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3대 크기 몰랐다…"레이더엔 작은새" '中 정찰풍선' 전말 [이철재의 밀담]
중앙일보 입력 2023.02.12 00:05 업데이트 2023.02.12 10:49 업데이트 정보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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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3년 11월 21일 프랑스의 몽골피에 형제가 만든 열기구는 사람을 태우고 900m 높이에서 9㎞를 날아갔다. 갑자기 불이 붙는 바람에 베르사유 궁전 인근의 밀밭에 내려앉아야 했지만, 탑승자는 무사했다. 최초의 유인 비행으로 기록된 사건이다.
1794년 6월 26일 플뢰뤼스 전투에서 프랑스의 기구 중대(la Compagnie d‘Aerostiers)가 오스트리아 진영을 정찰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11년 후인 1794년 4월 2일 프랑스는 기구 중대(la Compagnie d‘Aerostiers)를 창설했다. 세계 첫 공군이다. 그리고 두 달 후인 6월 26일 플뢰뤼스 전투에서 프랑스의 기구 중대는 적진을 정찰했다. 망원경으로 정찰한 내용을 종이에 적어 지상과 연결한 밧줄로 내려보냈다.
프랑스의 적군인 오스트리아군 병사들은 하늘 위 둥근 물체(기구)를 보고 ‘악마’라며 두려워한 것은 덤이었다. 프랑스는 이 전투에서 승리를 거뒀다.
기상 기구 vs 정찰 풍선, 그러나…
처음엔 잘 못 읽은 줄 알았다. 미국 매체들이 지난 3일 중국의 ‘스파이 풍선(Spy Balloon)’이 미 본토 위를 지나가고 있다는 기사를 쏟아낼 때 말이다. 18세기 역사에서 나오는 풍선이라니…. 물론 기구는 제2차 세계대전까지 활약을 했지만, 위성과 드론의 21세기에 풍선은 퇴물 아니었나 싶었다.
2월 1일(이하 현지시간) 촬영된 중국 정찰 풍선. CHASE DOAKㆍAFP=연합
그러나 사진을 봤더니 진짜 풍선이 맞았다. 중국은 ‘정찰 풍선’이 아니라 ‘기상 관측 기구(Weather Balloon)’라고 주장하자, 미국은 반박했다.
9일(이하 현지시간) 미 국무부에 따르면 중국의 정찰 풍선은 통신 정보를 수집하는 안테나가 여럿 달렸다. 미 국무부는 중국이 정찰 풍선을 5개 대륙 40개국 이상에서 운용했다고 밝혔다. 또 중국 인민해방군 공식조달 포털에 게시된 정보를 보면 풍선 제조업체가 중국군과 직접 연계돼 있다고 했다.
미 국무부 발표엔 나라 이름이 빠졌지만, 일본ㆍ인도ㆍ베트남ㆍ대만ㆍ필리핀 등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콜롬비아(3일)와 코스타리카(6일)에서도 중국에서 날아온 풍선이 목격됐다는 발표가 나왔다.
4일 격추된 풍선 잔해를 미 연방수사국(FBI)이 분석한 결과 일부 부품을 확보했는데, 영어가 적힌 부품도 있었다고 한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머틀비치 앞 바다에서 미국 해군의 폭발물처리반(EOD) 대원이 격추된 중국 정찰풍선 잔해를 건져올리고 있다. 미 해군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이 6일 워싱턴에 주재하는 약 40개국 외교관 150명을 초청해 관련 내용을 브리핑했는데, 중국이 주장하는 기상 기구는 2시간 동안 200㎞를 비행하는 반면 정찰 풍선은 최소 8일 1만 3000㎞를 날았다고 한다. 또 정찰 풍선은 버스 3개 크기로 기상 기구와 달리 조종이 가능하다고 한다.
레이더에 작은 새로 나타나는 풍선
미국은 중국의 정찰 풍선을 떨어뜨렸지만, 아주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미 북부사령부(NORTHCOM)의 최고 지휘관이자 북미방공사령부(NORAD) 사령관인 글렌 D. 밴허크 공군 대장은 “이전에 중국의 정찰 풍선을 탐지하지 못했다. (중국의 정찰 풍선이 미국을 다녀왔다는 사실은) 정보당국이 파악한 것”이라고 털어놨다.
