항공에 분노한 포인트는 명확합니다. 일반인이 마일리지 혜택을 보려면 몇 년에 걸쳐 모아야 하는데, 개편안 시행일부터는 기존에 보유한 마일리지도 가치가 하락합니다. 항공사가 제도 개편을 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마일리지가 지닌 값어치를 소급해 변동시켜선 안 됩니다. 마일리지는 현금성 재화입니다. 엄연히 개인 재산으로 간주된다는 의미입니다.
항공권 구매에 마일리지 요구량을 늘렸으면 적절한 유인책도 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마일리지로 이용할 수 있는 좌석 수를 늘리지도 않았습니다. 원래도 마일리지로 항공권을 예약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대한항공이 오로지 마일리지 차감에만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냐고 비판 받는 이유였습니다.
대한항공은 애초 4월부터 마일리지 공제 기준을 지역에서 운항거리로 변경할 계획이었으나 이용자의 반발과 정부의 압박에 따라 고객들의 의견을 수렴해 전반적인 개선 대책을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코로나 이전 1조6000억원 수준이었던 대한항공 부채(이연수익)는 지난해 3분기 약 2조780억원으로 불어났습니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마일리지 차감율에 손을 대면 부채비율을 경감할 수 있겠다는 계산이 섰을 겁니다.
일반인에게 마일리지 항공권 구매는 ‘버킷 리스트’에 있을 정도입니다. 해외여행이 아무리 자유로워졌다지만 마일리지로 항공권을 사려면 그만큼 오래 걸리고, 돈도 많이 들여야 한다는 뜻입니다. 마일리지 개편을 두고 대한항공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아쉬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섬세하게 접근했다면 원하는 바를 이뤘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조직의 목적만을 생각한 바람에 연착륙하려던 대한항공의 계획은 경착륙하고 말았습니다.
마일리지·서비스 논란 대한항공… “독점 되면 더 심해질까” 우려
대형 통합사 출범을 앞둔 대한항공이 잇단 뭇매를 맞고 있다.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제도를 소비자에 불리한 방향으로 개편하기로 했다가 비판 여론이 일자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소비자와 정부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여기에 최근에는 항공기 내 서비스 질 논란까지 불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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