중국의 정찰풍선 크기를 보여주는 그래픽. 자유의 여신상보다 많이 작지 않다. 위키피디아
그만큼 정찰 풍선은 잡기가 쉽지 않다. 제임스 클래퍼 전 미국 국가정보국(DNI)국장은 “군은 (고도) 5만 피트(약 15㎞) 아래나 우주(지표면 100㎞ 이상)의 물체는 잘 잡지만, 그 중간은 취약하다”고 말했다. 중국의 정찰 풍선은 고도 6만~6만 5000 피트(약 18~20㎞)에서 떠다녔다.
첩보 위성이 지구를 촘촘하게 들여다보는 세상에 왜 정찰 풍선이었을까. 정찰 풍선이 나름대로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①위성보다 더 가까운 거리에서 촬영할 수 있다.
②통신이나 전자 신호를 가로챌 수 있다. 이런 건 첩보 위성이 못한다.
③위성은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풍선은 방향을 조종할 수 있고, 원하는 곳에서 오랜 시간 배회할 수도 있다.
④탐지ㆍ식별이 어렵다. 풍선ㆍ기구는 섬유로 만들기 때문에 레이더엔 작은 새 크기의 물체로 나타난다. 민간 기상 위성과 구분이 힘들다.
⑤값이 싸다.
미국의 중국 풍선 격추는 정당할까
하지만 정찰 기구가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첩보 위성의 장점이 있다. 첩보 위성은 국제법의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에 적국의 상공을 지나가도 된다.
1967년 UN 우주조약은 우주를 “모든 인류의 활동 범위”이며 “주권의 주장에 의하여 또는 이용과 점유에 의하여 또는 기타 모든 수단에 의한 국가 전용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고 명시했다. 이 때문에 외기권의 위성은 영공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
2월 4일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머틀비치에서 격추된 중국 정찰 풍선. 로이터=연합
반면 풍선ㆍ기구는 적국 상공 위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다. 1944년 국제민간항공 협약은 국가가 영공에 가지는 독점적 주권을 인정했다. 협약은 또 “조종사 없이 비행할 수 있는 항공기는 해당 국가의 특별한 허가 없이 그리고 해당 허가의 조건에 따라 영토 위를 조종사 없이 비행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미국은 중국의 정찰 풍선(또는 중국의 주장에 따르면 기상 기구)을 격추할 권리를 국제법으로 보장받은 것이다.
7억 6000만원짜리 미사일로 격추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는 게 있다. 왜 4일 미국 공군의 스텔스 전투기인 F-22 랩터 2대가 중국의 정찰 풍선을 AIM-9X 사이드와인더 공대공 미사일을 쐈냐는 것이다. 값싼 기관포가 있는데 값비싼 미사일을 낭비하냐는 논리다. AIM-9X의 가격은 한 발에 60만 달러(약 7억 6000만원)가 넘는다.
9일 미국 상원 군사 소위원회에서 출석한 미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더글럿 A. 심스 3세 육군 중장. EPA=연합
그런데, 1998년 8월 캐나다에서 벌어진 일이다. 오존을 측정하기 위해 띄운 기상 기구가 고장이 나 제멋대로 떠다니자 캐나다 정부는 격추를 결정했다. 캐나다 공군의 CF-18 호넷 전투기 2대가 20㎜ 기관포 1000발 넘게 쐈는데, 기구는 계속 비행했다. 물론 구멍인 나 헬륨이 조금씩 빠져나갔지만, 기구는 대서양을 건너 영국을 지나 아이슬란드까지 날아갔다.
당시 캐나다 국방부는 기구는 25층 건물 크기였는데도 조준이 어려웠다고 발표했다. 전투기가 보통 고도 5만피트까지 올라갈 수 있는데, 기구는 6만피트 위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이 미사일을 고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정찰 풍선은 발열하는 곳이 없거나 적어 열추적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로 맞추기가 어렵다. 군사 전문 자유 기고가인 최현호씨는 “AIM-9X는 주변 대기와 온도 차이가 있는 물체를 추적하는 기능이 있다. 이 때문에 미 공군이 격추 수단으로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2월 9일 중국 국방부 탄커페이(譚克非) 대변인이 중국이 정찰 위성 관련 통화를 거부했다는 미국 국방부의 발표를 부인했다. AP=연합
중국은 정찰 풍선으로 건진 정보는 별로 없을 것이란 예상이 있다. 미국 국방부 당국자는 “별다른 정보를 얻지 못하도록 조처를 미리 취했다”고 말했다. 북한의 도발로 긴장이 높아질 때 한반도에 자주 나타나는 전자정보ㆍ통신정보 정찰기인 RC-135 리벳 조인트가 돌아다니면서 전파ㆍ통신 단속을 했다고 한다.
하겐다즈 제조사가 만든 비밀 첩보 장비
사실 미국은 ‘원죄’가 있다.
제너럴밀스가 1950년대 생산한 정찰 풍선 KH-9. 제너럴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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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다국적 기업인 제네럴밀스는 요플레ㆍ하겐다즈ㆍ첵스 등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식품 전문 회사다. 그런데 이 회사가 1950년대 소련ㆍ중국ㆍ바르샤바 조약국 등 공산권을 정찰하는 기구인 KH-9를 생산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냉전 초기 미국은 정찰 풍선을 즐겨 썼다. 미국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공산권이 미국을 기습하지 못하도록 군사력을 정확히 파악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래서 1956년 미국은 20층 건물 크기의 KH-9 512대를 하늘에 날렸다. 이 가운데 54대만 회수됐다. 그래도 약 285만㎦의 소련ㆍ중국 지역을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소련은 56년부터 77년까지 4112대의 풍선을 영공에서 발견해 이 가운데 793대를 격추했다. 56년 1~2월에만 3000대 가까운 풍선이 소련 영공을 침범했다.
4112대가 다 미국의 정찰 풍선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소련은 미국의 정찰 풍선 노이로제에 걸렸다. Yak-25PA, M-17이라는 정찰 풍선 요격기까지 개발할 정도였다. Yak-25PA의 PA는 러시아말로 페레하바치크 아에로스타토브(Perekhvatchik Aerostatov), ‘풍선 요격기’다. 심지어 Il-76MD 수송기에 레이저를 단 A-60까지 설계했다.
그러나 미국의 정찰 풍선이 점점 줄어들면서 이 같은 정찰 풍선 요격기가 필요 없어지게 됐다. 가장 마지막 풍선 격추는 1990년 9월 3일 소련 해군 기지가 있는 무르만스크 근처에서 있었다.
미국의 정찰 풍선을 요격하려고 만든 소련의 Yak-25PA. 위키피디아
미국의 존 포스터 덜레스 국무부 장관은 정찰 풍선을 기상 기구라고 주장하면서 “이 기구들은 제트 기류 등 기류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적 중요성을 지닌 프로젝트의 하나”라고 말했다.
어디서 듣던 얘기 아닐까.
전 세계적인 풍선 연구 붐
미국도 기구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육군의 합동 육상 공격 순항 미사일 상승 그물 센서 시스템(JLENS) 비행선. 미 육군
미 국방부는 2023 회계연도 예산에 2700만 달러(약 342억원)를 기구 연구에 배정했다. 이미 2021~2022 회계연도에 3800만 달러(약 482억원)를 관련 연구에 썼다. 구체적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2019년 진행한 비밀 장치 체공 성층권 구조물(COLD STAR) 프로젝트의 연장선이라고 한다. 이 프로젝트는 마약 밀매상을 추적하는 기구를 개발하는 것이다.
미 육군은 합동 육상 공격 순항 미사일 상승 그물 센서 시스템(JLENS)라는 성층권 비행선으로 보트ㆍ지상 차량ㆍ드론ㆍ순항 미사일을 추적하는 연구를 진행했지만, 실패했다. 2017년 지상에 계류한 정찰 풍선 1대가 줄이 풀려 3시간 넘게 엉뚱한 곳으로 날아간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었다. 20억 달러(약 2조 5400억원)가 넘는 예산만 낭비됐다.
미국 TCOM이 만든 에어로스탯(aerostat·밧줄로 지상에 묶인 기구)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 2014년 팔렸다. 이 기구엔 정찰 센서가 달려 24시간 감시를 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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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정찰과 통신 중계 목적으로 기구·비행선을 연구하고 있다. 최현호씨는 “성층권(고도 10~50㎞) 비행선을 개발하려는 국가가 많지만, 고도의 기술력과 막대한 예산이 필요해 진도가 더딘 편”이라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鶴山 ;
중앙일보 이철재 기자께서는, "9일 미국 상원 군사 소위원회에서 출석한 미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더글럿 A. 심스 3세 육군 중장. EPA=연합"이라고 한 사진 설명 내용은, "9일 미국 상원 군사 소위원회에서 출석한 미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더글럿 A. 심스 3세 해병 중장. EPA=연합"으로 바로 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 복장이 육군복장이 아니라, 해병복장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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